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재활용 기술 연구 등 기술적·제도적 뒷받침 필요

양액은 딸기, 장미 등 시설원예재배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농업에서는 쓰고 남은 폐양액(배액)을 그대로 내다 방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네덜란드나 일본 같은 주요 농업 선진국에서는 폐양액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대부분 재사용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양액재배(수경재배)의 현황과 농업인들의 애로 사항, 국내 기술 개발 현황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당진시쌈채연구회 박헌욱 회장의 양액 재활용 시설
당진시쌈채연구회 박헌욱 회장의 양액 재활용 시설

 


■ 국내 양액 재활용 비율 5%, 갈 길 멀어


우리나라의 양액재배는 1990년대 중반 농어촌발전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시설에서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생산이 가능한 재배법이 요구됐고, 양액재배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양액재배는 몇 가지 비료를 물에 녹여 제때 공급하는 관비 양분관리 방법이 보편화 돼 있고, 작물의 시기별로 생장에 필요한 비료성분의 최적의 비율로 혼합해 공급하기도 한다.


1992년 13.2ha였던 양액재배 면적은 2010년 이후 매년 300ha씩 증가했고, 2021년에는 전체 시설재배면적인 약 57,380ha의 약 10%인 5,634ha까지 늘었다.


하지만 국내 양액재배는 5% 가량만 순환식이라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는 45% 수준인 일본, 95% 수준인 네덜란드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유로는 초기투자비용 등 농가의 경영비부담부터 전문기술 부족, 농가들의 양액 재활용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다 배지를 한 번 거쳐서 나온 양액의 바이러스 노출과 성분 불균형 등도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파프리카 농가는 “파프리카의 경우 3천평에 100톤의 양액을 섞은 물을 준다고 가정하고, 30% 정도가 흘러내린다고 치면, 30톤 가량의 폐양액이 발생해 무시를 못한다” 면서 “농가들로서는 폐양액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뾰족한 처리방법이 없고, 특히 시설이 노후화된 농장에는 설치가 더 어려워 지금부터라도 대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파프리카 농장. (본 기사와 관련 없음)
경기도의 한 파프리카 농장.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한국형 순환식 수경재배 시스템 연구 중


네덜란드의 경우 1994년도에 순환식 양액재배를 법제화한 이후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순환식 양액재배 면적이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순환식이 대부분이다. 작물에 공급된 양액 중 일부 작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되는 폐양액을 외부로 배출하게 되며 이에 따른 비료 손실과 환경오염 문제도 우려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 농촌진흥청이 한국형 순환식 수경재배 시스템을 개발, 국내 환경에 맞는 생육단계별 순환식 표준양액 조성과 양액제어 프로그램, 배액 및 유기배지 재사용 기술, 배액 친환경 살균소독 시스템 등을 갖췄다.


개발 당시 파프리카를 기존의 비순환식 재배와 생산성을 비교 평가했을 때 상품수량, 상품과율에 있어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으며 배꼽썩음병 등의 발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21년부터‘한국형 스마트 온실의 순환식 수경재배 시스템 ’개발·구축’ 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 올 해까지 진행하는데, 배양액을 3~40% 절감시킬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순환식 수경재배 양액관리 기술이 핵심이다.

아울러,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서울대 등이 선행 연구한 자외선(UV) 살균고도화 기술, 양분 균형제어 시뮬레이션 기술, 이온 선택성 전극기술 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 폐양액 재활용 기술 국산화 속도내야


농업인들은 순환식 양액재배 농가가 증가해도 시스템의 기술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발전이 더딜 것으로 본다. 당진시, 부여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공급량이 적고, 그래서 폐양액 재활용 표준모델 개발과 국산 시스템 개발의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오이농가는 “시설오이는 토경에서 재배하지만 양액을 주고 있고, 남아서 흐르는 폐양액에는 질소를 비롯해 황산마그네슘, 구리 등 10가지가 넘는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안다”면서“이런 성분들이 토양에 집적돼 연작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폐양액을 재활용 하는 기술과 시설이 빨리 농가들에게 보급돼야 한다” 고 말했다.


아울러, 신규 양액재배 농가에 대해서는 폐양액 재활용 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고, 설치 전문 산업체, 양액 분식과 처방 전문가 등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청남도의 한 방울토마토 농가는 “결국에는 농가의 인식제고와 시설비용 적정화가 폐양액 재활용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 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폐양액 재활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인식의 전환을 시키고, 비교적 관리가 쉽고, 비용이 저렴한 시스템을 개발해 신규 농가부터 설치 의무화를 한다면 농업선진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 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박헌욱 당진시쌈채연구회장

 

“양액 재활용하면 경영비 줄이고, 환경 살려”

 

 

박헌욱 당진시쌈채연구회 회장은 최근 토경에서 재배하던 쌈채소를 수경재배로 전환했다. 그리고 폐양액 재처리 시설을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 당진시에서는 98%가 토경에서 쌈채를 재배하고 있고, 시설재배는 70% 정도다. 


박 회장은 “폐양액 재처리 시설 설치는 우리 연구회 회원들과 당진시농업기술센터의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하게 됐다” 면서 “양액을 재활용하면 우선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5개의 회원농가는 올해 토경에서 수경으로 전환하면서 폐양액 처리시설을 갖췄다. 바닥에 묻힌 정화조통에 일정량의 폐양액이 차이면 자동으로 재처리 시설로 옮겨가 살균, 산도(PC)와 전기전도도(EC)농도 재설정 등을 거친 후 순환을 시켜 다시 식물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폐양액의 재처리는 우리 후손에게 건강한 땅과 물을 남겨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늦게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농업인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 


박 회장은 “폐양액이 토양과 하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로서는 가늠할 수가 없다” 면서 “하지만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마음은 농업인 모두 같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인터뷰 - 이갑선 화성시딸기연구회 회원

 

“중·소농가 활용 가능한 재활용 시설 보급 필요”

 

 

 

이갑선 씨는 화성시딸기연구회 소속 회원으로 현재 친환경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딸기 재배 과정에서 나오는 폐양액을 받아 원하는 주변농가에 주는 등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다.


이갑선 씨는 “어쨌든 한 번 쓰고 나온 양액은 좋은 성분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유는 그 안에 바이러스나 다른 유해물질이 있을지 몰라서이다” 면서 “지역에도 딸기농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양액을 재활용 하는 방법이 보급된다면 농촌 환경 보호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폐양액 재처리 시설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도입할 엄두를 못낸다.  이 씨는“하우스 평수에 따라 설치비용이 다르겠지만 자부담이 최소 1천만원은 넘을텐데 그러면 1000평 이하의 딸기 농가가 설치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면서“우선은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 설치 단가를 낮춰서 많은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씨는 중·소농가를 중심으로 한 시설 연구와 설치비 책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농기계도, 폐양액 처리 시설도 고가이다 보니 대농 위주로 활용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중·소농가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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