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끊임없는 쌀변동직불제 개편 압박이, 직불금 예산을 줄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보다 4.2% 규모를 줄이는 농식품부 내년도 예산요구안이 기재부에 전달됐다. 내년엔 쌀변동직불금 예산을 6천억 가까이 줄이겠다는게 요점이다. 1조800억 책정했다가 5천390억만 사용한 올해의 경험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17만원대 이상으로 쌀값이 오르고 있는 점도 변동직불금을 깎는 원인이라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를 발표한 기재부의 자료엔 각 부처가 5월말에 제출한 ‘예산 요구 현황’라고 적혀있다. 말그대로 농식품부가 예산을 줄여서 요구안을 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산 삭감에 대해 따지거나, 이의가 있으면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요구안을 만든 농식품부와 논의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본래 정부의 예산 시스템이 실링(Ceiling, 정부 예산의 대체적 요구 한도, 즉 각 부처의 다음 연도 예산의 규모를 모두 더한 금액을 기재부가 예산을 어림 잡아서 부처별 요구한 한도액)이란 것은 모두 알고 있지 않느냐고 호소한다. 거기에 맞게 요구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한다.


최근들어 기재부는 더욱 재정지출구조 개혁을 이유로 변동직불금제 개편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논조만 기준 삼아 직불제의 의미와 발전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효율성만 따지는 ‘경제통’ 기획재정부가 바라본 쌀변동직불제는 폐지 대상일 수 있다. 쌀이 과잉생산되는데, 왜 굳이 가격지지에 나서냐는 게 그들의 논리다.


농식품부는 지금의 예산편성 시스템이 농업분야에 불리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입을 연다. 마뜩잖다. 기재부가 농식품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예산안을 꾸미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요식행위라도 전문가의 손을 거친 정당한 요구안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기재부가 예산의 한도를 정해서 ‘그만큼만 사업계획을 짜’라고 통보하더라도, 농식품부는 농업분야 ‘전문가집단’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농업현실과 현안, 비전, 여러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 선후좌우에 맞게 사업예산을 짜고, 부족하면 떳떳하게 요구해야 하는게, 농식품부의 옳은 자세다. 해마다 요맘때 농업예산을 줄인게 누구냐고 지적하면, 기재부와 농식품부의 ‘핑퐁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볼썽사납다. 농식품부는 ‘농업을 담당하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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