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식 ‘미슐랭 가이드’에 성공적 데뷔
한식 외국인·기내식 등에 ‘웰빙’으로 각광

요리사가 되고 싶은 생쥐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보면 별2개를 받은 레스토랑과 까다로운 음식평론가가 등장한다. 프랑스에는 이처럼 까다로운 음식평론가에 의해 프랑스 전역의 레스토랑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자인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회사로 유명한 미쉐린(프랑스식 발음이 미슐랭임)에서 1900년에 창간한 레스토랑 안내서로 매년 봄에 출간된다. 13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그 내용은 제목 그대로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단순한 가이드북일 뿐인데 매년 50만부 이상씩 팔리는 베스트셀러이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책자에 실린 레스토랑에 별3개를 만점으로 하는 등급을 표시하고 있는데, 별 하나는 ‘그 분야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 별 둘은 ‘먼 거리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곳’, 별 셋은 ‘그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21개 국가에 있는 레스토랑이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를 받았는데, 그 대상이 된 전 세계 1만6천150곳 중에서 별을 하나라도 받은 곳은 이제까지 1천606개이고 그 중 별 세 개를 받은 곳은 6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슐랭 ‘스타’는 전 세계에 있는 86명의 평가단의 암행에 의해 매겨지는데, 들라예 미슐랭 가이드 사장에 의하면 철저히 음식의 맛에 의해서만 평가를 한다고 한다. 재료의 질, 음식의 완성도, 독창성, 가격을 보는데, 맛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대상 식당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음식의 질이 일정한지, 개별 메뉴의 수준이 서로 고른 지를 확인한다고 한다.

이 미슐랭 ‘스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1995년에 프랑스의 한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자마자 1998년까지 예약이 다 차버렸다고 하고, 2005년 미국 뉴욕의 ‘르 베르나댕’ 레스토랑은 별 세 개를 받은 후 매출이 단숨에 20%나 올랐다고 한다.

이 ‘미슐랭 가이드’가 2007년 11월에 아시아 최초로 도쿄판을 발간하였다. 도쿄판 미슐랭 가이드는 아시아 최초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모두 150개 레스토랑이 191개의 별을 받았고, 이 중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이 무려 8개나 된다는 점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별 셋 레스토랑이 10개, 별을 하나 이상 받은 레스토랑이 64개인데, 도쿄는 150개의 레스토랑이 별을 부여받아 파리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미식도시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도쿄에서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 중 다섯 곳은 일식, 셋은 프랑스식이라고 한다. 물론 도쿄판 미슐랭 가이드에 대해 “미슐랭의 상업적 의도로 너무 후한 점수를 줬다”든가 “서양인 중심의 주관적 평가에 의한 결과”라는 비판도 무성하지만 일본 음식이 세계적 음식임이 확인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미슐랭 가이드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07년 일본 관광통계에 의하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대비 약 13.8%가 증가하여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고,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71%가 방문동기로 일본음식을 꼽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한식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최근 참살이(웰빙, Well-being)에 대한 욕구와 한류의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헐리웃의 유명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비빔밥’으로 산후 몸매관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식 위주의 건강식’으로 한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세계의 기내식을 겨루는 자리에서도 1998년에는 ‘비빔밥’이 2006년에는 ‘비빔국수’가 최고의 기내식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렇게 국외에서는 한식에서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반해 정작 국내에서 한식은 그다지 좋은 상황에 있지는 못하다.

외국인들이 우리 한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한식을 널리 알리고 세계화하는 첫걸음일 것인데, 서울 1특급 호텔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또한 대부분의 한식당이 영세한 수준으로 표준화된 레시피 없이 손맛에 의존하고 있고, 현대인의 입맛과 취향에 맞춘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메뉴 개발의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국민들의 한식에 대한 기호도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로 연령이 어릴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식 세계화의 가장 우선이 되는 출발점은 우리 국민들부터 한식의 우수성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일본음식의 세계화에는 자국 국민의 자국음식에 대한 자부심의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국민 하나하나가 우리 한식 홍보의 전도사가 되어 한식의 우수성을 알린 다면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이 발간되는 것도 멀지 않을 것이다.

김양숙(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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