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면적 110배 농작물 피해, 가축 82만5천마리 폐사 ‘진행형’
13곳 특별재난지역 선포…병충해·가축전염병 등 대책 부실해 ‘2차 피해’ 우려

 

지난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한 인삼밭. 3년근 인삼이 침수 피해로 진흙탕 속에 널브러져 있다. 상품성을 잃고 썩어버린 인삼을 바라보는 농민의 얼굴이 허탈하다. 
지난 18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한 인삼밭. 3년근 인삼이 침수 피해로 진흙탕 속에 널브러져 있다. 상품성을 잃고 썩어버린 인삼을 바라보는 농민의 얼굴이 허탈하다. 

 

들판에 서 있는 농민은, 홍수가 지나간 이 자리가 자신의 땅이라고 짐작되긴 한다. 콤바인 엎어진 양갈래로 큰 강줄기가 유유히 흙물을 담고 흐른다. 땡볕 아래 흙 앙금을 그대로 입고 모습을 드러낸 벼는 누가봐도 수확기까지 살아날 재간이 안보인다. 진흙 펄로 채워진 축사 모퉁이에 달달 떨고 있는 한우 중송아지가 보인다. 


19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는, 나흘전 지천 제방 둑이 무너지고 한차례 빗줄기가 더 쏟아진 뒤, 햇빛 아래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눈대중으로, 무너진 하우스시설 피해규모를 가늠하는 사이, 병충해의 선전포고가 시작됐다. 검게 물먹은 사과·배·복숭아 과수, 허옇게 마른 진흙을 감고 있는 고구마줄기와 콩 덩쿨, 일렬로 쓰러진 고춧대, 잠깐 수확을 늦춘 옥수숫대는 펄에 묻혀있고…, 모두 잠재된‘병해충 사단’이다.


가공할 위력의 강렬한 햇빛과 높은 습기는, 탄저병·벼잎마름병·잿빛무늬병·잎도열병·흰잎마름병·흑명나방 등 수도 없는 병해충을, 벼를 비롯한 농작물에 확산시키고 있다. 


가축을 키우는 농가들도 예외없이‘2차’ 공격을 받고 있다. 강원도 철원 양돈 축사에서는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오염원 전파의 가능성이 전국 어느곳이든 높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77만마리까지 폐사한 육계·산란계·종계 등 닭은 질병위험이 더욱 크다. 밀폐형 닭장에서 주로 키우는 육계는 침수는 물론, 환경적 스트레스에도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홍수를 피했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고온다습을 예측해보면, 닭장의 피해는 진행형이다.

 

괴산댐에서 방류하고 흘러넘친 물이 불정면,  감물면 등 저지대를‘물바다’로 만들었다. 농경지는 물론 주택마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사진=전국특별취재팀
괴산댐에서 방류하고 흘러넘친 물이 불정면,  감물면 등 저지대를‘물바다’로 만들었다. 농경지는 물론 주택마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사진=전국특별취재팀

 

■ ‘1억평 규모’의 농작물 피해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농민들은 지난달 26일부터라고 말하는 호우로 인한 피해는 여의도면적의 110배 규모에 달하는, 농작물 3만4천 여ha 침수·낙과 피해를 가져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농식품부에 따르면 20일 06시 기준, 농작물 3만4천583ha(1억400평 규모, 침수 3만4천354, 낙과 229) 피해를 입었고, 가축 82만5천마리가 폐사했다. 피해 가축은 대부분 육계 등의 닭으로 76만9천100마리(육계 59만1천300, 산란계 8만9천500, 종계 8만8천300)가 폐사했고, 오리 4만4천900마리, 돼지 4천300마리, 소 400마리 등이다. 최근 5년간의 풍수해 피해 가운데 가장 많은 폐사가 발생했다.
농경지 574.1ha가 유실되거나 매몰됐고, 축사 36.4ha·비닐하우스시설18.2·인삼시설4.1 등 총 58.9ha(17만8천평 규모)의 농업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 


  
■   특별재난지역 무슨 지원해주나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13개 지자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재가해 선포했다. 세종시, 청주시, 괴산군, 논산시, 공주시, 청양군, 부여군, 익산시, 김제시 죽산면, 예천군, 봉화군, 영주시, 문경시 등이다. 윤 대통령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에게 신속히 피해복구를 지원하고 관계기관은 총력 대응토록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다른 지역 또한 피해조사가 완료되고 선포기준이 충족 되는대로 추가적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지자체 부담의 지방비 일부를 국고로 추가 지원하고, 간접지원 형태의 12개 항목이 추가된다. 농업 종사와 관련된 지원 항목은, 국세·지방세 납세 유예, 1년간 국민연금 납부 예외, 상하수도 요금 감면, 재해복구자금융자(농업부분은 농협을 통한 1.5%금리 5년거치 10년상환 조건 등), 농기계 유·무상 수리, 재해복구를 위한 지적측량 수수료 50% 감면, 과태료 징수 유예, 자동차 검사기간 연장·유예, 생활도움서비스 및 심리·정서 지원(여가부), 경영회생농지 매입 지원 농가 임대료 감면(당해연도 임대료 감면), 공공임대 주거 지원, 건강보험료 감면 및 연체금 징수 제외, 전기요금 감면(피해기간 1개월분 면제), 도시가스·지역난방요금 감면, 통신요금 감면, 전파사용료 감면, 농지보전부담금 면제(부지 총 면적 660㎡이하만 해당), TV수신료 면제, 우체국예금 수수료 등 면제 등이다.   

 

논산천  제방 붕괴
논산천  제방 붕괴

 

■ “대파대·농약대…효과없다”

농식품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별개로 농작물 피해복구·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주력하는 부분은 농작물 병충해 등 2차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축사시설 방역관리 또한 집중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수급관리를 위한 주산지 모니터링, 피해조사, 농기계 수리, 병충해 예방·방역, 재해보험 관련 조사 등에, 농가 입장에서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렇듯 한편에선 피해조사가 한창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농약대·대파대 활용방안을 검토해야되기 때문이다. 피해농가의 해당작물이 포기상태면 대파대, 살릴 가능성이 있으면 농약대를 선택 지원하게 된다. 문제는 농약대나 대파대 어느쪽을 선택하더라도 피해규모의 5% 남짓 밖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 영농비 지원에 현실성을 갖추라는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다.

 

■ “재해보험 발전계획 빨리 실행하라”

농협손해보험사를 통한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도 피해농가들의 관심대상이다. 보험사 특유의 부정적·보수적·폐쇄적 평가에 대해 농민들은‘두번 울리는 경우’라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었고, 아직 뚜렷한 개선점은 안보인다.

농식품부는 올초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 을 발표, 자연재해에 대해 농업분야의 안전망을 강화한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때 재해보험 품목수를 현 70개에서 더욱 늘리고, 자연재해성 병충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도 기준을 마련해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축재해보험에 대해서도 소 질병 치료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내년부터다. 특히 눈에 띠는 점은 재해복구비와 보험금 차액을 재해복구비로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키로 했으나, 이 또한 아직이다.


특정 읍·면단위의 손해율 적용이 전체 시·군 보험료 상승을 불러온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보험요율 산출단위를 세분화한다고 밝혔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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