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신고 기피·지연… 신고포상금, 명단 공개 추진”

구제역 확산에 대한 농식품부의 고질적인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18일에도 농식품부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최근 구제역이 더욱 늘어나는 이유는 방역조치를 강화하면서 신고 기피하거나 지연한 농가가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농가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식 책임 회피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이 국장은 이날 구제역 관련 브리핑에서 홍성 천안 등 일부지역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고, 이달 들어 경주, 아산 등 새로운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나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건, 1월 45건, 2월 48건, 3월들어 32건에 이르는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제역 발생 정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국장은 “구제역에 따른 매몰비용 등 농가부담이 발생하면서 발병해도 신고를 지연하거나 기피하는 농가가 생기고 있다”면서 “이러한 신고 기피 현상을 방치할 경우 구제역이 만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조치로 농식품부는 발생지역의 도축장 출하돼지에 대해 혈청검사(NSP항체검사)를 강화하고 도축 출하 전 임상검사도 철저히 시행키로 했다. 사료 및 가축운반차량 바이러스(항원) 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향후 신고를 기피하거나 지연하는 농가들이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들에 대해서는 농가 이름을 공개하고 해당 지자체로 하여금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토록 할 계획이다. 특히 가축전염병 발생 및 가축전염병예방법령 위반 사실을 신고하는 자에 대해 포상급을 지급하는 ‘신고 포상금 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농가들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우선 이웃의 구제역 발생으로 이동제한에 걸려 출하가 지연되고 있는 양돈농가들의 경우 임상증세가 나타나더라도 일단 신고가 꺼려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제한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출하를 못하게 되고 자금회전이 막히게 된다는 것. 여기에 분뇨처리마저 제때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산할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이 뿐 아니라 일반 농가들도 무턱대고 구제역을 신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도 책임여부를 가려 감액조치를 일삼는데다, 출하제한에 따른 피해부담도 전적으로 개별농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구제역 발병을 놓고 정부와 농가들이 떠미는 모양새다. 그간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농가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정부는, 구제역 확산이 신고가 늦춰지거나 기피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바꿨지만, 여전히 농가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축산단체 한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이미 개별농가가 책임지기에는 한도를 넘고 있다”면서 “엄밀히 말해 방역문제는 정부의 의무가 큰 것을 인정하지 않고, 농가들에게 생계안정자금과 축산정책자금을 끊는다는 엄포로 구제역 책임소지를 따진다면 누구라도 적극적인 임상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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