벌써 추분이군요. 낮과 밤의 길이가 똑 같다는 추분, 하지만 약 나흘 뒤쯤이나 정확하게 밤낮길이가 같아 진다네요. 추석 지나고 나서 가물기만 하던 이쪽 서해안지방도 비가 참 얌전하게 많이 와서 이제는 정말 가을 날씨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일교차 때문에 이런 날씨가 너무 갑작스런 건 아닌지 한편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러긴 해도 때가 때인 만큼 이제는 가을을 맘껏 향유해야겠습니다. 새파랗게 닦인 하늘, 뭉게구름, 고추잠자리, 고개 숙인 벼이삭들.그런데 요즈음 참 마음이 언짢고 화나고 더 나아가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억누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올해도 벼농사는 보기 드문 대풍작인데, 그래서 쌀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데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은
요즈음 날씨, 해도 좀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니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니 해도 소나기 한 두 번은 쏟아 주어야 하늘도 면목이 서는 것 일 텐데 처서 지난 지금까지도 그게 없으니 여름을 보내고 있어도 무언가 한 구석 결핍감이 있군요. 하긴 예부터 여름비는 피해가고 겨울눈은 쉬었다 가자는 데가 이 고장이니 이제 와서 기대는 하지 안할랍니다만 오늘 아침은 동쪽하늘에 몇 바탕이나 새빨간 붉새(노을)가 져서 사람 은근히 소나기를 기대하게 해놓고 하루해가 다 가도록 하늘에 해만 쨍쨍하니 입에서 조금 이상한 소리가 나오려는군요. 하지만 하늘 향해 주먹질이야 할 수 있습니까? 그나저나 더위보담도 이 가뭄이 정말 심상찮습니다. 저번에는 밭에 깨 만 터지게 되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깨마져도 하얗
요즈음 날씨 참 징하게 덥군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흔한 소나기 한번 오는 법 없이 어찌나 햇님이 위세를 부리는지 절로 비명이 나올 지경입니다. 곡식들도 새벽에만 조금 쌩쌩하지 산등성이로 해가 얼굴만 내놨다하면 축축 늘어져서 하루 종일 하얗습니다. 가뭄에 잘 되는 고추마저 너무 마르고 뜨거우니 열매가 쭈글쭈글해져서 여기저기 물을 주는 모습이 눈에 띱니다. 돌아다니면서 보면 오직 깨만 이런 날씨를 즐기는 듯 심어놓은 밭마다 아주 터지게 가득가득 찼습니다.입추가 지났으니 이제 보름 정도만 견디면 서늘한 바람이 좀 불어오겠습니다만 8월, 그리고 9월 달까지도 더위는 이어진다고 하니 처서 백로가 지난들 시원할는지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이 더위가 지나간 날이 많지 다가올 날이 많은 건 아닐 겁니다. 어찌
올 음력 유월 열이렛날은 양력으로는 7월 20일이었습니다. 큰 더위인 대서를 이틀 남겨 놓은 날이지요. 한마디로 여름의 더위가 절정인 때인데 이 날이 꼭 저희 아버님 기일입니다. 여름제사 지내보신 분들 다 아시겠지만 음식 한 가지를 하려해도 땀으로 멱을 감아야 하고 해 놓은 음식도 한 나절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음식을 거의 다 거실과 마주한 실내 주방에서 만드니 하루 종일 집안 전체가 그야말로 찜통속이 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희 큰댁이 에어컨이라도 있어서 견딜 만 했다는 것입니다.제사라고 서울에서 셋째 형님과 제 바로 위엣 누님이 내려 왔습니다. 큰 누님 둘째 누님과 큰 형님이 벌써 편안한 곳으로 가버렸으니 7남매 중 저를 포함해서 아들 셋 딸 하나 남았습니다. 올 제사는 조금 특
장마가 아직 물러가지 않은 폭폭 찌는 더위 속에서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깨밭을 맵니다. 올 깨는 두 번에 걸쳐서 300평정도 나눠 심었는데 지금 매는 것은 나중에 심은 것입니다. 처음 심은 것은 일찌감치 김매는 게 끝났지만 생각과는 달리 깨가 좋지 않습니다. 처음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릴 때 땅이 조금 말랐다 싶었어도 2~3일안에 비 온다는 말을 믿고 그대로 뿌렸어요. 그런데 비는 만족할 만큼 오지 않고 그대로 마른날이 계속되어 깨 씨앗이 갈 났습니다. 한꺼번에 고루 나지 않고 여러 날 동안 조금 조금씩 나는 것을 이 고장말로 갈 났다 합니다.깨는요, 습기가 적당하다면 3~4일이면 일제히 싹이 나는 작물인데 또 습기가 맞지 않으면 스무날이 지났더라도 나기는 나는 작물입니다. 그러나 깨가 그렇게 갈 나면 나중 거
모 심은 지 한 달 조금 지나니 논둑에 풀이 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트랙터에 거름 뿌리는 기계를 달고서 팰릿으로 된 유박이라는 거름을 뿌리면 논과 논둑을 구분하지 않고 뿌려지는 탓에 논둑의 풀도 거름기를 받아 잘 크나 봅니다. 논둑의 풀만이 아닙니다. 제초용 우렁이를 넣기는 했어도 여기저기 등이 나온 곳은 피도 많이 나왔습니다. 모가 한창 새끼를 치는 지금 풀을 한번 매주면 일도 수월하고 벼도 더 건강해지겠지요.논을 매려면 우선 논둑의 풀부터 깎아야 합니다. 좀 더 있어도 괜찮기는 하지만 논 맬 때 논둑이 개운하지 않아서 뱀이라도 나오면 조금은 거시기 하겠지요. 그래서 한나절은 예초기질을 했습니다. 집에서 논이 약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탓에 식전 일이라는 것은 할 수가 없어 늘 아침을 일찍 먹고 논
며칠을 망설이고 생각하다가 결국 하기로 했습니다. 모 때우는 일말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 공동체학교와 손모내기를 했는데 작년과는 달리 때우기도 그렇고 때우지 않기도 퍽이나 애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오전부터 모내기를 해서 일꾼들이 지치지 않은 까닭에 따복따복 모를 잘 심어 때워야 될 곳이 거의 없었죠. 그러나 올해는 이틀째 하는 모내기의 마지막 날 그것도 가장 나중에 심은 논이 저희 논이 되었으니 학생들이나 어른들이나 지칠 대로 지쳐서 때울 곳이 많이 생겨 버린 겁니다.처음 심어 놓고 논둑에서는 이리저리 쳐다봐도 잘 모르지요. 사흘째 되는 날 제초용 우렁이를 넣으러 안에 들어가 봤더니 어디라 할 것 없이 아주 애매한 상황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기계 이앙처럼 어디 한쪽만 쭉 빠졌다면
공동체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혼자가 아닌 학교 학생전체가요. 이 여행은 작년 가을 일본의 원폭 피해에 관련된 할머니들로 구성된 평화단체 회원 몇 분이 공동체학교를 방문하면서 초청 계획된 것인데 미래세대의 평화교육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초청에 따른 3박4일 동안의 체제비용은 그곳에서 부담하기로 하고 왕복 여비는 우리 쪽 부담의 조건이었고요.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폭위험이 일본에는 아직도 광범위한 지역에 그대로여서 여러 학부모들 사이의 의견은 여행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습니다. 특히나 공동체학교는 원전을 반대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전기. 석유의 절약은 물론 대체 에너지 생산의 실천을 고민해오던 중이었는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 여행이 학교의 교육방침에 틀리지는 않지만
미리 예정된 일이긴 했어도 이 바쁜 철에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날이 여름날씨가 된 탓에 몸에 걸치고 갈 것이 있어야지요. 집에서야 아침저녁은 쌀쌀하니 겨울옷을 입었다가도 벗어던지면 봄가을옷이요, 또 벗어 던지면 여름옷이 되지만 문 밖을 나서는데 그럴 수야 없었습니다. 그래 안식구 앞에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디서 들어온 헌옷 중에서 골라둔 양복저고리에 맞춰 입게 진한 색깔의 면바지 하나 사다 달라 부탁을 했지요. 돈도 주지 않고서 말입니다.마침 읍에 나갔다온 안식구가 바지 하나를 사왔더랬습니다. 원하는 색깔이 없다고 내가 말한 것보다는 좀 옅은 색을 사왔는데 안목 없는 제 눈으로 봐도 딱 촌스럽더군요. 아무리 이것저것 맞춰서 입어 봐도 영 어울리지가 않는
좋은 때 입니다. 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요. 천지사방에 울긋불긋 꽃이 피고 신록이 날마다 푸름을 더해가고 있으니 일 년 중에 아마도 나들이하기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끼어 있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애가 있으나 없으나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방안에 있기 답답하게 생겼습니다. 이놈의 황사와 미세 먼지만 아니라면 오늘 같은 주말엔 소풍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이 꽃보다도 더 알록달록 하겠지요.우리 집 마누라님도 어제 경기도 가평까지 꽃구경을 다녀오셨답니다. 이곳 단위농협에는 농가주부모임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해마다 한 번씩은 선진지 견학을 이유로 나들이를 하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봄에는 꽃구경이요. 가을엔 단풍구경이겠는데 평소에는 주로 봉사활
이번 주는 바쁘군요. 고추도 심지 않는 놈이 남의 고추 심는데 불려가서 한나절씩이나마 이틀을 일했지요, 면민의 날 행사라고 풍물 굿 한번 쳐 달라지요. 유기농 하는 친구들 씨나락 종자 친다고 공동 작업 하자고 날 받았다지요. 바로 이어서 못자리 골라 놔야지요. 마지막 일요일은 누가 또 결혼식이라고 봉투 들고 오라네요. 그려. 넨장맞을! 먹잘 것 없이 가랑이에 방울 소리 나게 생겼지만 그래도 다 신나고 재밌고 꼭 해야 될 일이지요? 그뿐 아닙니다. 몇 년 사이에 빈 땅에 엄나무를 약100여주 심어 두었는데 먼저 심은 것은 인제 수확이 나오기 시작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가시덩이와 혈투(!)를 벌이며 그걸 따야 합니다. 처음부터 팔 목적은 아니었으므로 이집 저집 나눠 먹는데 크고 탐스런 것들은 점잖은데 인사용으로
저희 집 뒷마당에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개미 한 무리가 삽니다. 물론 한 무리뿐만이 아니겠지요. 이름은 잘 몰라도 큰놈 작은놈 붉은놈 까만놈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도 수십 무리의 몇 천 몇 만인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의 눈에 몇 년 전부터 띠인 후 지금껏 한곳에서 세력을 불려 나가는 놈은 한 무리인 듯합니다. 저희 집 뒷마당엔 잔디가 심어져 있고 마당과 뒤뜰 사이에는 약 오십 센티미터쯤의 나지막한 돌담이 둘러 있습니다. 돌담 바로 밑에는 좁다란 화단이 담을 따라 만들어져 있고요.담 밖의 뒤뜰 저 멀리 대숲을 끼고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거름을 받아쓰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화장실을 하루에도 서너 차례는 드나드는데 저는 항상 버릇이 돼서 그곳을 갔다 오면 바로 담 밑 화단과 마당의 경계쯤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위해 아침 일찍 밖에 나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서리가 마치 눈처럼 오지 않았습니까, 온천지가 바늘 끝 같은 서리로 번쩍이는 은세계를 만들고 있는 그 장관은 아직 햇살이 올라오기 한참 전의 어둑한 여명 속에서도 잠깐 순정하고 찬란한 또 다른 세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날은 틀림없이 청명 그 자체일겁니다. 햇살이 퍼지기 직전부터 새가 여기저기서 울고 꽃망울이 벙글고 연못에선 올챙이 떼들이 고물고물 헤엄치고 멀리서 닭이 울고 굴뚝에선 흰 연기! 그렇습니다. 이렇게 아침 기온이 떨어진 서리 온 날의 굴뚝연기는 주변과의 온도차 때문에 유달리 희고 푸르고 풍성합니다. 그 연기 속에는 시래기 된장국이거나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섞여있습니다.오늘 아침은 조금, 아니
바라지 않던 일이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군요.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 구단을 연패시킨 것 말입니다. 1997년도이던가요. 아이비엠의 슈퍼컴퓨터 딥불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르프를 이길 때에 이미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들은 했다지만 컴퓨터 쪽에 전혀 소경이나 다름없는 저 같은 사람은 정말 이번 일을 두고는 결론부터 말하면 기분이 언짢고 더럽습니다.장기는 겨우 멱을 알지만 바둑은 돌 네 개 놓고 하나 따는 호구밖에 몰라도 저는 이번 대국에 누구 못지않게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왜냐고요? 바둑은 가로 세로 19줄의 반상위에서 둘 수 있는 수가 10의 360제승이라던가요. 달리 말해 이 우주를 가득 채운 원자의 수만큼 많다는데 하루에도 수만 번의 대국을 펼치고 수만 개의 기보
올 들어 처음으로 호미 들고 밭에 앉았습니다. 마늘밭 매려고요. 풀을 보니 마음이 산란하던지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아 땅거죽이 단단할 터인데도 안식구는 이른 아침부터 먼저 밭에 나가는군요. 지금이 꼭 웃거름을 줘야 될 때인데 마늘 싹이 올라온 구멍마다 마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자라서 저 위에 그냥 거름을 줄 수는 없겠지요. 해마다 늘 이맘때부터 풀을 매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풀이 자란 정도가 더 심합니다. 겨울날이 따뜻했던 까닭입니다. 하긴 저 놈의 풀이 지난 가을부터 수북수북 올라와서 그때도 한차례 뽑아주기는 했습니다만 지금은 매준 곳이나 매주지 않은 곳이나 구분이 되지 않는군요. 저는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와서 나가는 김에 부치려고 택배 세 개를 쌌고요. 택배도 세 개를 싸려니 한 시간
설 지난 지 일주일, 입춘이 지난 지는 아흐레째입니다. 간밤 빗속에서 마당 앞의 개구리가 요란스레 울어댔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펴놓고 연못에 가서 들여다봤더니 벌써 알을 두 무더기나 낳아 놓았군요. 대체 이 녀석들은 게으름이란 단어는 알지를 못하는가보다고 속으로 혼자 중얼거립니다. 하긴 일 년에 한번, 죽지 않으면 반드시 치러내야 하는 일이라 단 하루인들 허투로 보내버릴 수는 없겠지요.이에 반해 사람은 백배는 더 산다고 하지만 겨우내 놀기만 했던 버릇이 몸에서 떨어지질 않아 개구리 알을 보며 앞으로 일할 걱정으로 호시절 다가는 구나 싶은 생각만 듭니다. 그렇긴 해도 다져진 땅들을 맘껏 디디며 집도 돌아보고 냇가에도 가보고 아침을 먹고는 밭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겨울에 눈 덮인 속에서도 답답하면 방 밖에 나서
다시 눈 속에 갇혔습니다. 겨울에 한번은 기어이 오고야 마는 이 폭설이 며칠 전부터 간간이 조짐을 보이더니 드디어 어제 그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모든 것이 형적 없이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기온이 영하 7~8도로 떨어져서 온 눈은 녹지 않은데다가 그치지 않고 며칠을 줄곧 내리기만 하니 예보로는 30cm가 온다 했어도 40cm도 더 내려 쌓였습니다.바람이 몰아치니 울안이 온통 눈 천지입니다. 비를 들고 자꾸 쓸어내도 마루에는 금세 눈이 쌓이고 토방이고 어디고 가릴 것 없이 눈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지 아궁이에 불을 지펴놓고 집 주변과 변소 길과 샘까지 눈길을 겨우 틔어 놓았는데 그마져도 아침 해먹고 나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로 묻혀버리는군요. 길을 나선 차들이 저희 집 앞 도로에서
소한의 추위가 한창 일 때 서울로 갔습니다. 서울의 아침온도가 영하7~8도일 때 시골도 꽤 추워서 몸을 움직여 어디를 가는 게 걱정스럽기조차 하더군요. 그래도 가야만 하는 일, 큰누님과 매형의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세 번째인데 매형 돌아가셔서 초상 치르고 내려온 다음날, 그러니까 삼우제날 새벽에 누님마저 세상을 떠서 첫 번째 제사부터 두 분을 한날 모셨습니다. 그러니 더욱 가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다른 볼일도 있어서 한 사나흘 집을 비워야 되겠기에 여러 번 집 안팎을 둘러보았습니다. 그게 결국 불 단속 물 단속이어서 아궁이에서 긁어낸 재에 불씨는 남아 있지 않은지, 전기코드는 다 빼졌는지, 물이 얼 것에 대비는 되었는지, 문단속은 잘 되었는지 따위겠지요. 저 사는 곳이 산 밑 외딴곳이라 조금 더 마음
날마다 군침 흘리는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꿩 이야긴데요. 늦게 심은 것 같지도 않은데 지난 여름에 심었던 콩이 늦가을이 돼도 익지 않고 푸른데다 벌레 먹은 것도 너무 많아서 예초기로 그냥 쳐버렸다고 말씀드렸던 그 콩밭에, 글쎄 아침저녁으로 꿩이란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놈들을 어찌어찌 한 마리만 붙들면 하루는 참 맛나게 밥을 먹을
대설을 코앞에 두고 풀을 깎으려고 예초기를 둘러메다니 참 우스운 일입니다. 늦가을 날씨가 오랫동안 지짐거리며 따뜻했던 까닭이지요. 다른 곳은 하여간에 마당과 집 주변의 풀이 너무 보기 싫어서 그걸 정리하지 않고 쳐다보려니 정신조차 어수선하더군요. 그래 한나절 마음먹고 다시 기계를 꺼내었습니다. 된서리가 딱 한번 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서리를 맞고 죽은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