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기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코리안 바나나를 아시나요? 우리나라 산과 들에 널리 분포하는 산과실인 ‘으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 맛이 달고 생김새가 바나나와 비슷하다 하여 코리안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은 다래, 머루와 함께 예부터 널리 이용되어온 전통 먹거리이다.

으름의 한자명은 목통(木通), 통초(通草)이며, 열매는 연복자(燕覆子)라 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으름은 석청(石淸, 나무나 바위틈 등 야산이나 들판에서 채집한 야생 벌꿀)보다 달고, 서리보다 차며, 다래와 더불어 널리 식용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으름은 세계적으로 7속 15종이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으름과 그 변종인 여덟 잎 으름(Akebia quinata var. polyphylla Nakai), 멀꿀(Stauntonia hexaphylla Decne.) 등 2속 2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등을 원산지로 하는 으름은 주로 황해도 이남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낙엽활엽의 덩굴성 식물로 수직적으로는 50~1,300m에 분포한다.

으름은 다래와 마찬가지로 내한성이 강하여 추운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내음성(음지에서도 광합성을 하여 독립 영양을 마련할 수 있는 성질) 또한 강한 수종이다.

잎은 호생(어긋나기) 또는 총생(더부룩하게 무더기로 남)하며 소엽은 장타원형의 5개로, 양면에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밋밋한 특징이 있다. 

꽃은 자웅일가(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함께 달림)로 4~5월에 피고 잎과 더불어 짧은 가지의 잎 사이에서 나오는 짧은 총상화서(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차례)에 달린다.

수꽃은 크기가 작은 대신 많이 달리며, 반대로 암꽃은 크지만 적게 달리는데, 지름이 약 3cm로 엷은 자홍색이고 꽃잎은 퇴화되어 3개의 꽃받침 잎이 대신한다.

으름은 자가불화합성(같은 꽃이나 같은 그루의 다른 꽃 화분이 수분하여도 여러 가지 이유로 수정하지 않는 현상)이 매우 높아 인접한 포기와의 교배에서도 거의 결실되지 않는 수종이며 주로 충에 의한 매개로 수정하는 특징이 있다.

열매는 장과(漿果, 과육 부분에 수분이 많고, 연한 조직으로 되어 있는 열매)로 장타원형이며, 10월에 자갈색으로 익고 봉선(縫線, 열매가 터지는 선)이 터져서 종자가 분산되며 과피(果皮)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으름은 예로부터 약리적 효능뿐만 아니라 흉년이 들어 곡식이 부족할 때 기근을 해결해 주는 구황작물로도 각광받아 왔다.

으름의 어린 순은 나물로 무쳐 먹었고, 꽃은 부각을 하거나 비빔밥 등에 넣어 먹었으며, 열매가 익으면 과육으로 먹었다. 검은 씨앗으로는 기름을 짰는데, 꽃부터 잎, 줄기, 열매, 뿌리, 종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약재로 쓴다.

으름의 줄기(목통)는 해열제, 이뇨제, 강심제, 혈압조절제, 소염제 등으로 쓰였고, 열매는 해독제, 살충제, 이뇨제 등으로 이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으름 추출물이 도시락의 부패를 일으키는 식중독 균과 치아 우식증을 유발하는 균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와 같이 약리적 효능이 뛰어난 으름을 개발하고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양평 등 10개소에서 자생하는 으름 120개체를 선발, 과실형질을 조사하여 이들 중 과실형질이 우량한 ‘양평 2호’와 ‘무주 21호’ 등 19개체를 선발하고 클론보존원을 조성한 바 있다.
현재 이들 보존원에서 품종 육성 중으로, 우수한 개체는 선발하여 품종으로 등록하고 분양을 희망하는 농가에 고품질의 우수한 으름 품종에 대한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전국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하고 병충해에 강한 우리나라 대표 자생 산과실 으름의 약리효능과 우수한 기능성이 앞으로 더욱 연구되고 밝혀져 새로운 건강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