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유통 선도해야 살아남는 日도매시장

글 싣는 순서

Ⅰ. 과감한 변화 추구한 농산물도매시장만 살아남아
Ⅱ.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일본 도매시장 타산지석 삼아야 
Ⅲ, 도매시장 개설자 역할과 책임 기준이 필요하다

 

국내 농산물유통은 일본의 상장경매제도를 모방한 탓에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앞서 늘 일본을 빼놓지 않고 벤치마킹을 하게 된다. 


도매시장 개설자뿐만 아니라 도매법인, 학계 등 농산물유통 이해당사자들은 일본을 통해 농산물유통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 21일~24일까지 4일간 일본을 대표하는 토요스·오타 농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본 역시 지방도매시장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며 존폐 위기에 내몰려 있는 반면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과감한 변화를 꽤한 도매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눈여겨 볼 점은 예약정가수의거래(예약상대거래)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상상경매는 10% 미만인 반면 예약정가수의거래는 90%에 달한다. 본지는 이번 일본 농산물유통 견학을 통해 총3차례에 걸쳐 기사를 게재코자 한다. 
 

오타시장 경매장을 2층으로 확대하는 공사가 진행 중
오타시장 경매장을 2층으로 확대하는 공사가 진행 중

 

 


■ 무한 경쟁시대 돌입한 日도매시장


일본은 현재 전국 65개의 중앙도매시장과 908여 개의 지방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매년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경쟁시대 변화를 거부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도매시장은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5년마다 도매시장정비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최근까지도 농산물 유통에서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통경로를 보다 단순화해 이윤 추구를 최대화하고 있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직거래 시스템이 보다 활성화되며 농산물 유통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은 도매시장 경매제도를 지난 2018년 큰 폭의 개혁을 단행한 뒤 2020년에 개정 도매시장법을 공포했다. 시장 개설과 유통 주체들에 대한 허가 및 규제는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거래 제도는 개설자와 유통 주체들이 알아서 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개혁 이후 도매시장의 폐쇄, 도매법인의 도산이 이어졌다. 도매법인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했고 도매법인도 하나로 통일됐다. 도매시장 유통은 대도시, 대형 도매시장 중심으로 집중되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대신 대형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다른 중앙 도매시장과 지방 도매시장의 연계가 강화됐다. 일본은 유통 주체들이 물류시설을 짓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물류시설이 확충되고 시설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매시장의 가공 소포장, 구색 맞춤 등 물류센터 기능도 확대됐다.

 

토요스시장 내부
토요스시장 내부

 

■ 일본 농산물도매시장 변화는 시대흐름


일본의 수도 도쿄에 위치한 ‘오타중앙도매시장’. 총 38만㎡의 면적으로 지난 1989년 개장한 오타시장은 도매시장 중 일본 내 최대 규모의 거래량을 자랑하는 일본 제1의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다. 


특이한 것은 일본 중앙도매시장의 경매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오타시장도 경매 비율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기존 상장경매제도에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오타시장은 당초 방문 구매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던 시장에서 구매자 주문에 대응해 적시·적품을 공급(배송)하는 시장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 때문에 개장 당시 가장 필요한 시설수요는 넓은 주차장이었지만 현재는 복합물류센터기능이 자리잡을 부지가 요구되고 있다. 취급 물량 증가와 정가·수의매매 확대에 따라 반입농산물의 하역·보관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오타시장 도매법인 동경청과는 도매시장 인근에 창고를 임대해 연간 4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마저도 부족한 동경청과는 경매장을 2층으로 복층화 공사를 단행 중이다. 


오타시장의 청과류 물동량은 9개 도쿄 중앙도매시장의 약 50%, 65개 전국 중앙도매시장의 13.5%를 점유하고 있으며, 화훼시장 또한 일본 전체 물동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단연 독보적이다.


오타시장에 인접한 토요스도매시장은 기존 쯔끼지 도매시장에서 10분 떨어진 곳으로 지난 2018년 신축 이전했다. 새롭게 신설된 시장인 만큼 최신 설비가 도입됐다. 완전 폐쇄형시설이 설치돼 도매시장 내 실내 온도는 상시 22℃를 유지하고 있다. 또 장내 차량진입이 불가하고 자동입체저온창고, 상품화시설 운영 등 차별화를 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토요스시장 중도매인 점포
토요스시장 중도매인 점포

 

 

■ 경쟁력 확보위해 인수합병 활발


일본 농산물도매시장은 수익을 내는 몇몇 도매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용이치 않은 도매시장은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다. 


민간이나 지방 도매시장의 경우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도매시장법 개정 전 1,060개 지방시장은 현재 899개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중앙도매시장도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시장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매법인인 시티청과, 동경청과 등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같은 도매시장에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가 한곳으로 합치면서 생존방안을 모색한 것. 


시티청과 스즈키 토시유키 사장은“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면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경쟁상대가 사라지면서 생각만큼 수익성이 좋지는 않다”면서“일본은 농업인들의 고령화 등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도매시장은 여전히 많아 무한 경쟁시대에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타시장의 도매법인 동경청과도 최근 간다청과를 인수합병했다. 일본 최대 쌀 도매회사인  신명은 농산물유통에 진출하면서 시티청과 지분 50%를 인수한데 이어 오타시장 간다청과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먼저 감지한 동경청과가 간다청과를 인수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쓰비시 등 대형 상사들도 농산물 도매법인 인수를 통해 물류 거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도매법인들은 바짝 긴장 중이다. 자칫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경영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경청과 마사유키 토미타 부장은 “일본에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도매법인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면서 “도매법인의 경쟁력은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구성원들과 쉼없는 소통으로 변화를 선도해 가는 것” 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위태석 연구관은 “전국으로 수집 능력을 확대하고 물량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회사는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도매시장 거점 영역에 매진한 도매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시장은 많고 물량은 적은 현실에서 산지는 높은 값을 쳐주거나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 도매시장은 설자리를 잃어 가는게 당연한 순리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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