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일당을 13만원까지 주면서 일을 시켰어요. 재작년에는 7만5천원을 줬었는데… 올해도 코로나가 계속되면 망하는 농가들 속출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제발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주시와 이천시, 원주시 등 고구마 농가들은 힘겨운 농사를 지었다. 고용노동부에 신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한 명도 들어오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불법이지만 우리나라에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라도 고용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했고, 일당이 치솟았다. 이제 농가들은 올해 농사가 걱정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작년에 못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리고 오던지, 불법 노동자들을 단기간 합법화 시켜서라도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싶어하는 농업인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 외국인 노동자 일당 폭등

고구마, 양파, 마늘 등은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작물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8,720원에 비춰보면 하루 10시간을 일한다는 가정하에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 일당은 8만7천원으로 추정된다. 농가 일당은 2017년 6만5천원에서 7만원선이었지만 매년 1만~2만원씩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는 오르는 수준을 벗어나 폭등을 했다. 10~20년전만 해도 농촌의 자가 노동력이 50%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신승호 한국고구마산업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지난해는 코로나 때문에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못 들어오는 바람에 불법 노동자들에게 웃돈을 더 주면서까지 고용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수확은 해야하고, 일손이 없다보니 그렇게 돈을 더 쓰면서까지 모셔와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국회에서 농민 노동법을 제정해 농업인들의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당이 치솟는 이유는 매년 겪는데 농번기 일손 부족에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계절 노동자 4천532명 중 1명도 입국을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자가격리 비용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설상가상 이같은 일손부족에다가 여름장마, 가을태풍까지 덮치면서 고구마의 경우 전국 생산량이 20~30% 줄어들었다.


신 사무총장은“여주시의 고구마농가들은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남자의 경우 12만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주고 고용을 했다”면서“외국인 노동자들도 본인들이 없으면 농사가 안 돌아가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SNS에서 일당을 공유하고, 비용을 많이 주는 곳을 찾아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 불법체류 외국인들 양지로 나와야

현장 농업인들은 올해도 현재 시스템으로 인력 활용 흐름이 이어진다면 농촌에도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서 외국인 계절 노동자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농업인들이 원하는 숫자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도로 우리나라에 입국해 취업한 농업 노동자는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계절노동자 5천여명, 법무부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불법 외국인 체류율 13.4%를 더하면 어림잡아 5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의 농촌에서 일을 하고 셈이다.

법무부의 불법체류율도 적발된 농업부문 외국인 노동자 수라서 실제 농업부문에서 종사하고 있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업인들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기간만이라도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양성화 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의 이동보 전 사무총장은“불법 외국인 노동자 수만명을 양성화 시켜야 한다. 일정기간을 두고 자진 신고를 하는 불법 외국인에 대해 농가와의 정식계약이 성립되면 정부에서 최소 3년간 체류를 보장해 주되 1차 년도에 최저임금의 50%, 2년차에 60%, 3년차에 70%를 주면 된다”면서“그 이후에는 고용주와 계약을 하면 된다. 정부가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의 수요를 예측한 후, 음성적으로 뿌리내린 불법 노동자들을 양성화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법무부와 농식품부, 농협 등이 힘을 모아 농촌 불법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의 고용에 필요한 인력 수요와 공급 기준을 농업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농촌사회학회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은 수확철에 자신이 일하는 양과 능력에 따라 1인당 500만원씩 버는 상황이고, 불법 노동자 신분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상황이라 양성화에는 많은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가 최저임금의 일부 지원도 한 방법

올해 경북 영양군은 베트남에서 380명의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유입, 120여 농가에 배정해 90일간 고추와 상추, 수박 등을 수확할 예정이었다. 인근리조트에서 14일간 격리를 하고, 격리비용은 농가가 30%, 영양군이 70%를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법무부가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출입국을 강화하는 지침 때문에 무산됐다.


이동보 전 사무총장은“정부는 올해는 계획한 외국인 인력을 조기배정 시켜야한다. 당연히 방역지침을 지켜야 하고, 자가격리 경비를 고용농가, 정부, 농협, 외국인 노동자가 나눠서 부담을 하면된다”면서“현장에서는 그나마 있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폭등하고, 자연재해로 생산량은 줄고 있어 당장 농업인들은 농사를 접을 판인 만큼 정부가 빨리 문을 열어 농촌일손부족 문제를 공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로나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a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2만7,139명으로 약 90%는 기능실습생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농산물 수확 때 필요한 일손인 기능실습생 코로나로 인해 유입이 되지 못했다. 이에 농가나 영농법인이 원래 고용하려고 했던 기능실습생을 대신할 인력을 고용하면, 농림수산성이 1인당 최대 시간당 500엔(약 5천800원)가량을 보조했다.


신승호 사무총장은“지난해는 정부가 그나마 농촌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단속을 덜 한 것 같고, 비싼돈을 주고서라도 고용을 했지만, 만약 올해 소탕작전을 펼치면 농업인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불법 외국인은 데려가도 문제, 안 데려가도 문제인 만큼 코로나 시기 만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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