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경인년(庚寅年), 호랑이 해이다. 우리 민족에게 호랑이는 성스러우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며 동시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영물로 여겨졌고, 친근한 동물이기도 하다. 서양인과 동양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무서운 동물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동양에서는 대부분 호랑이를, 서양에서는 사자를 꼽는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도 호랑이가 아닌가싶다. 우리 신화나 설화에는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표현 방식에 있어서 두려움의 상징, 우스꽝스러운 풍자, 친근한 동물 등으로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어릴 적 즐겨들었던 설화나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 이야기에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 함께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와 곶감’, ‘팥죽할멈과 호랑이’ 등이 그 예이다.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간 굴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하였는데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였고 곰은 이를 지켜 사람이 되었다. 호랑이와 곰은 우리 신화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동물이고, 쑥과 마늘 또한 처음 등장하는 식품으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설명해 준다.

쑥은 음식이나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여성과 관련된 민간요법에 이용되어 왔다. 쑥은 애탕국이나 차륜병, 쑥편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되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실로 오천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마늘 역시 본초강목에서 ‘제사독기(除邪毒氣, 사악한 독기를 제거함)의 효능을 나타내고 있어서 약식동원으로서의 우리음식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마늘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고, 외국에서는 우리 음식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것이다. 예로서 우리가 일본에 가면 가다랭이(가쯔오부시) 국물 냄새가 공기 속에서 느껴지듯이, 일본인 친구도 한국에 오면 공기 중에서 마늘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로 잘 알려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일월설화(日月說話) 중 대표적인 설화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엄마가 종일 잔칫집에서 일한 품삯으로 받은 떡을 빼앗아 먹고 엄마를 잡아먹는다. 아이들은 이제나 저제나 하고 엄마가 가져올 떡을 기다리다가 호랑이에게 속아 쫓기게 되고 우물가 나무위로 도망쳐 하느님께 빌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해와 달이 된다. 호랑이도 하느님께 빌었으나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서 하늘로 올라가다가 수수밭에 떨어져 죽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떡이 등장하여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쌀 음식이 소개된다. 떡은 잔치나 명절에만 먹는 귀한 음식이라는 것을 이야기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에서는 호랑이가 어리석은 동물로 등장한다. 일본과 중국, 인도에서도 유사한 설화가 있다. 호랑이를 겁주는 것으로 일본은 ‘헌집에서 새어 떨어지는 비’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인도는 ‘황혼’이 요괴를 물리친다고 여겼다. 우리 이야기는 어찌 보면, 곶감이 한국에서 가장 특수하게 널리 이용되는 간식이었음을 의미한다.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는 호랑이의 꾐에 빠져 잡아먹힐 상황이 되었으나 부지깽이, 절구, 멍석 등의 일상생활 도구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를 물리치고 맛있게 팥죽을 먹는다는 내용이다. 팥죽 역시 우리의 친근한 전통음식으로 서민들에게 별미음식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호랑이 이야기를 듣거나 읽다보면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단군신화는 동굴 속에서 괴로워하는 호랑이의 모습, 곶감 이야기에서는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는 모습, 팥죽할멈이나 해와 달 이야기에서는 처음에는 의기양양하던 호랑이가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상상되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로서 보다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우리에게 중요한 ‘이미지’로 부각된다. 

2010년에 우리에게 다가올 호랑이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된다. 또한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호랑이와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호랑이 이야기에 나오는 음식을 알고는 있는지, 이야기가 ‘이미지’로 상상이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10년에는 호랑이와 음식이야기로 ‘이미지’ 상품도 만들고 한식 상품화의 소재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2010년 한해는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고 씩씩한 활기 넘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그리고 농식품산업이 호랑이의 늠름함처럼 당차게 앞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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