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만능살림꾼 ‘축산물품질평가사’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축산물 위해 노력
품질평가·이력제 점검·유통정보 조사 업무수행

 

 

축산물품질평가사, 축산물이 농장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만능 살림꾼이다. 현재 전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사는 총 270명. 이들의 주 업무는 축산물 등급 판정, 축산물의 시료 채취를 통한 축산물이력제 점검,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전달하기 위한 축산물유통조사 등이다. 축산물의 최종 등급이 매겨지기까지 평가사들의 수많은 손길이 거치게 되는데, 축산물품질평가원 서울지원 문명현 축산물품질평가사의 하루를 동행하며 평가사들의 업무를 조명해봤다.

 

 

새벽 6시 반 문명현 축산물품질평가사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축산물 경매가 시작되는 10시 전에 예정된 물량의 등급 판정을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 평가사의 팀(6~7명)이 하루에 등급 판정하는 소 물량은 평균 400마리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


이런 바쁜 와중에도 문 평가사가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바로‘표준 사진 자료 교육 및 평가’다. 업무 경력 8년 차로 등급 판정 업무는 이미 빠삭하지만, 평가사의 실수로 정성껏 키워 출하한 농가에 피해를 주면 안 되기에 정확한 등급 판정을 위해 스스로 매일같이 테스트하고 있다.


테스트가 끝나면 문 평가사는 위생 가운·장화·장갑, 안전모 등을 착용하고 소독을 마친 후 등급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소 도체들이 모여있는 영하 5도의 냉장실로 들어간다. 문 평가사는 랜턴과 조견표 등을 들고 소 도체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며 육질과 육량을 평가해 단말기에 1차 판정결과를 입력한다.


소의 경우 육질과 육량을 확인해 등급을 판정한다. 근내지방도(마블링), 육색, 조직감, 성숙도, 지방색 등을 측정해 1++, 1+, 1, 2, 3 등 5개의 등급으로 육질 등급을 결정하고 등심단면적과 등지방두께 등을 측정해 A, B, C 등 3개의 등급으로 육량 등급을 결정한다.


“보통 도체에 문제가 있으면 그 증상이 표면에 다 드러나요. 대표적으로 근출혈이 발생한 경우 등심에 혈점이 나타납니다. 꼼꼼히 도체 상태를 확인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차로 판정한 결과를 다른 팀원들과 공유해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최종 판정할 때도 3인 1조로 합의 판정을 하며 정확한 등급 판정을 하기 위해 평가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가사들이 이중삼중으로 도체를 확인하고 최종 등급이 정해지면 그다음은 신속 정확하게 소 도체 등급 압인(도장찍기)이 진행된다.


“일플러스씨”쾅쾅!“일투플러스비” 쾅쾅! 문 평가사도 선임 평가사의 최종 판정결과를 함께 외치며 도체에 등급 도장을 찍는다.
소 도체 등급 판정이 끝나면 돼지 도체 등급 판정 일정이 시작된다.


소와 달리 돼지 등급 판정은 순번제로 평가사 3명이 실시하며 영상의 예냉고에서 레일에 걸려 움직이는 도체를 평가사 혼자 등지방두께, 조직감 등의 상태를 확인한 후 1+, 1, 2 등 등급 판정결과를 도체에 압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후에도 닭·계란·오리 등 주요 축산물 등급 판정, 품질평가 피드백 사업, 축산물이력제 이행실태점검, DNA동일성 검사 시료채취, 축산물 가격조사 등 바쁜 업무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문 평가사는“그것이 축산물품질평가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문 평가사는 축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동기들이 많이 가는 사료 회사보다 사회적으로 헌신과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축산 농가부터 소비자까지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사가 이에 부합했다고.


축산물품질평가사는 농가 피드백 사업을 통해 축산물 품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축산물유통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축산물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축산물 이력제를 통해 위생·방역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추적이 가능하게 돕는 등 축산 관련 모든 일에 관여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팔도 아프고 몸이 힘들어요. 그래도 내가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과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얻고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다른 뿌듯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사는 아주 매력적이고 유니크한 직업입니다.”


문 평가사와의 동행 취재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축산물품질평가사로서 우리 축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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