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도 한국 땅에 와서는 미쳐버리는 모양이다. 이미 여름이 코앞에 닥쳐왔건만 전국 어디를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AI는 그 위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으니, 미친 소를 닮아 이놈의 바이러스도 미쳐가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반경 몇 km내의 가금류 사육농가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닭이나 오리들이 포대자루에 담겨져 그대로 생매장되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는 것이다. 방역당국의 대책이란 것이 발병지 인근의 가금류를 싹 쓸어 살처분하고, 출입자 차단과 소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전부인 셈이니 이런 풍경이 연출됨이 당연시 된 것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됐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언제나 병원체를 뒤따라 쫓아가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당하는 농업인이나 방역당국도 그저 깊은 한숨이나 내쉴 뿐 별 도리가 없으니 더 가슴이 터질 노릇이다.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 해도 현재와 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AI 방역대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일찍 기민하고 철저한 방역을 펼쳤다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칠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급기야 허겁지겁 내놓은 대책이 가금류 자가도축 금지방안이다. 물론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시설에서 가축이 도축돼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엊그제 KBS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우리나라 소 도축장의 실태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으니 도축장이라고 안심할 수 없게 돼버렸다. 교외의 야외식당들이 관행적으로 행하고 있는 자가도축을 금지시킨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성립된 셈이다. 더욱이 이런 조치가 씨암탉 잡아주는 장모님의 사랑마저도 법으로 금지하는 꼴이 됐으니, 앞으로 처갓집에서 사위 대접은 무엇으로 해줄 것인지 정부가 식단을 짜줘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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