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답직파 등 효율적 농업 시도… “생산비 줄이고, 가격은 높일 것”

충청남도 서산시의 서산간척지(AB지구)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0년에 공사를 시작해 1995년에 완공한 곳이다. 정 회장은 일명 '정주영 공법' 으로 불리는 유조선 공법을 동원해 방조제를 쌓아 옥토를 조성했다. 


특히, 서산간척지는 주변에 산이 없어 햇볕이 충분하고, 유기물이 풍부해 밥맛이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다. 서산시쌀연구회는 주로 서산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모여 고품질 서산쌀의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서남부 해안지의 대표적인 쌀 주산지

서산시쌀연구회는 결성 21년 차로 지역의 다른 품목연구회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100여명에 이르는 회원이 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 농가들은 서산간척지와 그 외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다른 지역과 달리 5만평에서 20만평 이상의 대규모로 짓고 있다.


원종복 회장은 “여기는 간척지라 개인도 농사를 짓는 면적이 넓은데, 서산에서도 부석면이 가장 넓고, 대산읍에서 당진 석문읍을 연결하는 대호지구도 넓은 구역에 속한다” 면서 “우리는 간척지를 기회의 땅으로 부를 정도로 오랜세월 여기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고 말했다. 


서산AB지구 간척사업을 통해 매립된 지역의 면적은 총 154.08㎢로 A지구가 96.26㎢, B지구가 57.8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발된 농지의 면적은 A지구 63.83㎢, B지구 37.49㎢를 합쳐 101.32㎢에 이른다.


원 회장을 비롯해 서산시쌀연구회 회원농가들이 주로 재배하는 품종 삼광과 친들, 예찬 등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삼광은 벼와 쌀, 밥까지 3번 빛난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을 갖게 됐고, 단백질함량이 낮아 찰기가 적당하고, 식감도 부드럽다. 친들은 서남부 해안지와 평택 이남의 평야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밥맛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예찬은 찰기가 적절해 식감이 우수한 품종이다.


원 회장은 “삼광이나 예찬은 품질도 좋지만 정부 공공비축미이기 때문에 농가들의 재배량이 많다”면서“우선은 서산 쌀은 품질이 우수하다보니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고, 일부 농가는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답직파’ 성공적, 보급에 앞장

최근 서산시쌀연구회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인건비와 농자재값 상승으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답직파’ 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종복 회장은 자신의 벼 재배면적 12만여평 가운데 3만여평에서 건답직파를 해 곧 수확을 앞두고 있고, 일부 회원농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건답직파는 볍씨를 논에 직접 뿌려 벼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이앙재배에 비해 입모 불안정, 액미 발생, 생산량 감소 등의 어려움 등의 단점이 있지만 생산비 절감, 작업의 간편성 같은 장점도 갖고 있다.


원 회장은 “재작년부터 건답직파 교육을 받았고, 당시 교수님이 논의 균평이 안 돼서 실패했다는 이야기에 균평만 잘 하면 성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면서 “첫 해 70~80% 정도 성공했는데, 그동안 건답직파에 대한 단점이 많이 거론됐지만 나와 우리 연구회 같은 경우에는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올해는 오히려 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우리 논에 와서 보시라고 할 정도로 자신있게 농사를 짓고 있다” 고 말했다.


원 회장의 경우 트랙터에 부착하는 건답직파 전용 파종기를 사용하고 있고, 레이저 균평기까지 활용하고 있다. 원 회장은 “건답직파는 못자리를 안해도 되기 때문에 비용과 인력을 아낄 수 있고, 직파를 한 후에는 다른 농사도 병행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면서“연구회 안에서도 차츰 관심이 커져가는 단계인데,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더 적합하고, 젊은 친구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농법이다” 고 말했다.

 

밀묘, 드문모 등 다양한 농법 시도

서산시쌀연구회는 밀묘와 드문모 심기를 수년간 하고 있다. 밀묘는 벼 육묘상자당 볍씨를 250~300g을 파종해 15~20일간 육묘 후 주당 3~5본, 평당 50~60주를 이앙 재배하는 기술이다. 10a당 모내기에 소요되는 모판 수가 60주로 심을 때 13장 정도로 가능해, 기존 이앙 대비 모판 수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드문모 심기는 파종량을 늘려 육묘상자당 모내기 가능한 모의 수를 늘리고 이앙할 때는 심는 모의 수를 줄여 단위면적당 필요한 육묘상자의 수를 줄이는 재배기술이다. 기존 관행농법보다 이앙에 사용되는 육묘상자 수는 50~60%, 파종부터 이앙까지 노동시간은 10a당 1.9시간으로 노동력은 27%, 비용은 42% 줄일 수 있다. 


원 회장은“드문모는 모와 모사이가 넓어 햇볕을 많이 받고, 통풍도 잘 돼 벼가 튼튼하다”면서“그렇게 농사를 지어도 총 생산되는 양에는 변함이 없어 훨씬 수월해 우리 연구회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산시쌀연구회는 품종 선택과 재배 노하우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분기에 한 번 이상은 선진지, 농업기술원 견학을 가거나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갖고 있고, 이런 자리에서는 회원농가들 사이의 토론이 벌어진다. 


원종복 회장은 “지금은 회원농가들이 농사 짓는 기술이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되어있는데 그래도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시도하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면서“올해도 모이면 쌀값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고 말했다. 이어 “쌀값은 최소 20만원 수준은 돼야 하는데 매번 정부나 장관의 의지에 따라 정책이 자주 바뀌다보니 농가들은 혼란스러워 일관성이 유지되길 바란다” 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몇 년 째 답보 상태인 쌀 의무자조금의 도입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생산비 절감, 고품질로 제 값 받고 싶어”

서산시쌀연구회의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는 생산비 절감이다. 그나마 벼농사는 기계화로 인해 농사가 수월해졌지만 쌀값이 제자리이고, 자재값은 올라가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에다, 새로운 품종과 농법이 개발되어서, 농업인들이 많은 시도를 해봐야 농업이 발전한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원종복 회장은 “나도 젊었을때는 소로 논도 갈아봤는데, 지금은 드론으로 20분이면 약도 만평 정도는 줄 수 있고, 세상이 획기적으로 변했다” 면서 “생산비용은 적게 들이고, 쌀은 고품질로 만들어 내고, 가격은 잘 받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 말했다.
300평당 600kg 생산하는 것을 400kg 정도로 줄이고, 600kg 생산하는 정도의 가격을 받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 농업인들의 농사기술은 전 세계 어디를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시대가 농업인들의 마음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면서 “건강이다, 다이어트다 해서 텔레비전에 백색의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쌀이 주범으로 몰리고, 소비량도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한편, 서산시쌀연구회는 결성 초기부터 지역의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거의 매년 600~1000kg 정도의 쌀을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 등에 전달하고 있다.


원 회장은 “연구회의 목적은 농사를 잘 지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지만, 지역의 벼농사를 리드하는 공익적인 역할도 있기 때문에 기탁을 하고 있다”면서“돈도 잘 벌고, 사회환원도 적절하게 하는 연구회가 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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