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농산물 저장 기술…365일 신선 상태로 저장·유통 가능

 

 지난 1990년대부터 모든 농산물에 적용될 만큼 저온저장기술은 급속한 보급이 이뤄졌다. 그리고 농업인들은 계속해서‘더 오래, 더 신선하게’보관할 수 있는 새로운 저온저장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신기술이 바로 CA(Controlled Atmosphere, 기체농도 조절)저장 기술이다


특히, CA저장기술 가운데 능동형 CA저장시스템(DCA, dynamic Controlled Atmosphere)은 저장된 농산물의 생리적인 특성을 관찰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능동 제어하는 진보된 기술이다. 일반적인 CA저장에 비해 극저산소를 유지해 호흡 및 생리작용을 최대로 억제함과 동시에 장기간 저장을 해도 부패율 줄일 수 있다. 

 

 

 


한국형 CA저장기술의 현재

CA저장시스템은 농산물 저장고 내부의 산소농도를 낮춰 호흡과 생리작용을 억제시키고, 저장기간을 연장시키는 기술이다. 보통 방열문, 기체조절장치, 통합센서, 냉각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유통마켓을 중심으로 사과, 배 등 다양한 품목에 적용되고 있으며, 주로 이태리, 독일, 일본 등 외국 설비를 이용해 저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한 한국형 CA저장고 보급사업을 시작했으며 영농조합 등은 CA저장고를 이용해 사과, 왕대추 등을 저장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와함께, 각각의 컨테이너 내의 기체를 조절할 수 있어 소량·다품목 농산물에도 CA저장 기술을 적용할 수 있으며, 저장 농산물의 출하시기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2년 현재 전국에 85대가 보급됐고, 보급량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승섭씨는 “사과는 지금 스마트처리 기술로도 4~5월까지 저장이 가능하고, CA저장시스템이 보편화가 되려면 그 이상의 저장기간이나 품질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앞으로 농산물 수확 후 관리 측면에서는 꼭 필요한 기술인만큼 많은 농업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생리상태 파악 가능

CA저장고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농산물의 생리상태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CA저장고에서 산소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경우 농산물은 산소를 이용한 호흡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산소농도에서는 부패나 발효를 하게된다. 그래서 산소농도를 최대한 낮춰 호흡을 억제함과 동시에 부패나 발효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정밀한 제어가 요구된다. 온도와 습도만 조절해 저장하는 일반 저온저장고와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 


능동형 CA저장시스템은 이런 농산물의 저장생리 상태를 파악하고 기체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말한다. 농산물의 생리 상태를 판단 기준은 엽록소 형광센서, 에탄올센서, 이산화탄소 호흡지수 등이 이용되고 있다. 경제성은 일반 저온저장고와 비교했을 때 사과 10톤을 저장 시 연간 수익이 일반 저온저장고는 1,200만원이지만 한국형CA저장고는 2,100만원으로 1.67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농진청 담당자가 품질예측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관리할 수 있다.

 

사과 저장기간 향상…품목 확대 기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에서는 한국형 CA저장고를 기반으로 능동형 CA저장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적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중인 능동형 CA저장고는 0.7%의 극저산소를 유지함과 동시에 후지사과를 1년간 저장하는데 성공했다. 유통마켓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 CA저장사과에 비해 현장평가 만족도가 높았으며, 저온저장고와 비교해 70% 이상의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또, 천혜향, 천마, 자두, 샤인머스켓 등 저장품목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정필상 무주농협 친환경유통사업단 과장대리는 “우리 사업단에서는 2020년부터 CA저장고를 시범사업으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사과를 저장해 본 결과 저장성과 품질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사과를 저장했을 때 6월까지는 품질의 변화가 없었고, 그 이상의 기간도 시험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사과를 정상적인 상태로 장기간 판매하다보니 농가들의 소득도 향상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용도별 크기, 활용 교육 등 보완 필요

능동형 CA저장시스템은 저장성과 품질향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설치비용이 현재 지자체 시범사업을 통해 설치를 하면 저장고 5대 기준 1억8천만원 가량이 들어 개인농가가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외국제품 가격의 절반정도이지만 일반 저온저장고 보다는 비싸다. 그래서 설치를 희망한다면 지자체의 시범사업 신청을 통해 작목반이나 연구회 단위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저장고 활용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크기가 저장고당 파레트 10개 정도의 일반 컨테이너 크기라 많은 농산물을 저장하기 어렵고, 문턱이 있는 구조라 지게차가 아닌 수작업을 해야 돼 사용자의 용도에 맞게 크기나 디자인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 능동형 CA저장시스템은 원격으로 제어가 되기 때문에 고령농이나 스마트폰 어플 사용이 어려운 농업인들에게 사용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박천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관리공학과 박사는 “CA저장고에는 질소발생기와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가격이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 면서 “농가들에게 보급을 위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장고의 크기 확대는 질소발생량 등 다양한 기술 부분이 겹쳐져 있는데, 내년에는 30평대의 저장고를 개발해 시험할 계획이다” 고 덧붙였다.

 

 

계획재배에 도움…농가소득으로 이어지길

농산물 저장고는 저장기간의 연장과 신선도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러한 농업인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단순한 저온저장부터 전처리, 후처리, CA저장 등 많은 저장기술의 발전을 이뤄 왔다.

특히 능동형 CA저장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정밀센서, 기체조절장치, 모니터링과 원격제어기술 등 기반기술이 확보됨과 동시에 연구단계를 벗어나 국내기술을 이용한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여기에다, 사과 등 제한적으로 이용되었던 CA저장기술은 능동형 CA저장기술을 통해 CA저장 품목의 확대가 보다 폭넓고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함께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저장품질예측 및 출하시기 조절을 통한 수급안정화와 함께 저장유통량을 파악해 체계적인 계획재배를 진행한다면 농가소득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천완 박사는 “농산물은 크게 화학적 처리를 이용한 저장과 저장기간을 연장하는 저장법이 있는데, 화학적 처리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 등의 접목이 어렵고, 외국에서는 소비자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면서 “앞으로 도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한국형 CA저장기술의 확산과 보급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