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은 진화한다? 지역농업이 희망이다? 지역이 바로서야 한국농업이 산다? 최근 지역농업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한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을 탐방, 진단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한 문장에 담으려 해봤으나 어느 문장도 기획의도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역농업의 중요성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대안’은 제각각이다. 지역농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도, 후계인력 양성책도 필요하다. 돈도, 사람도 필요하단 당연한 주장이다. 그러나 구체성은 띠지 못하고 있다. 지역여건, 재배작물이 제각각이기에 대안도 다르다. 실사구시를 떠올리는 대목이다. 자생력도 중요한 화두다. 지역경제의 자립도, 농산업으로서의 경쟁력, 농업인의 자발성 등이 지역농업의 자생력을 가름한다. 이 같은 고민, 고심 끝에 ‘지역농업은 진화한다’에 낙점했다. 지역농업은 내부동력과 외부여건의 ‘교배’, 자생력과 외압의 ‘교차’, 후진과 선진을 갈마들며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제 닻을 올린다. 전국 50여 협력단과 해당지역 농업의 미래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다. [편집자의 말]




경기도 선인장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추진한 1단계 사업에서 적잖은 성과를 냈다. 선인장 내수시장 확대와 유통조직 구축, 내수용 신상품 개발, 생산농가 기술해결 현장컨설팅, 전자상거래시스템 기반구축 등에 힘을 쏟았다. 한 마디로 선인장 내수시장 활성화에 사활을 건 것. 당시 단장을 맡은 이정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농업인, 학계, 연구기관, 업체를 아울러 잘 이끈 덕분에 농촌진흥청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협력단으로 선정됐다.

그 바통을 남상용 삼육대 교수가 이어받았다. 경기 선인장 협력단은 2007년부터 3년간 2단계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수출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선인장 내수시장 확대와 생산기반 확충 과제를 해결하는 한편 200만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수출시장 확대에 중점을 둔 것이다.

경기도 선인장 재배면적은 63헥타르로 전국 재배면적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고유의 신품종과 재배법으로 생산하는 수출용 접목선인장은 재배면적 36헥타르로 2006년 수출액이 213만불에 이르고 있다. 이는 경기도 화훼 전체 수출액의 30% 수준이다.

이 정도 입지까지 올라선 데는 선인장 협력단의 공이 크다는 평이다. 재배기술부터 수출단계까지 농가에 밀착한 선인장 협력단의 연구와 지도, 컨설팅, 시장개척 활동은 말 그대로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의 존재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선인장 협력단은 우선 세계 최고의 재배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선인장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재배에 드는 노동력을 50% 이상 줄여 생산비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일명 ‘트레이’를 자체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농가의 생산력을 증대한 일이다. 원예작물의 특성상 토양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이 골칫거리인데 이 문제도 손쉽게 해결한 셈이다. 선인장산업의 메카인 고양시의 경우 모든 재배농가가 트레이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배지 없이 트레이에 선인장을 키울 수 있는 수경재배기술은 노동력도 대폭 줄였다.

특히 선인장산업이 노동집약, 기술집약 산업이라는 점에서,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첨단재배기술 개발은 선인장 재배농가에 천군만마와 같다.

선인장 농가들의 자신감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가격 경쟁력은 큰 차이가 없으나 품질 면에서는 중국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 시장, 북미 시장 등 국제인지도 면에서도 크게 앞서 있어 선인장 농가들은 내심 이참에 ‘한국은 선인장의 나라’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협력단의 수출시장 확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 선인장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는 있지만 연간 수출액이 200만불 수준에 정체됐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는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에 개발한 ‘완제품’은 수출확대의 첨병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까지는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수출이 주를 이루다보니 수출마진도 적고 식물검역문제, 운송 때의 상품파손 문제가 불거지고는 했다. 국제검역 상 흙이 묻어 있는 경우 반송되기 일쑤인 데다 국내 검역을 통과하더라도 40여 일이 걸리는 선박운송 과정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얘기다. 수출용 선인장 완제품은 화분에 흙 대신 국제적으로 무균용토로 인정받고 있는 ‘피트머스’를 쓰고 흔들리지 않게 포장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기대가 커지는 대목은 완제품의 거래가격. 대개 재배시설과 유통시스템을 갖춘 해외 바이어들은 반제품을 수입해 일정기간 현지에서 재배한 뒤 완제품으로 시장에 내놓게 된다. 이럴 경우 수출단가 1본에 250원인 것이 현지 시장에서는 2천∼2천500원에 거래되는 현실. 우리가 완제품으로 수출판로를 개척할 경우 계약단가는 현재의 서너 배가 될 것이라는 게 협력단의 예상이다.

김건중 고덕원예무역 대표는 “이제 완제품이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완제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판로를 개척해 내년에는 수출물량 중 완제품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연간 70만∼80만불 어치를 수출하는 고덕무역은 내년에 150만∼200만불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해외홍보를 위한 ‘선인장연구회’의 영문 홈페이지 구축, 주요 바이어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수출용 선인장 전문재배농가에 대한 기술교육과 전문교육, 이들을 묶은 ‘선인장수출농가협의회’ 육성 등 수출확대를 위한 선인장 협력단의 전방위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인장 협력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는 수송과 이송이 편리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출선인장 관상용 가공상품 2종을 개발했으며 신규시장 개척과 상품성 향상을 꾀하기 위해 대형접목선인장, 접목게발선인장 같은 수출용 패키지 2종도 개발 완성단계에 와있다.

105개 선인장 전문판매업체가 참여한 ‘선인장 유통보급협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 협회와 선인장 협력단은 올해가 선인장 전자상거래시스템, 직판장을 통한 국내수요 증가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령탑 인터뷰-남상용 삼육대 교수


“선인장산업 ‘메이저’ 가능성 높다”
사계절 생산, 세계적 선호, 식용 등 활용가치 다양

경기도 선인장 산학연협력단의 새 사령탑에 오른 남상용 삼육대 교수는 작물생리학을 전공한 농학박사.

선인장 협력단장을 맡게 된 동기는?
= 작물생리를 전공하고 화훼작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지만 선인장을 알게 된 계기는 불과 몇 년 전이다. 협력단과 선인장연구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알았다. 학교에서 맡은 보직도 얼마 전 내놓고 뭔가 도전하고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선인장 협력단과 인연을 맺게 됐다. 아직 파악단계이기에 섣불리 얘기할 수는 없으나 선인장은 원예산업의 메이저로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농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선인장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도록 노력할 요량이다.

고양, 안성 등지 현장조사는 어떻게?
= 선인장산업 파악을 위해 현장에 다녀왔다. 선인장은 경쟁력 있는 산업이고 향후 성장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고양지역의 경우 신도시 개발로 인한 지가상승이라든지 최근 고유가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양지역은 선인장의 메카이긴 하나 생산기반을 늘리거나 생산량 확충에는 한계가 있다. 안성이든 음성이든, 아니면 분당 쪽이나 김포지역에 선인장 단지가 조성되면 하는 바람이다. 생산기반과 수요기반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대로 아직 파악단계고 구상단계이기 때문에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선인장 수출확대 가능성은 어느 정도?
= 미국과 캐나다는 교환교수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안다. 캐나다는 추운 겨울에도 선인장이 전시되고 유통된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타깃이 되는 시장이다. 러시아도 알아보니 선인장에 대한 선호가 크다. 유럽지역, 일본은 이미 알려진 시장이다. 이렇듯 전 세계시장이 형성되고 사계절 생산이 가능한 점, 우리 선인장의 품질경쟁력에 예술성이 가미된 디자인, 기호에 맞는 완제품 패키지 구성 등을 감안하면 수출확대 가능성은 꽤 높다. 블루오션이다. 해볼 만하다. 아울러 선인장은 원예산업 가운데 메이저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성과 & 과제

1. 세계최고기술 개발과 신속한 보급
생력트레이 개발과 보급은 이례적이다. 연작피해, 바이러스 감염 등 선인장 재배에 어려움을 일거에 날려버린 기술이 생력트레이 재배법. 간단한 듯하나 기존 관행을 뒤엎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효과가 입소문을 타고 번져 2, 3년만에 모든 선인장 농가에 보급됐다. 생력트레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양액재배기술도 세계최고의 기술. 노동력을 절반 이상,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분석이 나왔다. 품질을 높이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2. 내수시장 확충과 소비기반 확대
선인장 전문판매업체 105곳이 참여하고 있는 ‘선인장 유통보급협회’는 협력단 사업의 한 축이 돼 선인장 신상품 100작품을 개발했으며 선인장 맞춤형 판매대와 홍보전시패널을 각 회원사에 보급하고 있다. 선인장의 경제적 이용가치를 알리고 선인장의 다양한 상품과 용도를 소개하는 등 소비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선인장의 약리와 효능에 따른 의료용 활용 가능성, 건강기능성 식품첨가물로서의 이용가능성, 도시녹화를 위한 조경용 소비가능성을 알리며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3. 완제품 개발 & 수출시장 개척 과제
세계 화훼시장에서 선인장 하면 단연 한국을 알아준다. 고유 품종과 탁월한 재배기술로 세계 최고의 선인장을 생산해내기 때문. 그러나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시장진입은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온다. 선인장 시장 선점에서 중요한 성과를 올렸다. 완제품 개발이 그것.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 과제는 완제품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의 문제. 완제품 직접판매망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선인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탐방- 한국 선인장 수출의 선봉 김건중 고덕원예무역 대표

“이제 시작단계… 완제품으로 수출 ‘승부수’”

고덕원예무역 김건중(47세) 대표를 만난 곳은 그의 선인장 재배지. 덴마크에 첫 수출을 앞두고 ‘게발선인장’을 수확하고 있었다. 6월 15일 선적에 맞춰 2만 본을 맞춰야 하는데 상품성이 떨어질까 걱정했다.
고덕무역은 연간 75만불 안팎의 선인장을 수출하는 대표적인 업체. 김건중 대표는 1천400평에 선인장을 재배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선인장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94년 무렵. 수출경력은 9년에 이르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 저가생산을 앞세워 선인장 시장진출을 노리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제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김 대표는 중국과의 경쟁을 앞두고 긴장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품질경쟁력으로 당분간 국제시장에서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가격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협력단이 개발한 ‘완제품’은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

김 대표는 사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선봉’이고 ‘특공대’다. 선인장연구소나 협력단의 시범사업은 죄다 그를 거쳤다. 연구소가 개발한 생력트레이, 뒤를 이은 양액재배시설, 새로 개발한 품종의 증식 등 가장 먼저 도전하고 시험하는 곳이 그의 재배시설이다.

2002년, 2003년에는 연작피해로 밑동이 썩는 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선적 후 40일 지나 현지에 도착하면 20% 이상이 폐기됐으니 선인장 수출농가들에 타격이 컸다. 이 폐해를 없앤 게 바로 생력트레이. 흙으로부터의 바이러스 감염 차단효과가 뚜렷했다.

이를 처음 도입한 곳도 김 대표의 재배시설. 관행상 새기술 도입을 꺼리는 이웃농가들의 김 대표의 ‘성공’을 목격하고 너도나도 트레이를 설치했다. 수경재배시설도 ‘시범효과’가 있으니 조만간 대부분 농가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대표는 한국 선인장 수출의 30∼40%를 담당할 정도로 수출부문에 있어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주요 바이어들을 초청해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도전정신과 적극성, 긍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려움도 있다. 고양지역에 신도시개발 계획이 무성하자 시설을 늘리고 싶어도 땅값이 비싸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임대농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라 도시개발이 확정되면 이들은 쫓겨날 판이다. ‘선인장 대표국가’ 한국을 책임지는 고양지역 선인장산업의 장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그래도 희망을 본다. 그는 “재배나 기술적 어려움은 없다. 한국의 선인장 재배기술은 경지에 올랐다고 자부한다”며 내년에 완제품 수출이 본격 이뤄질 것을 예상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수출의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완제품 수출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 선인장 시장에서 한국이 최고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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