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강릉 같은 재래종 무궁화 보존 필요”

 

“무궁화는 이유 붙이지 말고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꽃입니다.”
충청북도 음성군 대봉수목원 송석응 대표는‘무궁화 박사’로 불린다. 20여년간 무궁화 재배와 보급, 품종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는 농업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50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분재, 수생식물을 키웠고, 그러다 무궁화까지 재배하게 됐다.


처음에는 8그루로 시작한 무궁화 재배는 지금 5천여평에서 120종 넘게 키우고 있다. 수목원에는 모종부터 성목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궁화가 자라고 있다.
특히 최근 그가 관심을 갖는 무궁화는 재래종인 안동과 강릉 등이다.


그는 무궁화를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해 온 꽃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꽃 이화(李花)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무궁화를‘민족의 꽃’으로 여겼고, 일제강점기에는 민족혼과 독립투쟁을 일깨우는 구심점이 됐기 때문이다.


또, 단군신화 속에도 등장했고 훈화초, 근화, 목근화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면서 백성의 꽃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무궁화는 전 세계적으로 250종이 넘을 정도로 대중적인 꽃이다”면서 “지금은 개량종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속에서 안동이나 강릉 같은 재래종 무궁화가 존재하고 있어 이들을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최고령 무궁화는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박씨 재실에 있는 수령 110년된 무궁화다.
천연기념물 제520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고, 높이 4mㆍ둘레 146㎝에 이른다. 나이 탓에 3개의 지지대로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여름에는 꽃을 피우고 있다.

안동(사진 왼쪽) 강릉(사진 오른쪽)
안동(사진 왼쪽) 강릉(사진 오른쪽)

 

또, 안동시 예안향교 무궁화는 우리나라 무궁화나무 중 100년 내외의 최고수령으로 유명세를 떨치다가 2011년 추위에 동사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행히 당시 예안향교 관계자가 삽수를 채취해 삽목한 안동 무궁화가 살아있다. 그의 수목원에도 강릉과 안동 품종이 한 켠에 심어져 있다.


그는“제대로 된 무궁화 꽃은 아침에 와서 봐야 한다”면서“예나 지금이나 무궁화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관심은 부족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그는 무궁화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이 무궁화가 나라꽃이라고 하면서 법으로는 국화로 지정되지 않고 있고, ‘키우기 힘든 꽃’, ‘진딧물이 많아 지저분한 꽃’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지난 해 8월 한 국가적 행사에 한지로 만든 무궁화가 배경으로 전시된 것을 보고 이것이 무궁화에 대한 대접인가 싶어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무궁화가 국화로 지정은 안됐지만 나라꽃으로 여긴다면 적어도 생화를 전시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무궁화가 지저분하다고 하는데 무궁화의 진딧물은 검기 때문에 하얀 잎에 다섯 마리만 있어도 굉장히 많아 보인다. 꽃이 피면 진딧물이 없어지고, 봄에 새 잎이 나올 때 소량의 진딧물 약 한 번만 뿌려주면 진딧물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그는 무궁화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을 아쉽다. 무궁화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교육을 하려면 묘목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지역학교 선생님들한테도 이야기를 했고, 무궁화를 심는 것에 더해서 의미를 학생들한테 가르친다면 더 의미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면서“옛 대한민국 정부의 문장, 애국가의 가사, 국장, 대통령 휘장, 법원 마크, 국회의원과 지방 의회 의원의 금배지까지 무궁화인 만큼 정부에서 교육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무궁화는 심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긴 세월 기다려 피었다가 미련 없이 지는 모습이 우리가 사는 모습하고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무궁화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고, 나라꽃의 대접만 받기를 바란다”면서“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교육,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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