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와 서울시공사의 체감 분위기 달라”


“섣부른 접근 우려…정권 초 몰매 맞을수도”

서울시공사, 오는 31일 저녁 경매부터 ‘전량하차’



오는 3월 31일 밤 경매부터 가락시장으로 출하되는 제주산 월동무에 대한 전량 하차경매가 강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하차경매 시행 관련 유통인 회의를 개최하고 ‘무 하차경매’에 대한 시행시기를 못 박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울시공사가 그 동안 쌓아왔던 하차경매 추진경위를 설명하고, 이에 따른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등 하차경매 시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서울시공사의 입장과 달리 아직도 시장내 유통주체들은 이견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조차 산지출하자 지원에 대한 확정된 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공사가 제시한 지원방안과 산지 및 시장내 유통주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무 하차경매’에 대한 문제를 짚어본다.


◆ 서울시공사 “무 하차경매 충분한 명분있다”

“산지에 하차경매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서울시농수산식품) 공사가 지원 가능한 부분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지난 15일 하차경매 관련 유통인 회의를 주제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이래협 유통본부장의 말이다.

서울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하차경매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농산물 표준규격 유통을 촉진하고, 하역기계화를 통한 물류 효율화 도모. 고질적 유치분쟁 해소 등이다. 특히 서울시공사는 지난 2007년부터 컨테이너유통개선협의회를 통해 제주산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지난 2012년 7월에는 특수품목중도매인이 ‘하차경매 시행 요청(차상경매의 문제점)’을 주장한 바 있다. 차량단위 경매에서는 품질 및 수량파악이 어려워 ‘산’ 과 ‘재’ 속박이 등의 음성적 관행으로 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되고, 상품감정을 위해 차량에 올라가면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공사는 하차경매 추진을 위해 거래개선위원회(2012.8.17~2012.10.12)를 8회 개최했고, 하차경매 시행 유통인 회의(2012.10.1.0~11.9)를 3회 개최했다. 올해는 제주도 생산농가 방문 및 시범사업(2013.1.30~3.14)을 2회 진행하면서 하차경매 시행을 홍보하고, 다단식목재상자를 통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5일 관계자 협의에서는 하차경매 시행일정을 밝혔고, 준비 및 지원사항과 기타 쟁점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3.18~30일까지 시장 내 현수막과 전단지 배포 등을 통해 산지 및 도매시장 유통인, 구매자에게 하차경매 시행을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서울시공사의 계획을 접한 시장내 유통인들은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서울시공사가 지난해부터 물류 및 하역체계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내부기류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추진 강행에 대한 이유를 풀이했다.

◆ 산지 물류기기 공급 ‘원활’… 하역노조 ‘반발’

서울시공사가 제시한 ‘무 하차경매’ 지원방법에 따르면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대부분의 내용이 해소된 듯 하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파렛트와 다단식목재상자의 경우 KPP(한국 파렛트풀)과 KCP(한국 컨테이너풀)과 협의한 결과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또한 주요 해운사에 양문형 컨테이너 공급에 대한 문의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장내 하역인력 확보에 대해서는 서울시공사는 지게차와 이동식 컨베이어(자바라) 등 하역장비를 사전에 준비하고, 파렛트 출하를 최대한 독려하면 원활한 하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하역노조와 하역인력에 대한 사전 확보를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하역노조의 반대 입장이 생각보다 강경하다. 하역노조 관계자는 “파렛트 출하비율이 90% 이상 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감내하겠지만, 그 미만이라면 인력배치가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공사가 임시인부와 자원봉사자를 운운하는데, 하역도 전문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이들로는 하역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면서 “그 동안 반대 의견과 자료를 수 차례 제출했음에도 강행하려는 것은 서울시공사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 “물류비용 지원…세부내용은 ‘검토중’”

서울시공사가 늘어나는 물류비용에 대한 지원을 밝혔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파렛트와 다단식목재상자의 이용료를 정부지원 단가 기준으로 70%까지 지원키로 했다. 이 부분을 서울시공사가 50%, 제주특별자치도가 50%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시장내에서는 “공사가 30년만에 처음으로 돈을 쓴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언제, 어느 규모까지 서울시공사가 지원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아직까지 ‘검토중’ 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물류기기의 세척장 입고비 감면도 “긍정적 검토” 수준이지 ‘감면’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양두환 사무관은 “산지출하자와 서울시공사가 체감하는 분위가가 많이 다르다”면서 “산지출하자들이 가락시장 내 하차경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차경매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사무관은 “수 년간 연기해 온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출하자 지원을 통해 하차경매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새롭게 예산을 요구해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더 형성된 이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 하역비 전역감면 요구… 도매시장법인 ‘신중’

도매시장법인의 지원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공사는 해당 도매시장법인들에게 18일까지 지원 규모를 확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21일 현재까지 도매시장법인의 지원규모는 내부검토 등을 이유로 확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공사가 도매시장법인에게 바라고 있는 지원내용은 파렛트 출하시 하역비 전액 감면이다. 이는 상장수수료 이외에 하역비에 대한 비용 일체를 면제해 달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 지원규모에 대한 방안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특정 청과법인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법인도 “협조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음에도 지원규모에 대한 결정은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타 법인의 경우는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현행 컨테이너당 하역비는 6만4,880원. 서울시공사의 계획대로라면 도매시장법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또한 파렛트 출하가 아닌,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출하할 경우 하차경매가 진행되면 pe당 224원하던 하역비가 251원으로 상승된다.

파렛트 출하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지원에 대한 검토도 논란이다. 서울시공사는 물류개선에 적극 협조하는 출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도매시장법인이 주체가 되어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공사 정준태 유통전략팀장은 “파렛트 출하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추진동력은 ZERO가 된다”면서 “4조3,000억원을 거래하는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물류비용, ‘감소’ vs ‘증가’… 되풀이되는 논란

서울시공사는 ‘제주 무 출하유형별 물류비용 분석’을 통해 다단식목재상자를 이용한 출하가 기존 컨테이너 방식에 비해 물류비용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출하비용 감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재효율’이 무시됐고, 검토중에 있는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포함시키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컨테이너당 290pe 를 기준으로 다단식목재상자 출하비용을 계산한 것은 문제다. 다단식목재상자(9단 기준)의 경우 파렛트당 54pe 를 담을 수 있다. 즉 컨테이너 1개에 해당하는 다단식목재상자의 적재효율은 216pe 가 맞다. 따라서 다단식목재상자의 적재효율은 컨테이너 출하의 75%에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관계자는 “시범사업 결과 출하자와 하역노조 등이 모두 반대했다”면서 “서울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산지의 출하비용은 줄지만, 공사, 제주도, 도매시장법인 등이 부담하는 전체 유통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공간 문제도 간단치 않으며, 자칫 섣부른 접근으로 논란만 키운다면 정권 출범 초기에 가락시장이 몰매 맞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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