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인건비, 농자재 등의 농업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농촌현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부족 해소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급감한 터라 회복이 쉽지 않다. 
또, 수입에 의존하는 농자재 원재료 가격도 상승해 농업인들은 생산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생분해멀칭비닐 같은 친환경 농자재가 인건비 절감은 물론 농촌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흙, 물과 함께 분해되는 생분해멀칭비닐

멀칭비닐은 밭농사의 필수 농자재로 감자, 고구마를 비롯해 배추, 옥수수, 콩, 시설채소 등 대부분의 농작물에 적용되고 있다. 잡초방제는 물론 작물의 성장촉진, 생산량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명을 다한 비닐은 수거·처리·가공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각종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건비 같은 수거에 따른 비용 문제가 발생하면서 농업인들의 부담 가중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생분해 멀칭비닐은 사용 중일 때는 일반 비닐과 성질이 같지만, 사용 후 폐기됐을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친환경적인 비닐로, 최근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농업용 비닐이 석유나 천연가스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에 반해 생분해멀칭비닐은 옥수수 전분, 식물성 유지와 오일과 같은 재생 가능한 바이오 원료로 만들어 진다. 또, 생산과정에서도 일반플라스틱과 달리 지구 온난화 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특징도 있다.


무엇보다 생분해멀칭비닐은 토양과 접촉하거나 묻힐 경우 6개월~1년 사이에 완전분해 돼 폐비닐 수거 작업이 필요없어 최근에는 농작업에 인력 투입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농업기술원,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이 시범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한 고구마밭의 수확 전. 가운데 배색된 부분의 분해가 활발하다.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한 고구마밭의 수확 전. 가운데 배색된 부분의 분해가 활발하다.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한 고구마밭의 수확 후. 별도의 비닐 걷기 작업없이 수확을 했고, 멀칭비닐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한 고구마밭의 수확 후. 별도의 비닐 걷기 작업없이 수확을 했고, 멀칭비닐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활용도 크지만 가격은 아직까지 부담”

농업인들이 생분해멀칭비닐을 요구하는 이유는 생산비 절감과 농촌 환경보호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장농업인들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는 15만원 이상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간 상황이다. 


또, 사용 후 수거되지 못하고 쌓여있는 멀칭비닐의 양이 연간 7만톤에 육박한다. 이 폐비닐은 농촌의 환경을 헤치는 것은 물론, 토양속에 남아 농업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생분해멀칭비닐은 농작업 환경과 토양의 비옥도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용 후 1년 정도면 자연분해가 되기 때문에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여주시고구마연구회 이강원씨는“올해 여주시의 보조사업을 통해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해 본 결과 고구마 수확에서 비닐을 걷는 등의 작업과정이 줄어들어 인건비는 확실히 감소했다”면서“생분해멀칭비닐의 잔여물의 경우 햇빛에 노출된 부분은 분해가 빨랐고, 땅속같은 덜 노출된 부분은 아직 원래 모습을 일부 유지하고 있어 고구마 수확 완료 후 내년 봄까지 분해 상태를 체크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박정식씨는“생분해멀칭비닐은 일반멀칭비닐보다 비싸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내 돈주고 사 쓰기에는 부담이 있는 만큼, 지자체의 보조사업이 확대돼 많은 농업인들이 부담없이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하길 바란다”면서“농업경영체등록이 안된 임차농들은 보조를 받을 수 없는 만큼 이 부분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현재 생분해멀칭비닐 1롤의 가격은 대략 15만원~17만원 내외를 나타내고 있고, 여주시의 경우 생분해멀칭비닐에 대해 농업경영체등록된 농업인에 한 해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전북 진안군, 강원 양양군 등이 보조사업으로 가격의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

 

 생분해성 어구는 10년전부터 보조사업 

농업인들은 코로나19 사태와 인력 문제 해소, 농촌 환경보호 대책의 하나로 농업에 생분해멀칭비닐 보조사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더딘 상태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이는 어업과의 비교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업의 경우 해양수산부의 주도로 10년 넘게 친환경 어구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국내업체가 생산한 생분해성 어구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고, 국립수산과학원의 성능검사와 인증을 받은 제품만 보조가 가능하다. 또,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인증서(EL724)를 발급받은 제품이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예를 들어 생분해성 어구 1폭이 3만원이라고 치면 보조를 통해 2만4천원 가량을 지원될 정도로 어업인들의 부담 적다”면서“농업의 경우 멀칭비닐이 어업의 어구만큼 가장 많이 쓰이는 농자재인 만큼 보조사업을 확대한다면 농업인들도 저렴하게 생분해멀칭비닐을 사용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의 생분해성 어구 보급현황을 보면, 보조사업 예산은 2007년 14억원, 2019년 52억원 등 13년간 43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아울러 생분해멀칭비닐 사용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단체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체표준 인증으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정부 조달 시 우선구매 혜택을 부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멀칭비닐 생산업체들도 생분해멀칭비닐에 대한 단체표준 제정에 공감은 하지만 업체들간의 기술력 차이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면서 “단체표준 제정으로 보조사업이 활발해 진다면 생분해멀칭비닐의 생산량이 증가해 농업인들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보조사업 활발

전 세계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분해성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떠오르고 있다. 생분해멀칭비닐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도입과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은 연간 300톤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정부가 17.5%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반 멀칭비닐을 사용할 경우 농업인들은‘재활용 부과금’을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이탈리아는 생분해성 비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4% 완화해 주고 있으며, 독일은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가 생분해멀칭비닐 전용 소재를 개발해 유럽과 아시아 등에 공급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특히 생분해멀칭비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본은 현재 3,500톤 이상의 생분해멀칭비닐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이는 전체 멀칭비닐 시장의 5%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산동, 신장, 광주 등의 지역에서 지역 시범사업으로 생분해멀칭비닐이 생산, 보급되고 있으며, 향후 정부 주도로 생분해멀칭 소재 업체에 대량생산 시설을 증설 할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코바이오플라스틱스가 원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업체로 알려져 있으며, 일신화학, 삼동산업, 태광뉴텍 등이 생분해멀칭비닐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 지자체의 보조 절실히 필요”

생분해멀칭비닐은 수년 전부터 농업인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앞서 밝힌대로 친환경 소재이다 보니 가격 면에서 2~3배 비싼 점도 있었고, 농업인들의 환경이나 인건비 절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생분해멀칭비닐에 관한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농업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분해멀칭비닐의 확산이 더 되길 기대한다”면서“하지만 국내 시장은 기업의 노력만 가지고 해결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사례처럼 해외에서는 생분해멀칭비닐 사용 확산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그러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우선으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없다면 지금의 관심이 사그라 드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신승호 한국고구마산업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정부가 농업을 국가 기반산업으로 인정한다면 지금 농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력 부족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면서“생분해멀칭비닐 보조사업 활성화 뿐만 아니라 다각도에서 정책현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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