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팬, 생석회 등 모든 방법 동원… 농가 피해 최소화 시켜야”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철 이상저온의 강도와 빈도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봄철 저온피해 면적은 4만∼5만㏊에 달하고, 올 해 역시 3월부터 4월까지 이상저온과 서리로 냉해를 입은 농지 면적이 4만483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과수는 저온 피해가 가장 큰 작물이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사과와 배다. 이에 사과와 배 등 과수를 중심으로 저온피해 예방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미세살수 처리한 과수꽃
미세살수 처리한 과수꽃

 


매년 개화기 과수 피해 가장 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기온은  9.4℃ 1973년 이후 3월 평균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하지만 3월 고온으로 개화가 빨라진 상태에서 4월 7∼9일과 27일 곳곳에서 영하 1∼3도로 기온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면서 과수 꽃눈이 얼고, 밭작물이 동사하는 등 농업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과수는 3만7908.6㏊로 전체 피해 농작물의 84.5%를 차지했으며 양파와 감자 등의 피해도 컸다.


농가들은 자연재해인 이상기온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매년 반복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만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상팬 활용
방상팬 활용

 

방상팬, 미세살수 장치 등 활용가능


이같은 봄철 저온피해 예방과 관련된 기술로는 방상팬, 열풍방상팬, 미세살수, 연소 등이 있다.
방상팬은 철제 기둥 위에 설치된 전동 모터에 날개를 부착해 온도가 내려갈 때 모터를 가동시켜 송풍시키는 방법이다. 작동온도는 발아 직전에는 2℃ 전후, 개화기 이후에는 3℃ 정도에서 설정하고 여러 대가 동시에 가동되지 않도록 제어기에서 5~10초 간격을 둔다. 가동 정지온도는 해가 뜬 이후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온도 보다 2℃ 정도 높게 해준다.

하지만 고가인데다 상층부 온도가 낮거나, 냉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효과를 얻기 힘들고, 미세살수와 병행했을 때 효과가 크다.


미세살수는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 얼음으로 변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과수원내 온도가 1~2℃가 되면 살수시스템을 가동하고 일출 이후에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기온이 영하일 때 살수를 중지하면 나무온도가 기온보다 낮아 피해가 크게 될 가능성이 있어 중단되지 않도록 충분한 물량이 확보돼야 한다. 

 

냉기 흐름 읽을 수 있는 연구도 필요


매년 기상이변이 발생하면서 저온피해 예방시설을 설치한 농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개 이상의 예방법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서 배를 재배하는 유하열씨는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를 동시에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 씨는 이 장치들을 이용해 지난 2년간은 저온피해를 줄였지만 올해는 피해가지 못했다. 그 역시 90%에 가까운 저온피해를 입었다.


유 씨는 “작년까지는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를 한 세트처럼 돌리면서 어느 정도 피해를 줄였지만 올해는 4월 중순에 영하 5도를 밑돌고 한파특보가 내려지면서 그렇지 못했다” 면서 “개인적으로는 찬바람의 흐름을 잘 읽고, 방상팬을 이용해 과수원 외부로 배출시켜주면 도움이 되는 만큼 연구기관에서 대류에 관한 연구도 해주길 당부드린다” 고 말했다.

 

생석회, 토양 데이터 활용도 한 방법


농가들은 자체 노하우로 저온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김향태 경기도배연구회 회장은 생석회의 발열 특징을 활용해 나무와 꽃봉오리 주변 온도를 높이면서 바깥의 찬 공기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화학적으로 생석회(산화칼슘)가 물과 결합 시 발열을 하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상온에서는 80~90℃, 밀폐된 용기에서는 300℃의 열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농가들은 저온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방상팬도 설치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외부 온도를 막기 어렵고, 그래서 뿌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방법을 고민해 봤다” 면서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어린 시절 생석회에서 자연발화가 생긴 것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박광규 서산시사과연구회 회장은 서산시의 시범사업으로 생육단계별 기상 및 토양 데이터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토양의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제공받고, 적정 온도보다 내려가면 스프링클러를 통해 자동으로 사과꽃에 물을 분사해주는 시스템이다.


박 회장은 “땅속 온도가 3도까지 내려가면 물을 자동으로 분사해주도록 세팅이 되어 있어 새벽이나 갑작스럽게 저온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서“30도가 넘는 한여름에도 자동분사가 가능해 과수원 주변에 지하수 양만 충분히 확보하면 농가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장인터뷰 - 김향태 경기도배연구회장

 

다양한 품종 재배와 최선을 다하는 자세 필요 

 

 

김향태 경기도배연구회 회장은 매년 기상이변으로 과수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이제는 농업인,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개화기가 늦은 품종을 심는 것과 영양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배 품종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재배량이 많은 신고가 개화기가 빠른데, 만풍이나 만황 등은 개화기가 20일정도 늦으면서도 맛과 품종이 우수하다”면서“매년 저온피해가 발생하고, 막을 수 없다면 멀리 내다보고 개화기가 늦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를 들으면 시중에 판매하는 영양제를 조금 더 미리 주는데, 이 역시 나무를 튼튼하게 하고, 내한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저온피해에 대처하는 농가들의 마음가짐도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온피해가 발생했다고 인공수분 등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그는 “저온피해가 발생했다고 농사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나라도 더 수정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인공수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일단 배는 많이 달고 봐야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현장인터뷰 / 박광규 서산시사과연구회장

 

전문 육종가 육성, 시설재배도 고민해야

 

 

 

박광규 서산시사과연구회 회장(사과 마이스터)은 저온피해 예방을 위해 육종분야의 연구를 강조했다. 농가들이 다룰 수 없는 분야이고,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품종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박 회장은 “이탈리아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과수 한 품종에 3명의 연구자들이 붙어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면서“개발된지 60년이 지난 후지가 아직 인기 품종이고, 국내에서 후지와 수확시기가 비슷하면서 개화기가 늦은 품종이 나온다면 저온피해도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조심스럽게 먼 미래에는 과수의 시설재배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고를 낮추고, 생산량이 줄어들겠지만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데는 시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시설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서산시에 제안도 해봤을 정도로 의미가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당장은 사과나 배가 시설로 들어가기 어렵지만 10년, 20년을 내다보면서 수종을 갱신하고, 신규로 농사를 시작하는 농가들에게는 시범적용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사과나무는 키가 크고 천근성이지만 배나무는 키가 작고 심근성이라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박 회장은 드론을 이용해 인공수분을 자주하는 방법이나 외국의 재배사례를 도입해 저온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