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술 가운데 하나로 나이와 연관이 되는 전통주가 있다. 젊은이들은 이 술에 소주를 섞어 마시면서 50세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이 전통주가 처음에 소비자들에게 소개될 때를 잠시 생각해보면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 수 있는 ‘술 이야기’ 가 기억이 남는다.

술 이야기의 내용은 ‘선비가 길을 가고 있는데 젊은이가 늙은 노인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고 있었다. 이에 놀란 선비가 다가가 매를 때리고 있는 이유를 물은 즉, 매를 맞는 노인은 회초리를 때리는 젊은이의 아들인데 젊음을 유지해주는 그 술을 마시지 않아 머리가 허연 노인이 되었다’는 내용의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옛날이야기 같은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쉽게 기억하며 이야기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곤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상품이랑 연계하여 홍보하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야기 만들기)이라는 마케팅 기법이었던 것이다.

우리 한식은 다양한 매력 혹은 특징을 가지가 있지만, 똑 부러지게 단순한 이미지로 그려보라고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일본음식은 ‘예쁘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 동양적이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이미지로 부각되고, 중국음식은 ‘불의 조화를 이용한 음식,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먹는다는 우스개를 할 만큼 다양한 음식재료, 사천식·광동식 등 지역별 독특한 음식 맛’ 등의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은 세계인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로 다가올 것인가? ‘김치, 인삼, 매운맛’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음식에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세계인들에게 우리음식을 대표하는 이미지나 기억에 남는 음식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우리음식의 매력으로 조리의 특징을 보면, 쌀밥 등 주식류와 나물, 찌개 등 부식류의 구분이 확실하고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과 절임 등의 저장식품이 발달하였으며 음식의 간을 중히 여기고 조미료, 향신료가 특히 발달하였다는 점이다.

제도나 풍속 측면의 특징도 독특하여 특히 혼례, 제례 등 의례를 중히 여기는 상차림과 공동식의 풍속이 발달하였으며 풍류성, 주체성이 뛰어난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음식과 관련된 예절을 중시하는가 하면, 음식 속에 각종 미학이 깃들어 있는 등 문화적으로도 매력이 많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섞임의 조화를 나타내는 음식인 비빔밥 (궁중요리), 화해의 음식인 탕평채 ( 청포묵 무침), 노인 공경의 음식인 타락죽, 섭산적, 숙김치(숙깍두기), 오래 묵을수록 좋은 음식 된장, 간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숙(熟) 깍두기의 경우 치아가 약하거나 없는 노인들을 위한 음식으로 김치의 원료인 무나 배추를 익혀서 김치를 담근 것이다.

지금은 치과 치료도 손쉽게 받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하였고 의치 등의 기술도 발달하여 노인들이 단단한 음식을 드시는데 과거처럼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주변의 할머니들은 치아가 몇 개 남지 않으신 분이 많았고, 젊은 사람들이 깍두기나 총각김치를 ‘아삭아삭’ 먹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부러워 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려서 만든 음식이 숙깍두기라 할 수 있다.

또한 화해의 음식이라 일컫는 탕평채, 즉 청포묵무침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조선왕조 중엽에 탕평책의 경륜을 펴는 자리에서 청포에 채소를 섞어 무친 음식이 나와서 탕평채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 밖에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아직은 발굴이 미흡하고 상품으로 연계한 예도 드문 것 같다. 더 나아가 우리 한식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드는데 필요한 이미지 만들기가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 음식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동시에 기존의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잘 보기 위하여 수능 100일을 앞두고 두뇌에 좋은 견과류를 매일 한 가지씩 먹는다든가 하는 등의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김행란(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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