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의 현재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의제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미국 등 농업 선진국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농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계획을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과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 사업,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 사업의 경우 2012년에 시작돼 10여년간 운영되고 있지만 인증을 받은 농가는 일부에 불과하고, 소비자의 인식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에 대한 농가의 인식과 바라는 점 등을 살펴봤다.  

 

▲올 가을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 신청 예정인 홍성군의 마늘밭
▲올 가을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 신청 예정인 홍성군의 마늘밭

 

 


■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란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천만톤으로 전체 산업분야에서 발생하는 양의 약 2.9%를 차지한다. 농업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다. 그리고 벼농사의 비중이 큰 경종농업이 65%, 축산업이 35%를 차지하고 있어 농작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2012년에 도입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는 친환경(유기농·무농약), GAP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저탄소 농업기술로 탄소를 줄여 생산한 농산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국가 인증제도다. 


저탄소 농업기술은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 세부운영요령의 인증대상 세부사항에서 규정한 4개 분류, 19개 기술에 해당하는 기술만 인증하고 있다. 크게 ▲비료 및 작물 보호제 절감 기술 ▲농기계 에너지 절감 기술 ▲난방에너지 절감 기술 ▲농업용수 관리 기술로 나눠진다. 세부적으로는 풋거름 작물재배, 무경운 및 부분경운, 다겹보온커튼 및 보온터널 자동개폐장치, 논의 물관리 기술 등 19개가 있다. 


이밖에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농가들은 품목별 인증배출량 기준 대비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 저탄소농업기술인증을 받은 성석기씨의 멜론밭
▲ 저탄소농업기술인증을 받은 성석기씨의 멜론밭

 

■  농가 참여 저조, 소득에 반영 안돼

정부는 물론 농업인들도 농업분야의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인 80.4%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 필요성 인지하고 있지만 탄소중립 목표 인지율은 평균 42.6%, 농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원임을 인지하는 비율은 평균 40.2%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이런 결과는 저탄소농축산물인증 농가수에서도 나타나는데 인증 농가는 전국 약 4,700농가로 국내 전체 농가 대비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농업인들은 대체로 저탄소농축산물을 받아도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된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의 최종환씨는 “신선하고 맛좋은 농산물을 키워내기 위해서 저탄소농축산물인증을 받았지만 농사에 정성을 들인만큼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면서 “서울 대형 도매시장에서는 인증이 있어도 일반 농산물과 같은 취급을 받고, 그렇다고 인증을 포기하려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요구를 하기 때문에 유지를 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의 성석기씨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을 받고, 2년마다 갱신을 하고 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일반농산물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유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면서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의 의미는 이해하지만 농사는 더 어렵게 지으면서 소득적인 뒷받침은 없다보니 농가들의 참여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 말했다.

 

▲ 저탄소농업기술로 재배한 멜론
▲ 저탄소농업기술로 재배한 멜론

 

 

■   소비자 인식 미미…활성화에 걸림돌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는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그린카드로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금액의 9%를 포인트로 돌려주고 있다. 이렇게 받은 포인트는 ‘에코머니’라는 이름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린카드는 저탄소 인증, 친환경 인증 제품 구입 시 에코머니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카드다.


하지만 이춘수 순천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조교수의 ‘소비자의 저탄소 인증 농산물 구매행태 및 인식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1천명을 대상으로 저탄소 인증 농산물에 대한 구매실태와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를 알고 있는 응답자가 전체의 21.2%로 낮았다. 또,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6.3%로 저탄소 인증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수보다 적었다.
그린카드 발급 경험이 있는 소비자도 8.4%로 미미해 인식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성석기씨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농가들이 실천을 하면 소비자를 통해서 제값에 판매가 돼야 하는데 제도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다보니 판매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면서 “앞으로는 저탄소농축산물인증을 받은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 여부가 제도의 유지를 판가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인증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필요

현재 경기도 안성시와 전라남도 해남군 등 일부 지자체는‘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인증 컨설팅·심사·발급에 이르는 전 과정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농가들과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가 대상) 저탄소농축산물인증의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 문제의 원인” 이라며 “현재 환경부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증 농산물 구매 포인트가 지급되고 있지만, 농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이고, 인증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올 초 농업전망에서 정학균 농경연 연구위원은 “저탄소농축산물의 시장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농가 참여도 낮다” 면서 “시장 차별화 방안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증 제품 홍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에 농가들도 공감하는 모습이다. 


최종환씨는 “지금은 저탄소농축산물인증에 대한 신청비용만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실적인 사후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농가들이 농업을 통해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일지는 모르겠지만 저탄소농축산물인증제를 통해 일부라도 감소시킨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니 적절한 지원을 통해 유지와 확대를 시켜달라” 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