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활용도 저조, 농약·농기계 사고 관리 부실 등 질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1일 전주혁신도시 농촌진흥청 국제회의실에서 농촌진흥청·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농진청에 대해 책임 있는 농업연구기관로서의 역할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아울러, 현안으로는 식량자급률 확대, 가루쌀 활용과 농약판매 규정 개선, 농기계 사고 관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루쌀 현장 적응성, 가공용 쌀 생산량 높여야

  이번 국감에서는 농진청이 보급하고 있는 벼의 실효성과 답보 상태인 식량자급률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정부가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재배면적을 크게 늘릴 계획인 가루쌀(분질미)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보급하고 있는 가루쌀(분질미) 바로미2의 현장 적응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가루쌀은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습식제분보다 비용이 낮고 전분 손상도 적어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기 위해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톤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정훈 의원은 “바로미2가 시장에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게 확인됐는지 궁금하다” 면서 “아직 특성이 안정화하지 못한 것 같다” 고 우려했다.


이에 조재호 농진청장은 “아직 완전한 품종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답했다.


이밖에 같은 당 김승남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공용 쌀 5종의 생산량이 낮은 것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이 제출한 쌀 품종별 생산량·재배면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적진주나 설갱, 고아미2호, 도담쌀, 눈큰흑찰1호, 흑진미 등 특수미 6종의 생산량은 2018년 1704톤, 2019년 1275톤, 2020년 927톤, 2021년 735톤으로 매년 줄었다.


김 의원은 “농진청도 품종 개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개발한 품종의 우수성을 알리고, 재배면적을 확대해 상품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농약 온라인 판매,  맹독성 농약 관리 부실 

이번 국감에서는 농진청의 부실한 농약 관리도 도마위에 올랐다.
먼저 국민의 힘 이달곤 의원은 등록 취소된 농약의 회수율이 낮은 것을 지적하고, 농약의 총 출하량은 367톤, 회수된 양은 약 33톤인 점을 들었다.


이 의원은 “회수율이 9%에 불과하고, 현재의 회수시스템으로는 농약 유통 이후 인체 유해성이 발견되었을 때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면서 “농진청은 농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흡한 농약 회수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해당 농약이 농민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서둘러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판매금지된 밀수 농약이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지만 적발건수는 제로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에서는 지난 8월까지 밀수 농약을 적발한 건수를 보면 1건이었고, 통신 판매 적발 건수는 없었다.

안 의원은 “네이버쇼핑에서 통신판매가 금지된 농약을 영문으로 검색하면‘농약의 온라인 판매는 불법으로, 농약 제품명에 대한 검색 결과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안내 문구가 나오지만, 여기에 점 하나만 찍으면 100여 건의 결과가 노출되는 허점이 있다” 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같은 당 서삼석 의원은 농진청이 맹독성 농약인 메틸브로마이드를 최초 등록할 때 제출된 시험성적서 확인을 못하는 등 관리·운영에 부실 문제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과거에 등록된 농약은 등록 당시 기준으로 유해성이 없다 할 수 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검증 방법도 늘어나 시대에 맞춘 안전한 검증을 위해서라도 시험성적서 확인은 필수다” 며 “농약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농진청의 행태는 직무유기이다” 고 지적했다.

 

농기계사고 관련 연구 의지 있나?

농기계 사고 치사율이 일반 차량 사고보다 13배나 높지만 농기계 안전과 관련한 농진청의 연구는 한 건도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농진청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총 277억2400만원을 투입해 편의성 농기계 78종을 연구·개발했지만 교통사고 안전장치와 관련된 연구·개발 부분은 0건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농기계는 일반 차량과 달리 운전자 보호 장치가 없고, 일부 농기계는 안전벨트조차 없다”며“하지만 농진청에서는 농기계 사고 줄이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진청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VR 기반 시뮬레이터 등도 개발했지만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이에 조재호 농진청장은“농기계를 개발할 때 작업자에 대한 보호 장치 등 관련된 것을 포함해 요청하고 있다” 고 답했다.
같은 이원택 의원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21년부터 21년까지 농업기계에 의한 교통사고가 4,639건이 발생했고,  732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13%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고, 치사율 또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급증한 것은 정책 당국의 문제” 라며 “농진청에서 농업인 안전교육 확대 및 농기계 사고 축소 대책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대응책 필요

이번 국감에서는 기후위기에 따른 작물감소와 농업기상재해 대응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현재 작물 재배 가능 면적 기준 400만ha에 달하는 사과는 2090년 1만8000ha로 줄어들어 재배가능면적이 현재 대비 0.5%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고랭지 배추는 132만9000ha(100%)에서 4000ha(0.3%), 현재 생산성 100%인 벼의 경우 2090년 48%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분야 영향 및 취약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며 “식량안보 및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농업분야 예산 등 대폭 지원 통해,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를 시급히 축소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또,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은 농장 단위 재난 예측의 고도화를 통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의 보급과 이용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2020년부터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및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은 2020년 29곳에서 지난해 40곳으로 확대된 뒤 올해는 단 한 곳이 늘어나는데 그쳐 보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신 의원은“서비스 지역 확대와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면서 “실제 재난 예방에 성공했던 사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은 식물병해충 예방책을 촉구했다.


어 의원은 “지난 5년간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방제대상 식물병해충은 총 2254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약 5배에 해당하는 1376.5ha의 면적에 피해가 있었다”면서“가장 많이 발생한 병해충은 과수화상병으로, 2017년 55건에서 2020년 747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만큼 식물병해충 예방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농식품 기술 신규 일자리 수준 높여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는 신규 일자리 문제와 첨단 농식품 기술 지원규모 확대 등이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업실용화기술 지원과 기술금융 창출지원 사업을 통해 창출된 신규 일자리 2,716명 중 294명 11%(10.9%)가 근무 1개월도 되지 않는 초단기 일자리라고 밝혔다.


어 의원은“일자리 창출 성과 수치에만 집중하는 행태”라며,“일자리의 양보다 질을 제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위성곤 의원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시행하고 있는 농식품 창업 벤처 지원 사업이 낮은 지원 금액 때문에 선정 기업의 중도 포기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농식품 창업 벤처 지원 사업에 선정된 370개 기업 중 중도 포기한 32개(8.6%) 기업 대부분이 중기부 창업 패키지 사업에 중복 선정되어 이탈한 것으로 확인했다.


위 의원은 “최근에는 농식품 분야에서도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K-푸드라고 해서 우리 농산물이나 식품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과 소비도 커지고 있는 추세인데, 오히려 농식품부 스스로가 우리 농식품 산업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홀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이라면서 “우리나라도 농식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벤처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고 한다면 기업당 지원금을 높이고 특히 첨단 농식품 기술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 규모를 대폭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