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터 드론, 농기계까지 자율주행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여겨진다. 이 가운데서 농기계의 자율주행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필수 연구로 꼽힌다. 
농기계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이앙기와 트랙터 등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대동, 동양 등 국내업체들 뿐만 아니라 얀마, 구보다 등 세계 농기계 업체들이 저마다 자동직진 이앙기(반자율)와 트랙터를 선보이거나 개발에 착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5년후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농기계가 상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가속이나 방향 전환, 제동은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선회나 급박한 상황에서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단계다.

 

 


 직진보조, 자율주행 등 스마트화


자율주행 농기계는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같은 위성의 측위 정보를 농기계의 수신기가 받아 자율주행 컨트롤러와 전동식 조향 장치를 통해 자율 주행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직진 이앙기는 D-GPS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D-GPS 방식은 위성의 신호를 농기계에 부착된 수신기가 바로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도입 비용이 적고 간단한 설정과 조작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차 범위가 ±30cm 정도로 다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직진보조와 자동선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밀측위(RTK, Real-Time Kinematic) 방식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방식은 지상에 별도의 이동기지국을 설치해 위성과 이앙기 신호의 오차를 줄여준다. 하지만, RTK 방식은 오차 범위가 ±3cm로 정밀해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동식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과 구입에 따른 별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된다.

 

리모트센싱, 자율주행 시대 올 것


4차 산업혁명은 농업에도 이미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율주행은 이러한 변화에 일부이다. 
일본의 얀마 농기계의 경우 농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과제의 해결책으로‘스마트농업’을 제안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로봇, ICT, 드론, Iot 등의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이 총망라되어 농업의 간소화, 비용 절감, 고품질화, 수율의 안정화 등을 통해 새로운 영농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미 원격제어로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사용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시각화하는‘SAR(Smart Assist Remote)’, 드론을 이용해 논의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는‘리모트센싱’, 자율주행 이앙기 등 이미 ‘스마트농업’을 시작하고 있다. 

 

일부 국가 곡선구간 작업도 성공


농기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 등은 자율주행 등 농기계의 스마트화를 선도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트랙터 시장의 선도기업은 미국의 아그코와 존디어, 영국 CNH, 일본의 구보다와 얀마 등을 들 수 있다. 경작면적이 넓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대형 농기계를 주축으로 하는 존디어와 CNH의 점유율이 높으며, 중소형 농기계 시장에서는 일본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이들 선도기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트랙터에 도입해 자율주행 무인 트랙터를 개발하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 농업연구센터는 1998년 6월 long mat를 이용한 무인자율주행이앙기로 모내기를 연시했다. 이 무인자율주행이앙기는 농업연구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위치제어에 RTK GPS를 이용해 고정밀도의 위치제어를 실현시켰다. 


일본은 농촌 지역 고령화 심화에 따른 작업능력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무인 자율주행 이앙기와 트랙터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직선구간은 물론 곡선구간에서도 농작업이 가능한 자율주행트랙터 등을 개발, 홋카이도 등 주요 농업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진보조 넘어 자율주행까지 먼길


우리나라에서 농업기계 자율주행 기술은 대표적으로 2004년 농촌진흥청과 LS엠트론이 공동으로 40마력급 자동직진 트랙터를 개발한바 있으며, 2012년 동양물산기업은 GPS와 IMU(관성측정장치) 센서시스템의 통합기술을 개발해 80마력급 자동직진 트랙터를 제작한 바 있다. 대동공업은 지난해 자동직진 이앙기를 출시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농기계 분야의 자율주행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이야기 한다. 
이앙기의 경우 아직까지 직진 구간에서의 직진보조 정도다. 


아울러 다년간 농기계를 운전한 농업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자율주행이 완벽히 대신하기에는 현재의 기술에 부족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농촌 고령화와 농업의 기피 현상으로 능숙한 운전자가 점점 줄어 들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피로도 감소 등 효과 발생


자율주행 농기계는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특히, 인건비 절감, 인명사고 감소, 농작물 생산성 향상 등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개발된 자동직진 이앙기와 트랙터 등은 아직 사람이 탑승해 선회를 시켜줘야 한다. 기존 이앙기의 경우 이앙기를 운전하는 사람과 모를 보충해주는 사람 등 2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자동직진 이앙기는 사람이 핸들을 잡지 않고도 직진이 되기 때문에 한 사람만 탑승해도 작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만큼의 인력과 인건비가 감소된다는 뜻이다. 


또, 업계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농작업 시간과 농업인 피로도를 감소시킬 것이며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농업인들은 대체로 어깨결림, 허리통증, 수족감각 둔화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데 무거운 못자리 운반과 운전 역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장 도입 위한 기술 표준화 필요


자율주행 농기계의 현장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주장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조작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수를 가장 낮게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 표준화를 꼽는다. 표준화된 기술 체계는 기술개발의 범위를 줄이고 기간의 단축과 비용의 절감이 가능해 자율주행 농기계 현장 도입을 촉진시킬 수 있다. 농업기계 국제 표준화는 ISO TC 23에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트랙터나 무인작업 로봇 기술에 대한 표준, 시험방법 표준 등은 일부 국제표준이 진행되고 있다. 또, 스마트팜에 사용되는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노지 농기계의 무인화 로봇 기술 개발이 정부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농자재 투입, 작업 이력, 생산 효율 등에 대한 표준 개발이 조기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 현장의견 엇갈려


철원군의 박재덕씨는“지금 얀마의 자율주행 이앙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선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작업속도가 빠르고, 그러면서 일반 이앙기를 탈 때와 비교해 피로도도 덜 한 것 같다”면서 “가격대도 일반 이앙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장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주변에 자율주행 이앙기를 구매하고도 기능을 숙지 못해 반품하는 분도 계신데 기능을 최소 80% 이상 사용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농업인들은 대체로 자율주행 농기계의 원리와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농작업 도입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수도작 농가는“모를 심을 때 자율주행이 아닌 이앙기로도 혼자서 100미터 거리를 왕복할 수 있기 때문에 소농들은 아직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면서“농가들이 최근에는 모내기도 3포기 내외의 소식재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의 장점으로 꼽히는 노동력 감소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화성시의 농가는“자율주행이라고 하면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닌 것 같아 용어사용을 잘 해야한다”면서“논바닥은 울퉁불퉁하는 등의 변수가 많아 사람이 결국에는 탑승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자율주행은 아무래도 간척지나 대농위주의 활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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