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이 인정한 마늘 맛…주산지 명맥 이어간다

충남 태안군의 마늘은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김좌근의 숭덕비에 마늘을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농특산물이다. 
태안군 전체 농가 68%가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태안군마늘연구회는 1990년대 초 동호회 성격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0년대 후반부터 연구회 변신, 이후 태안군의 마늘농사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동호회로 시작해 연구회로 성장

태안군마늘연구회는 초창기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130여명이 넘는 회원농가를 보유하고 있다. 태안군의 품목별연구회 가운데서는 가장 회원수가 많고, 활동이 활발하다.


한지형 마늘인 육쪽마늘과 난지형 마늘인 대서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많이 알려진대로 한지형은 재래종 마늘로 난지형에 비해 늦게 수확되고, 쪽수가 6~8개로 보통 육쪽마늘로 부른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순에 파종해 보통 5월 말부터 6월까지 수확한다. 난지형은 1980년대초 경남 창녕군이 스페인산 마늘을 재배한 것이 시작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9월 말에 파종해 5월 초 수확한다. 


태안군의 마늘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황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알리인의 함량이 높고, 20년전부터는 유황재배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태안군은 대부분 밭에서 마늘을 재배하기 때문에 논 마늘 재배보다 병해충 관리가 어렵지만, 마늘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우수하다. 


손병배 회장은 “연산군일기에서도 전라도에서 진상한 마늘보다 충청도 서산 마늘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기록이 있고, 여기서 말하는 서산이 지금의 서산시와 태안군이다” 면서 “여기는 해양성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갖추고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육쪽마늘 주산지로 유명세를 탄 지역이다” 고 말했다.

 

 

 

유황 활용해 ‘향’ 과 ‘맛’ 둘 다 잡아

태안군마늘연구회는 20여년 전부터 유황을 이용해 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유황가루를 뿌린 밭에 마늘을 심고, 이후 친환경 액체유황을 여러 번 뿌려 유황 성분이 강한 마늘로 키운다.


손병배 회장은 “우리는 가루된 유황을 쓰는데 99%의 순도를 갖고 있고, 로터리를 치기전에 흙하고 섞어서 1차 작업을 한다”면서 “이후 액상유황을 세 번 정도 엽면시기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알리신 함량도 높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안군마늘연구회는 2018년부터 국내 대표적인 마늘 가공업체인 인산가와 토종 유황밭마늘 직거래 계약을 맺고 꾸준히 납품을 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 태안마늘의 힘은 유황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다른 농산물처럼 마늘도 고품질로 키워내는 것 만큼 파는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산가와 직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밖에도 태안군마늘연구회는 태안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2017년에는 가뭄을 대비해 관수시설을 확충하는 시범사업을 펼쳤고, 비용 절감형 건조 시설 설치 시범 사업을 통해 마늘 부패비율을 줄여 상품성을 약 26% 향상 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또, 태안군의 지역축제나 서울의 농협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인력부족 심각…10년후 장담 못 해

현재 태안군마늘연구회의 가장 큰 고민은 농촌 일손 부족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병해충 발생이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노동자가 급감했고, 덩달아 인건비도 15만원까지 뛰었다. 마을의 주민들에게 부탁해 마늘을 수확하고 있지만 이들의 인건비도 외국인들 못지않고, 대부분 70~80대라 능률도 높은 편이 아니다. 


최근에는 마늘 줄단기나 수확기 같은 장비도 개발돼 있지만 고가이고, 밭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경사진 곳에 위치한 곳도 많아 활용이 쉽지 않다. 


손병배 회장은 “지금 우리밭에 일하시는 할머니 일당이 외국인들에게 주는 것 못지 않은데, 이분들도 고령이라 몇 년 후에는 정말 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면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안에 태안군의 마늘재배가 반 이상 줄어들지 모른다” 고 말했다.


또 매년 잦은 비로 한지형 마늘인 토종육쪽마늘은 벌마늘이 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보통 6~8쪽이지만 10쪽 이상으로 나눠지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올 해 역시 많은 비가 예보돼 있어 근심은 더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은 “벌마늘은 성분에는 문제가 없어 몇 년전 부터는 가공제품도 만들어 소진할 방법을 찾고 있다” 면서 “태안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고추장과 된장 같은 것을 개발했고, 판매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젊은 층 유입위한 제도 마련 절실

손병배 회장과 태안군마늘연구회는 고소득 창출과 안정된 생산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싶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수한 종자를 많이 보급하고, 기계화를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젊은 층들을 유입하지 않는 이상 10년 후 태안의 마늘 자체가 없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일단 농촌에 사람이 있어야 농사든, 뭐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집이고 땅이고 거래가 전혀 없다”면서“젊은 농업인들한테 뭔가 좀 제도적으로 마련을 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늘도 매년 전국 생산량이 줄고, 가격도 떨어지는데 거기에 대한 대책이 없으니 매년 농가들은 내년에 농사를 지을 건지 말 건지에 대한 고민속에 갇혀서 산다” 고 덧붙였다.


손 회장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문제에 대해 몇 년간 회원들, 태안군농업기술센터와 소통을 잘 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재배, 판매, 내년도 사업 목표 같은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할 생각이다.


손 회장은 “태안군에서는 벼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작물이 마늘이고, 어떻게든 더 키워가야 하는 작물이 맞다” 면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이관용 팀장, 변영섭 선생 등이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고, 우리 농가들도 더 고민해 태안 마늘이 주산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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