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고추 재배 50년 역사의 자부심으로…”

표면이 꽈리처럼 쭈글쭈글하고 길이도 일반 풋고추 절반밖에 안된다. 그래서 이름도 꽈리고추다. 못생기고 작아서 못난이 소리를 듣지만  꽈리고추 재배의 원조로 불리는 당진시의 고추농가들에게는 수십년간 소득원이 된 소중한 작물이다. 
그리고 당진시꽈리고추연구회는 20년 넘게 꽈리고추 주산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0년 넘게 꽈리고추 주산지로 명성

당진시의 꽈리고추 재배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당진시 면천면 사기소리에 살던 이순풍씨가 꽈리고추 재배 기술을 배워 마을에 전파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도 사기소리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이 이 씨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공적비를 세웠울 정도로 꽈리고추 재배는 당진시 농업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후 당진시는 한 때 전국 꽈리고추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영범 회장은 “나도 꽈리고추를 40년 넘게 재배하고 있는데, 내가 꽈리고추 농사를 시작할 쯤에도 당진시 면천읍의 꽈리고추 농가가 전국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면서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했는데도 수입이 나쁘지 않았는데, 평생 꽈리고추 농사로 가족들 건사하고, 지금까지 이어 올 정도로 우리 지역에서는 효자작목이다” 고 말했다.


이어“한 때는 면천의 꽈리고추 농가들이 가락시장을 주도했고, 요즘은 전국적으로 농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꽈리고추연구회에는 30여 농가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면천읍에서 꽈리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만 150여 곳이지만 연구회에 가입한 농가는 비교적 재배면적이 넓은 농가들이다. 회원농가들은 평균 70~80대로 김 회장처럼 30~40년 동안 꽈리고추 농사만을 지어오고 있다.

 

 

수십 년 쌓인 노하우로 고품질 꽈리고추 생산

연구회의 힘은 수십년 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에서 나온다. 연작장해가 발생할 법도 하지만 큰 피해 없이 같은 밭에서 매년 꽈리고추를 농사를 지을 정도로 꽈리고추 박사들이 돼 있다.


김영범 회장은 “한 밭에서 30~40년씩 똑같은 작물을 재배 한다는 자체가 조금 이해는 안 될 수는 있다” 면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렇게 하고 있고, 가끔 병해충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을 해낸다” 고 말했다.


또, 연구회 자체적으로 꽈리고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유통·판매 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1년에는 친환경 병해충 방제와 토양관리 등을 중점과제로 설정하고 활동을 펼치기도 했고, 면천읍 외에 농가들의 회원 가입도 꾸준히 독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꽈리고추는 2월초에 심어서 12월까지 수확하는데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하면 거의 매일 따야하기 때문에 회원농가들끼리도 만나기 힘들다” 면서 “그래도 나눌 정보는 다 공유하면서 연구회가 지금까지 잘 왔다” 고 말했다.

 

 

고령화, 일손부족으로 매년 생산량 감소

꽈리고추는 당진시에서 50년 넘게 효자작물이지만, 최근 연구회와 농가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매년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이 문제를 겪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는 인력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인건비가 너무 높아져 엄두를 못낸다.


꽈리고추를 수확할 인력이 없고, 고령화 되다보니 이전에는 4㎏ 기준 1인당 하루 10박스에 달했던 수확량도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포장 역시 소포장은 엄두도 못 낸다.


김영범 회장은 “농촌은 어디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붕괴 직전이고, 우리가 아마도 농사짓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면서 “웃기는 것이 생산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유지가 되기 때문에 농사를 지어도 되는데, 최소한 투입해야 할 인력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10농가 가까이 된다” 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꽈리고추는 생산량이 줄었던 지난 해에도 평균 단가가 2만 5천 원이 넘을 정도로 가격 편차가 적고, 소득이 안정적인 작물이다. 그러다보니 농사를 포기하기에는 아깝고, 일부는 면적을 줄여 5~600평 정도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외국인들이 온다해도 시간, 숙식제공, 인건비 모든 것이 잘 안맞기 때문에 힘들어도 그냥 면적을 줄여서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수정벌 재배 기술과  반촉성 꽈리고추 재배 기술을 보급하는 등 꽈리고추 생산량 증대와 고품질을 위해 애쓰고 있다.

 

 

꽈리고추 이어 갈 젊은 농업인 육성해야

당진시꽈리고추연구회의 앞으로의 가장 큰 고민도 젊은 농업인의 참여다.
김영범 회장은 “내가 볼 때는 방법이 없는데, 왜 없느냐 하면 후계 구도가 형성되려면 기존 농업인들 옆에서 젊은 농업인들이 같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그게 딱 끊어졌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길로 간다” 면서 “길어봐야 5년에서 10년 안쪽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우리가 그만두면 꽈리고추는 물론이고 면천지역의 농사도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당진시꽈리고추연구회의 회원들 중 가장 어린 나이대도 60대 초반으로 이 나이대 역시 10년에서 15년후면 은퇴를 하게 된다.


김 회장은 “요즘은 고령화가 되고, 인력이 없다보니 연구회 활동도 활발하지 못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면서 “면천 지역 농업의 경제를 뒷받침한 작물이 꽈리고추이고, 개인적으로는 면천의 꽈리가 안 사라졌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또, 김 회장과 당진시꽈리고추연구회 회원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꽈리고추 재배야말로 지역의 농업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당진시꽈리고추연구회 회원들이 더 안정적으로 영농활동을 하고, 계속해서 꽈리고추 주산지로 남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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