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꽃산업 최강자 꿈꾸는 고양시

불과 20년 전의 풍경. 서부역에서 낡은 경의선에 몸을 싣고 기껏해야 동동주에 파전일지언정 일탈과 자유를 만끽하려고 찾던 백마역 일대는 서울 ‘근교’의 작은 쉼터에 불과했다. 능곡, 원당, 화정 등의 한적한 논과 습지에서는 새벽안개가 자욱했다.

그곳에 어느 새 인구 45만의 일산신도시가 들어서고 그곳을 품은 고양시의 인구는 100만을 바라본다. 최첨단의 문화, 교육, 편의시설 인프라를 갖춘 고양시는 수도권 최대도시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상전벽해랄 만큼 농업환경이 바뀌었고 농지와 농업인구는 급감했다.

이러한 도·농의 격렬한 자리바꿈 속에서 이 속도에 뒤지지 않는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했던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이번 호에서는 유증상 고양시농기센터 소장으로부터 고양시 농업의 경쟁력과 비전, 고양화훼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18일 동안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개최되는 제5회 ‘2009 고양국제 꽃 박람회’는 관련 산업 농업인은 물론 시민들까지 손꼽아 기다리는 고양시의 국제적 이벤트다. 이번 대회는 당초 해외 25개국 80개 업체, 국내 130개 업체유치를 목표로 했으나 해외 24개국 110개 업체, 국내 154개 업체를 유치해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자랑하며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참가하는 2009 아시아 분재대전은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주요행사 중 하나다.

지난 ‘97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3년마다 국제꽃 박람회를 개최하며 경험과 실력을 쌓아 온 고양시의 꿈은 네덜란드 같은 국제 꽃 산업의 강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고양농업의 경쟁력은 꽃 산업에 있다. 시 농산물 수출의 반 이상을 접목선인장과 난으로 대표되는 화훼가 점유하고 있다(‘08년 1400만달러 中 750만 달러).
세계 선인장비모란분야의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유 소장은 꽃박람회를 앞두고 “보고 즐기며 축제를 만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번 박람회가 고양 화훼 산업 발전은 물론 고양이 국제 화훼교류의 핵심기지로 확고히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소장은 고양화훼가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양 화훼인들에게 생산기지를 확보해 주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 고양을 동북아 화훼유통의 허브로 성장시키는 중장기적 프로젝트를 관계기관에서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양시에 건립예정인 선진화훼단지·화훼관광명소화단지에 특수 화훼유통조합법인(법인명 ‘한국화훼’)을 세워 우리나라 꽃 산업을 이끄는 유통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고양시의 비전 제시는 그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유통될 상품들의 브랜드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꽃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나서야 한다.”며 한 예로 ‘K-flower (케이 플라워)’등을 제시했는데 전문 용역업체에 의뢰해 보다 친근감 있고, 세련되며, 세계인의 감각에 맞는 이름을 창조할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농지가 수용되면 ‘꽃 농사는 이제 끝’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던 화훼농가들은 농업기술센터의 지속적 교육과 시의 여건 조성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화훼농가가 (도시화에 밀려) 농업을 포기하는 사례를 보고 가슴 아픈 적이 많았다.”는 유 소장은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멀리는 터키나 우즈베키스탄까지 우리 꽃의 생산기지로 발상의 전환을 할 만큼 의욕과 자신감에 불타는 농가들이 많아졌다”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유 소장은 “화훼산업은 특히 신품종개발과 육종 등 기술개발에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천년초 선인장 연구사업을 소개했다.

현재 6개 농가(2만평)에서 재배되는 천년초는 유일하게 노지에서 견디는 품종으로 고려대 송영석 교수팀과의 공동연구 결과에 의하면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을 다량 함유, 항산화 효과에 탁월하고 멸치에 비해 30배나 많은 칼슘성분이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유망 작목이다. 특히 두부의 간수 대용으로 쓰이는 수용성칼슘은 의학용으로, 식품보조용으로 전도가 유망하다.

최근 농진청이 주관하는 ‘녹색기술 경연대회’에 출품한 장미 신품종 ‘고양 1호’도 절화수명이 길고 화형이 우수한 특질을 보이며 재배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덜어주고 수익을 올려줄 고양화훼의 새로운 카드다.

그밖에 장미농가 채화작업을 돕기 위한 가시찔림 방지보조구, 개량묘판트레이, 실내식물의 수분관리가 용이하도록 고안된 미니화분 용기 등도 새로 개발된 새 기술들이다.

“시험 연구 분야 예산을 180% 증액할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는 유 소장은 “이밖에 고양시농기센터는 소비자와 함께 하는 영농교육을 실시하며 농업인과 소비자와 거리를 좁히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고양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소비자단체와의 교류에 가장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역시 농촌지도자회”라며 자리를 함께한 김천경 농촌지도자 고양시연합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유 소장은 끝으로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2009년 고양 국제 꽃 박람회에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며 “고양 화훼산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많은 성원을 바라며 고양농업기술센터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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