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방제하고 수집기가 주워담고”… 밭작물 기계화 77%에 도전

절단부터 수확, 건조까지 전 과정 기계화 가능
기계화 재배모델의 경영분석, 표준화 개발 추진
농진청, 6월까지 마늘 스마트 기계화 연시회 열어

 

 대표적인 양념류 채소인 양파, 마늘 재배면적이 가격에 따라 증감을 반복한다. 특히, 통계청 등에 따르면 마늘은 최근 몇 년간의 마늘가격 강세를 반영하듯이 올해도 재배면적이 지난해 2만2362ha보다 10.5% 증가한 2만4710ha에 이른다. 하지만 밭작물 재배 농가들은 고령화와 코로나 19로 이후 인건비 상승으로 농가 경영비 부담이 크고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밭작물의 파종부터 수확까지 할 수 있는 농기계와 부착형 작업기기를 연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경남 합천군과 의령군 등 주산지를 중심으로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현장 연전시회를 여는 등 기계화 현장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늘 수집형 수확기를 통해 마늘이 수집되는 모습
마늘 수집형 수확기를 통해 마늘이 수집되는 모습

 


■ 밭작물 기계화율 63%…갈 길 멀어


현재 우리나라의 2022년 기준 밭작물기계화율은 63.3%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벼농사의 기계화율이 99%를 넘나드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 


전체 작업단계별로 밭작물 기계화율을 살펴보면 경운·정지는 99.8%로 높지만, 상대적으로 파종·정식 12.2%, 수확 31.6%로 기계화율이 낮은 편이다. 


주요 밭작물인 마늘, 양파 재배 역시 파종기, 정식기, 줄기절단기, 굴취기, 수집기 같은 다양한 기계가 필요하고,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업단계별 기계화율은 2022년을 기준으로 파종/정식작업 15∼16%, 수확작업 마늘 44%, 양파 26%에 불과해 기계화 재배모델의 조속한 확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26년까지 밭작물 기계화 비율을 77.5%로 올리는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밭작물 농기계 확산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현장실증-기술보급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기존 업무체계를 혁신한 융복합협업사업‘종횡무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종횡무진 프로젝트로 선정된 5개 과제 중 하나가‘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 및 현장 확산’ 이고, 2023년 핵심목표로 주산지 중심 마늘·양파 기계화 현장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농진청에서는 밭농업 기계화를 통해서 노동력이 30%, 비용은 50%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면서 “또, 지역별로 토양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올해는 경남 합천, 의령 등 8곳의 마늘 주산지를 선정해 6월 중순까지 연시를 연다” 고 말했다. 

 

마늘 굴취 수확기에서 마늘이 수확되는 모습
마늘 굴취 수확기에서 마늘이 수확되는 모습

 


■ 지역, 품종 등에 맞춘 기계 개발 추진


밭작물 재배는 지역의 토양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심는 품종도 다르다. 예를 들어 마늘 주산지인 경남 합천과 창녕의 경우 토질이 미사질이 많기 때문에 대서종을 많이 심고, 전남 지역은 땅이 비교적 단단하기 때문에 남도종을 많이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농기계 한 기종으로는 이런 문제를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농진청은 올해부터 지역의 토질과 환경 등에 맞춘 농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또, 여기에다 적합한 재배법, 수확 후 관리법을 연계해 실제로 현장에서 바로 기계화가 적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늘의 경우 파종·정밀재배·수확·저장, 양파의 경우 육묘 및 정식·정밀재배·수확·저장 등 표준 모델 8개를 구축하고, 기계화 재배모델의 경영분석 및 표준 매뉴얼도 개발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올해 1,134ha의 규모로 ‘기계화 우수모델 육성 사업’을 지원하고, 부안·의성·합천·남해 등에서 신기술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무안, 합천 등 10개 지역에서 기계화 표준 재배모델 현장실증을 펼친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과거에는 농기계 한 대가 개발되면 전국 곳곳에서 이용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마다 품종과 재배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활용이 어려웠다” 면서 “앞으로는 기계 개발에 더해 육종·재배·환경 전문가들이 협업해 기계화 확산을 위한 품종과 재배양식, 지역별 토양특성에 따른 기계의 적용방식 같은 패키지화된 재배모델을 현장에서 시연하고 보급하겠다” 고 강조했다.

자주식 다기능 정밀 관개시스템을 관찰하는 조재호 농진청장(가운데)과 참석자들 
자주식 다기능 정밀 관개시스템을 관찰하는 조재호 농진청장(가운데)과 참석자들 

 

■ 줄기절단기·굴취 수확기 등 관심받아


농촌진흥청은 지난 23일 경상남도 합천군에서 합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현장 연·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시회는 윤석열 정부 1년, 국정과제 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마늘과 양파 생산기계의 현장 기술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열렸다. 정밀재배장치인 비산저감형 드론방제기를 비롯해 줄기절단기, 굴취 수확기 등을 선보였다. 


비산저감형 드론방제기는 공기흡입형 노즐이 부착돼 공중 농약 살포시 약제가 바람에 날리는 양을 30% 이상 억제해준다. 벼, 콩 실증결과 비산 30% 저감, 벼 40%, 콩 12% 방제 효과 향상을 가져오고, 15분만에 100ha 규모의 밭에 방제가 가능하다.
자주식 다기능 정밀 관개 시스템은 토양 수분을 측정해 맞춤형 물 관리가 가능하고, 비료 살포도 할 수 있다. 


이어 소개한 줄기절단기는 수확 전 양파 줄기를 절단 역할을 하는데, 트랙터 등에 부착해 마늘에 달린 줄기를 자동으로 끊는다. 줄기절단과 동시에 좌우 측면으로 절단된 줄기를 배출하여 비닐제거 작업이 수월하다. 마늘 굴취 수확기는 사전에 줄기를 절단한 마늘을 토양에서 굴취하는 작업을 한다. 마늘 수집형 수확기는 마늘을 땅에서 파낸 후 흙을 털어내 저장 용기인 톤백에 자동으로 넣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결손율은 3% 미만이다.


이날 농진청은 마늘을 말리는 작업을 위한 차압송풍예건장치와 저온저장시설도 소개했다. 


5~6월에 수확하는 마늘, 양파는 저장 전 반드시 건조해야 한다. 차압식송풍예건장치는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기계다. 장치 뒤쪽 땅바닥에 비닐과 팰릿을 깔고 마늘이나 양파를 쌓은 다음, 비닐과 차광막으로 옆과 위를 감싸 밀폐하고, 송풍기 반대쪽은 열어둬 공기 유입이 이뤄지게 한다. 이렇게 말린 마늘은 저온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밭작물 기계화는 수확부터 건조, 저장까지 함께 가야하는데, 특히 마늘과 양파는 저장 품목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고 말했다.

 

■ 기계 가격의 현실화, 임대활성화는 숙제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에는 걸림돌도 있다. 이번에 소개된 기계들의 가격을 살펴보면 마늘 줄기 절단기는 680만원 이상, 굴취 수확기도 500만원대다. 또, 비산 저감형 드론방제기는 2,500만원, 수집형 수확기는 1억원을 넘는 등 농가들이 개인적으로 활용하기에는 고가이다.


합천군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김태국씨는 “개인적으로 줄기절단기와 굴취 수확기 등을 자가로 사용하고 있는데, 마늘이나 양파 재배 면적이 5천평 이상으로 넓으면 기계를 도입해 볼 만하지만 적은 면적에서는 어렵다”면서“수집형 수확기의 경우 1억원이 넘어 자가로 사용하기 어려워, 임대서비스를 이용하는 밖에 없다”고 말헀다.


하지만 임대 서비스 역시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기계 보유수가 아직은 적은 편이고, 같은 지역에서는 같은 시기에 파종하고 수확을 하기 때문에 기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있다.


이에 조재호 청장은 “작은 면적의 농가가 대형 기계를 많은 돈을 들여서 구매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 면서 “합천 등 주산지에서는 기계 사용이 촉진될 필요가 있어 정부 차원의 보조금을 받을 여지가 있고, 작은 농가의 경우 구매의 부담을 안기기보다는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부착기를 임차해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먼저 정착시킬 것” 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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