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토종벌 위기 대응 바이러스 저항성 품종 개발
낭충봉아부패병 이기는 ‘한라벌’… 폐사율 ‘0% ’ 기록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농업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비용절감과 현장적용 효율성 제고 등의 다양한 연구를 국립농업과학원이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 ‘작물 수분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개시스템 개발’ ,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기후 관련 연구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본보는 농과원이 R&D 우수성과로 추천한 분야별 연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토종벌 전멸 시키는 ‘낭충봉아부패병’

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의 에이즈로 불릴만큼 강력한 바이러스로 발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첫 발병 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2년 만에 봉군수 75%, 농가수 79% 감소했고, 현재까지 토종벌의 70%가량이 폐사하는 등 만성화된 토종벌은 질병에 시달리며 개체수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다른 바이러스의 병해발생과 마찬가지로 숙주세포에 부착 후 바이러스 방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증상을 나타낸다.


이 이름처럼 병에 걸려 폐사한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마치 물주머니와 같이 부패한다. 또 일벌들이 매일 수많은 애벌레 사체를 빼내서 버리는데, 이로 인해 수명이 줄거나 생산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특히, 감염이 확산되면 토종벌의 경우, 애벌레가 거의 다 빼내어지고 일벌들도 봉군을 떠나기 때문에 봉군붕괴현상도 나타난다. 그래서 봉군 주위에 빼내어진 애벌레가 발견되면 농가들은 바이러스 항원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서 검사결과에 따라 낭충봉아부패병 진위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 


이처럼 낭충봉아부패병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으며, 증상을 보이는 봉군을 즉시 격리해 다른 봉군에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립농업과학원에 국내는 물론, 세계최초로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품종이 개발해 보급하는 등 꿀벌 우수품종의 개발과 보급을 통한 농가 생산안정화 기술개발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저항성 품종 ‘한라벌’ 개발

낭충봉아부패병은 한번 발생하면 98% 이상 폐사하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반경 5~6㎞의 일벌 10만마리에 병을 퍼뜨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해결의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질병계통성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최용수 박사가 개발해 2019년부터 보급중인 세계 최초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품종인‘한라벌’과‘백두벌’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라벌과 백두벌은 연구진이 2009부터 전북 강진과 경북 구미, 경남 통영 등 10개 지역에서 토종벌을 수집한 뒤 바이러스를 주입해 살아남은 개체를 끊임없이 계대 사육했다. 계대 사육은 계통적으로 세대를 이어 나가는 사육 방법이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저항성이 아주 뛰어난 모계 1계통과 저항성은 다소 약하지만 번식 능력이 뛰어난 부계 1계통을 선발했다. 그리고 이 둘의 교잡으로 저항력과 번식력이 뛰어난 새 품종을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순계유지를 위해 인공 수정 기술과 빠른 질병 저항성 검정을 위한 애벌레 실내 사육 기술도 확립했으며, 기존에 꿀벌 육종에 15년이 걸렸으나 7년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들 토종벌은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어른벌레까지 일벌출현율이 79.1%(농가 사육종 7%), 일벌수명 21일(감염 재래종 11일), 벌꿀생산량은 1통당 4.8kg으로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하기 전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 또, 유충 체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하더라도 질병의 발병 및 일반 토종벌에 전염을 유발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라벌, 폐사율 제로…수밀력도 우수

한라벌과 백두벌은 바이러스 감염 꿀벌 봉군에서의 폐사율 0%를 갖고 있다. 기존 봉군이 100% 폐사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성과다. 또, 현장에서는 토종벌 멸종 위기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완전한 저항성을 획득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용수 박사가 한라벌의 형질 특성을 연구해 한국양봉학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한라벌의 경우에는 24시간 후 약 69%의 비율로 죽은 번데기 사충을 완전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돼 농가의 관행 사육 토종꿀벌이 61.7%인 것과 대비해 약 11% 정도 청소행동력이 우수한 것이 확인됐다. 


또,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신품종 봉군에 인위적으로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감염시켜서 발병 유무를 확인한 결과, 한라벌은 바이러스 감염 전 번데기방의 수가 약 3,877개에서 인공감염 45일 경과후에도 약 3,592개를 유지해 유충 단계에서 질병 발생이 없었다. 이밖에 농가에서 관행적으로 사육하는 토종꿀벌의 일벌 개체 당 벌꿀 수집량이 20.7mg에 비해 일벌 개체당 벌꿀 수집량이 23.7mg으로 약 12.6% 정도 수밀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앞서 말한대로 인공수정기술과 유충실내사육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기술은 기존 토종벌 육종기간이 15년 이상 소요되던 것을 7년으로 단축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의 개발로 실내에서 토종벌의 질병저항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양봉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실외에서 시험하는 것과 비교해 5배 이상의 시험을 반복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면서 바이러스 발생 이전인 2009년 이전으로 토종벌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꿀벌 증식장 조성 등 보급 확대

농촌진흥청은 토종벌 신품종 증식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만1,600봉군 이상을 보급했고, 2022년 기준 전국 토종벌 농가 80% 이상에 한라벌이 보급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충남 금산군의 경우 2021년부터 지역 내 양봉농가를 중심으로 한라벌 보급·증식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20여 농가, 1,200여군으로 증식에 성공했다. 


금산군은 내년까지 한라벌 2,000여군 이상 증식을 목표로 하고, 꿀 생산성을 높이는 토종벌 회전식 벌집틀 보급과 벌 소멸 방지 기술 전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올 초부터 꿀벌 안정 공급 대책의 하나로‘꿀벌자원 육성품종 증식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꿀벌 증식장은 충남, 전남, 경북 총 3곳에 설치되는데. 세부적으로는  우수한 품종 생산을 위해 다른 벌이 없는 격리된 지역이면서 벌의 먹이인 밀원식물이 풍부한 지역에 조성된다. 


증식장에는 수벌의 정액을 채취해 여왕벌에 주입해 인공 수정하는 인공 수정실을 비롯해 꿀벌의 질병 저항성을 연구하는 질병실험실, 인공사육실 등 우수 꿀벌 품종 증식을 위한 연구기반시설이 들어선다. 


농진청은 꿀벌 증식장이 완공되는 대로 한라벌과 벌꿀 다수확 품종인 ‘장원벌’등 꿀벌 증식에 착수하고 양봉농가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보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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