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이문표 씨

“저는 제초제, 화학비료,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겠다고 작심하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해 보지도 않은 농사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지난 10년간 내 손으로, 유기농을 하겠다는 두 가지 초심은 지키고 있습니다.”


충북 진천군 이문표씨는 생강, 고추, 마늘의 토종 종자를 찾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농업인이다. 토종고추(수비초)를 비롯해 토종생강, 토종마늘(초평마늘), 들깨, 검은땅콩(흑땅콩), 토란, 건토란대, 서리태, 건고사리 등이다.


그의 하우스에는 아직도 토종 고추와 생강이 수확되고 있고, 단호박도 종종 눈에 띈다.
그는“고추이야기부터 하자면 2013년에 경상북도 영양고추시험장에서 우리나라 토종고추 수비초를 분양받아 재배하고 있다”면서“현재 남아있는 우리의 몇 안 되는 고추 중에서도 맛과 향, 매운맛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고추다”고 말했다.


이어“수비초를 한 번 먹은 사람은 수비초만 먹는 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고추 품종으로서는 맛과 향은 물론이고 가격대도 높다”고 말했다.


수비초는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의 토종 고추로 모양은 길쭉하고 꼭지가 우산 모양으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캡사이신 함량이 34.1mg%로 일반 고추 품종(5.8mg%)보다 무려 5배 이상 높아 매운맛과 단맛을 선호하는 우리사람들의 입맛에 맛는 품종으로 여겨진다.
현재는 경상북도 영양고추시험장에서 매년 공개분양을 하고 있다.


그는“칠성초나 유월초 같은 토종 고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비초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면서“많은 작물에 토종이 있지만 고추 토종은 입도 즐겁고,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토종생강 재배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강의 원산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군 봉동에서 구한 토종생강을 재배하고 있다. 토종 생강은 과육의 색상이 우유색, 아주 진한 노란색, 아기 엉덩의 몽고반점 같은 푸르스름한 반점을 많이 가진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색상별로 약간의 식감과 향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두고 봉동에서는 차례대로 백골, 황골, 청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중에 토종 중에서 백골과 황골은 제법 볼 수 있는 반면, 청골은 생산량이 아주 적어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맛과 향은 뒤로 갈수록 강하고, 색상이 옅을수록 은은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재래종 생강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산 씨생강의 생산량이 토종을 뛰어 넘었고, 재토종생강은 시장에서 거의 볼 수 없다. 하지만 맛과 향 면에서 중국산으로 키운 생강이 토종 생강보다 최소 5배는 떨어진다고 평이 있다.


그는 “생강은 씨로 심는 농작물이 아니고 뿌리를 갈라서 심는 작물이기 때문에 종자값도 많이 들고, 키우는 사람이 한 번 종자를 바꾸면 그 다음해에는 전에 키우던 종자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은 작물이다”면서“토종의 절반 가격으로 구매하셨다고 해도, 효용이나 맛으로 따지면 적어도 두 배 반은 더 비싸게 구매한 것이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마늘은 진천 토종마늘이지만 지역에서도 드문 초평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초평마늘은 내가 사는 진천군 초평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마늘이고, 우리는 이 마늘을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농가라고 보면 된다”면서“토종마늘은 단양마늘과 초평마늘이 인정을 받고 있는데 단양마늘에 비해 초평마늘은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처음에는 우리 가족이 먹을 용도로 조금 심었다가 주변에서 맛을 인정해줘 양을 늘렸다”고 말했다.


특히 초평마늘은 번식이 늦은 품종이라 아직은 생산량이 많지 않은데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는 유기농법을 통한 토종재배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는“원래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쓰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면서“올해는 농장을 옮기면서 유기농인증을 취소했는데 내년부터는 무농약부터 다시 시작해 앞으로 유기농인증을 받고, 토종 고추, 생강, 마늘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