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지나친 감시·규제보다 자율적 운영 보장해야 

 

 

 국내 농산물유통은 일본의 상장경매제도를 모방한 탓에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앞서 늘 일본을 빼놓지 않고 벤치마킹을 하게 된다. 도매시장 개설자뿐만 아니라 도매법인, 학계 등 농산물유통 이해당사자들은 일본을 통해 농산물유통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 21일~24일까지 4일간 일본을 대표하는 토요스·오타 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본 역시 지방도매시장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며 존폐 위기에 내몰려 있는 반면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과감한 변화를 꽤한 도매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눈여겨 볼 점은 예약정가수의거래(예약상대거래)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상상경매는 10% 미만인 반면 예약정가수의거래는 90%에 달한다. 본지는 이번 일본 농산물유통 견학을 통해 총3차례에 걸쳐 기사를 게재코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과감한 변화 추구한 농산물도매시장만 살아남아
Ⅱ.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일본 도매시장 타산지석 삼아야 


Ⅲ. 도매시장 개설자 역할과 책임 기준이 필요하다 

 

 

 
개설자 역할과 책임 기준 마련돼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제1조에서는‘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 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 설립 목적도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즘의 도매시장은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개설자의 갑질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개설자가 오롯이 도매법인‘잡들이(?)’에만 혈안이 돼 도매법인 지정 조건, 이행점검지표 등 쓸모없는 규정을 마련해 도매시장 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설자의 역할은 자칫 모법인 농안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이행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더욱이 도매법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발할 경우 업무감사는 물론이고 소송도 불사할 만큼 막무가내 행정을 일삼고 있다.

 
더욱이 도매시장 개설자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관심도가 떨어져 도매시장 역할과 기능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대전 노은농산물도매시장, 울산농산물도매시장 등은 개설자의 전문성 결여와 막무가내 행정으로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개설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도매시장이 제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따른 행정력이 집중돼야 함이 마땅하지만 대부분 개설자들은 규제와 감시에만 사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설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도매시장 개설자 역할 ‘최소화’
 
일본의 경우 도매시장 운영과 관련해 국가의 공권력이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법 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도매시장법 목적 규정(제1조)에 있는‘도매시장 정비촉진’ 삭제, 국가는 도매시장정비기본방침과 중앙도매시장정비계획 책정에 관한 규정을 삭제해 도매시장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그간 농림부장관이 중앙도매시장 개설을 인가하던 것을 농림부장관이 개설자를 인정토록 했고 민간기업도 중앙도매시장 개설자가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개설자가 개설을 신청하면 일정 조건 충족시 농림부 장관이 중앙도매시장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도매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별로 출하자, 도매법인, 중도매인 등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시장거래위원회’가 구성돼 주요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앙에서는 시장거래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특별한 지침은 없다.


전국 64개 중앙도매시장에 시장거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시장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중앙정부 차원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도매시장별로 알아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에 상주하고 있는 공무원의 권한은 최소화로, 시장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 관리 분야 등 제한적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도매시장 운영과 관련해 법에서 정한 기준이 있지만 최근까지도 단 1건의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경도는 11개 중앙도매시장(축산물 공판장과 유사한 식육시장 포함)의 개설자로 본청의 118명이 정책과 시설 및 재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청과부류 도매시장별 관리 인력은 도요스시장 59명, 오타시장 30명을 제외한 8개 도매시장 평균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농산물공사, 일본 도매시장 운영 배워야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은 가락시장보다 매출이 월등하면서도 지도·관리하는 공무원의 인원수가 최소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양곡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의 정원은 364명에 달한다. 서울시의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20년 기준 매출액은 784억여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40억7천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의 대다수는 건물 임대수익이다. 


문제는 공사가 규모가 커진 반면 도매시장 활성화에는 역할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도매시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유통인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농업인들이나 출하자들은 공사가 도매시장과 호흡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가락시장이 가장 활기를 띄는 시간이 야간과 새벽 시간인데 이 시간대 근무하는 공사 직원은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도매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공사가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공사 따로’ , ‘도매시장 따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도매법인들이 통제범위에서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업무감사는 물론이고 소송도 불사해 군기 잡기에만 혈안이 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총장은 “공사가 개설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 도매시장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주는데 안간힘을 쏟아야 한다” 면서 “물류효율화를 목적으로 표준하역비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을 필요로 하는 하역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공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다” 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단순히 사람 인원수로 효율화를 따지는 것이 모순될 수 있지만 적어도 공사는 일본처럼 공사를 슬림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면서 “도매법인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매출 신장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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