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한 달째 열대야에 헐떡이고 있다. 무더위에 물이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비마저 내리지 않는다. 산천 곳곳이 가물었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있다. 체온이 가파르게 오른 가축들은 생사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이 붙는 폭염과 가뭄, 2018년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불볕더위, 폭염은 통상 섭씨 33도 이상의 고온을 이른다.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이면 폭염주의보,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올해는 섭씨 35도를 훌쩍 넘겨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날들이 이어졌다. 이상고온현상으로 농사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피해가 막대하다.


고온에 시달린 사람과 가축은 열사병을 비롯해 탈진, 피로, 발진, 경련 등 각종 병증으로 고생하고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과일, 채소 등은 말라죽을 처지에 놓였다. 비닐하우스에 차광시설과 수막시설을 설치하고, 축사나 실내 작업장 천장에 분무장치를 둬 복사열을 방지하고, 선풍기와 팬으로 계속 환기를 해도 고온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가축 572만2천 마리가 폭염으로 해를 입었다. 돼지 2만2천 마리, 닭 532만 수, 오리 26만3천 수, 메추리 11만7천 수 등이다. 아무래도 더위에 취약한 가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농작물 피해도 늘고 있다. 과수 1천308헥타르, 특작 750헥타르, 채소 438헥타르, 밭작물 341헥타르, 벼 72헥타르 등 모두 2천909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기 때문에 농작물의 가뭄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개호 농식품부장관은 취임직후인 15일에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등지를 순방했다. 고랭지배추와 무 주산지와 고추 밭을 방문해 산지작황과 수급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폭염과 가뭄 장기화에 대응한 긴급대책 추진을 약속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급수와 약제를 지원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병해충 방제 등 농업기술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관련기관이 모두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모양이다. 일부 단체장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농촌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긴급구호와 재해대책이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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