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농업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비용절감과 현장적용 효율성 제고 등의 다양한 연구를 국립농업과학원이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 ‘작물 수분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개시스템 개발’ ,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기후 관련 연구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본보는 농과원이 R&D 우수성과로 추천한 분야별 연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국립농업과학원 생산기반안전연구실 연구원들
국립농업과학원 생산기반안전연구실 연구원들

 


 기후변화 취약한 노지…물관리 기술 필요

최근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농업 도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농업 현장에 접목한 스마트팜을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기준 시설재배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한 농가는 대략 460여 농가이다. 하지만 노지재배의 적용은 270여 농가로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노지재배는 재배 여건 특성상 가뭄 등 기후여건 변화에 취약하며 적정 물관리 여부에 따라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스마트농업에 적용할 때 물관리에 대한 기술 연구와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에서는 노지재배 작물을 대상으로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물 부족 중산간지 밭작물 재배를 위한 접이식 물팩과 노지 밭작물재배용 스마트 관개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토양과 기상요인 등 생육환경 변화에 따라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계측하고 정량화해 작물이 겪는 수분스트레스를 관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과수 노지 스마트 관개시스템
과수 노지 스마트 관개시스템

 

작물 수분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개시스템

토양의 수분함량 또는 작물의 증발산량에 근거해 관개시스템을 운용하는 방법은 토양의 이질성과 시·공간적 변이같은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관개시기와 필요용수량이 부정확하게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작물의 생체정보인 기공 전도도, 엽수분포텐셜과 같은 작물체가 겪는 수분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다.

수분스트레스는 뿌리에서 흡수하는 수분의 양이랑 식물성장이나 생육에 필요한 수분, 그리고 대기로 증산되는 수분의 양의 균형이 맞지 않는 때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비교적 정확성이 높지만 측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고, 시·공간 변이분석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에 농업공학부에서는 작물의 생체정보인 잎의 온도를 계측해 작물 수분스트레스지수(CWSI)를 산정하고 관개시기와 관개량을 자동 산정하는 생체정보 기반의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작물체 내에 수분부족이 지속되면 기공팽압 감소와 증산작용 저하 등으로 인해 작물의 잎의 온도가 상승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개발된 시스템을 사과와 복숭아 재배에 적용해 효과를 분석한 결과, 복숭아의 경우 관행재배 수준의 당도(12브릭스)를 유지하면서 과실의 무게는 26% 증가했다. 사과의 경우 관행재배 대비 과일 무게 14%, 당도 8%,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함량은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수는 25∼31% 절약됐으며, 물관리 노력 또한 95% 감소됐고 작물체의 수분스트레스는 27∼34% 감소했다. 농업용수는 31.0% 절약되고 관개에 필요한 노력이 95.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술은 농업관련 전문산업체에 기술이전 했으며 2021년도에 30개 농가현장을 대상으로 시범보급을 하는 등 확대 중이다.

 

토양수분· 기상정보 기반 스마트 관개시스템

통상적으로 노지재배에 자동 관개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토양수분에 근거해 제어한다. 작물별 적정 토양수분 기준값을 설정하고 그 이하의 토양수분 상태가 되면 부족분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농업공학부가 개발한 스마트 관개시스템은 토양수분과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고, 토양수분함량 변화에 따라 관개시기, 관개량 같은 최적의 관개기준을 설정하고 토양에 따른 물의 이동 특성을 분석해 적정 관개 패턴을 결정한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무선통신을 이용해 측정데이터를 송수신하며, 전자밸브, 무접점 릴레이 등을 사용해 제어 알고리즘에 따라 용수 공급 펌프를 제어한다. 


또, 관개 이력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필요한 관개량을 예측할 수 있다. 작물 재배 시기에 따른 적정 토양수분 기준을 사용자가 시스템에 입력할 수 있으며, 필요 수량을 현장 여건에 따라 일괄 또는 간단관개 방식 등 다양한 패턴의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예기치 않은 일정량 이상의 강우 발생 시 즉각적으로 용수 공급을 중단하거나 강우 예보에 따라 관개 대기 시간을 부여하는 기능 등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증발산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관개량을 산정한다.

시스템 운용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앱과 인터넷 웹페이지를 통해 농장의 토양수분변화, 기상정보, 관개시설 운영정보 등 작물 재배에 필요한 정보를 농업인에게 제공하며 필요시에 모바일 앱을 통해 수동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개발된 시스템을 블루베리 재배 농가에 적용해 설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관행 대비 농업용수가 31.0% 절약되고 관개에 필요한 노력이 95.0%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수확량은 34.0%, 과실 크기는 8.7%, 과실 무게는 25.4%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물 부족 중산간지 용수공급을 위한 접이식 물팩
물 부족 중산간지 용수공급을 위한 접이식 물팩

 

물 부족 중산간지 밭작물 재배 위한 접이식 물팩 

관개시설이 없는 중산간지 밭작물 재배에 이용할 수 있는 이동식 물팩도 개발했다. 강우 후 산간 소류천에 흐르는 물을 여과·집수·저장해서 소규모 밭작물 관개용수로 공급할 수 있는 장치이다. 집수장치로 들어오는 물을 자연낙차를 이용해 접이식 물팩에 저장해 두었다가 가뭄 등 용수 부족시 밭작물에 공급할 수 있다.

분리가 가능한 집수장치, 물팩, 여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팩을 접을 수 있어 이동이 용이하다. 또한 설치 소요면적이 작아 기존 용수 저장조 도입이 어려운 곳에서 적용 가능하다. 현장 여건에 따라 사용 가능하도록 10톤과 30톤 용량의 집수용 물팩을 산업재산권 출원했으며 기술이전 업체를 통해 전국 약 100여기를 보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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