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목 (주)농수산홈쇼핑 상무·CS본부장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조선시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 선생의 시조다. 할 일을 남겨 놓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때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다.

지금이야 농한기, 농번기가 따로 없이 사시사철 언제나 농번기라고 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농한기 농번기가 정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그렇더라도 우리 농부들이 시기를 놓쳐서 농사를 망치는 일은 절대로 없었던 것 같다. 과학적이라고까지는 못해도 씨 뿌려야 할 때는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야 할 때는 김을 매고 추수를 할 때는 그때그때 추수를 했던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우리 고유의 곡식 씨앗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대량 생산을 위한 명분으로 외국산 씨앗을 들여와 심다 보니 우리 국민들 고유의 입맛에 맞는 씨앗들이 외국의 우량 품종에 밀리게 된 것이다. 심지어 요즘 한창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있는 찰옥수수의 경우도 외국종이라고 한다. 게다가 생산량에 비례하여 외국 씨앗에 대한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하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우리 선조들이 대량 생산은 못하였지만 우리 고유의 씨앗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없었다. 이제라도 우리 고유의 품종을 찾아 개발하고, 양산체제를 갖춰 식량의 자원화 추세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의 주곡식량 자급률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의 수입 쇠고기 파동과 같은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다가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때 가서 정부를 탓하고, 수입업자를 탓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저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이기에 말이다. ‘동창이 밝아도 잠자리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게으른 아이’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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