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과 보리 재생

금년 전국 108개소 생육관찰포에서 조사한 보리생육은 1월 상순과 2월 중순의 혹한으로 생육재생은 평년보다 1∼4일정도 늦어졌고 생육진전이 다소 늦지만 전반적 생육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 시간에 맞추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이후 3월 중순까지 적온 적습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앞으로 좋은 보리 작황이 전망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가을에 파종한 보리는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잔다. 그러나 보리는 월동을 시작해 이듬해 초봄 때까지 환경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한해(寒害) 피해가 일어난다.

한해의 종류에는 식물체의 조직이 얼어죽는 동해, 봄철 서리에 의한 유수의 퇴화 및 불임현상인 상해, 토양 중의 수분이 얼음
층을 형성해 보리의 뿌리를 끊어버리는 상주해(霜柱害) 등이 있다.

이중 동해는 저온으로 인해 식물체 조직 내에 결빙이 생겨 조직이 동사하는 경우인데 보리에 있어서 초기에는 고엽(枯葉)이 발생하다가 심하면 고사경(枯死莖)이 발생하게 된다.

동해는 세포내 결빙과 세포 사이의 결빙이 있는데 세포내 결빙은 거의 치명적이나 세포 사이의 결빙은 조직이 죽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세포 사이의 결빙은 얼음이 녹을 때 피해가 큰데 이는 햇볕이 잘 안 드는 불량한 곳에서 자란 보리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보리가 동해를 더 많이 받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겨울잠을 자는 보리는 동물들이 겨울 준비를 하듯 당연히 겨울이 오기 전에 몸을 가꿔야 한다. 즉 적정 비료량을 시용하고 월동 전 잎이 5∼6개정도 되게끔 날짜를 맞추어 파종한다.

이때 기비로 시용하는 인산은 세포막의 구성물질인 인지질 합성을 촉진하고 기능을 강화해 내한성을 높이며, 칼리는 세포액에 이온 상태로 존재해 안전 장력을 유지함으로서 내한성을 키워준다.

또한 보리를 밟아 줌으로서 체내 수분을 감소시키고 세포액의 농도를 높여줘 동해와 상주해의 피해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보리는 수원에서 영상의 기온이 계속되는 2월 하순경이면 잠에서 깨어나 새 뿌리가 돋아난다. 이른바 생육 재생이다. 이때는 보리에게 몸보신하라고 추비도 줘야 한다.

그런데 겨울이 난동인 해는 때를 모르고 일찍 깨어 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내한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쉽게 봄철 저온에 의한 상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게다가 어느 해는 너무 일찍 출수해 제 수량을 못 낼 때도 있다. 하기야 제 때를 알지 못하고 일찍 깨어나면 이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보리는 곰처럼 겨울잠을 잘 때는 자야만 한다. 이 또한 출수를 위한 생리현상이다. 흥미롭게도 겨울잠을 자는 보리는 깨어날 때를 안다.

자칫하면 때를 모르고 쉽게 행동하기 쉬운 사람보다도 훨씬
사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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