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기(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장)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겨울도 아닌 따뜻한 봄에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세계적으로 큰 도시 중의 하나인 서울에서까지 발생할 것이라고는 이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것도 고병원 바이러스가 말이다.

그 발병원인 또는 경로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건강을 생각하는 국민들은 닭고기와 오리고기 먹기를 두려워하고 있고, 그 파장은 축산농가의 시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질병 없는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하고자 하며, 우리 축산농가는 이러한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즉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시해야하는 것이다.

이에 일반 공산품의 상품개발실처럼 축산관련 연구기관들은 국민이 원하는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한 제품개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질병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해당 질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 및 조기진단과 같은 질병처치기술 개발에 집중되어 있었고,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의 개발·생산이 연구개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결과는 축산업의 생산성향상 및 안전한 축산물생산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음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생명공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여 사람을 비롯한 가축의 유전체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는 정보화의 사회에는 이러한 정보와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질병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돈산업에서 질병을 제어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즉 유전적으로 질병에 저항성이 있는 돼지가 생산될 경우 그 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2003년 인체에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가 발생해 약 5백만 수의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그 당시 피해액은 약 1천5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피해는 가축을 기르는 개별 농가 혼자서 치료제의 투여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 가축에 대하여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이 근본적으로 질병에 저항성이 있거나, 유전적으로 질병에 강한 가축을 생산하여 보급한다면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유전체 분야에서 질병저항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첫째, 질병이 발생된 개체의 시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나면 그 농장은 거의 생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발병 징후가 포착되면 모두 서둘러 도태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 병원성의 경우 인근 지역 전체에 출입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며, 시험재료의 수집은 생각도 할 수가 없다.

둘째, 관련 연구에 대해 세계적으로 발표되는 논문이 부족하여 참고자료나 인용자료가 거의 없다.

셋째, 특별한 격리시설 및 시험 장비가 요구된다. 비록 가능성 있는 유전자를 발굴해도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병원균 확산이 불가능하도록 차단되어 있는 아주 특별한 시설에서 최종 감염실험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가축을 대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설의 확보가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질병저항성 유전자 발굴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2007년부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유전적으로 질병에 저항성이 있는 가축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질병저항성 유전자의 발굴과 변이체 탐색에 필요한 전 세계의 다양한 품종 및 야생종의 DNA 시료를 확보하고 있는 국제축산연구소와 조류인플루엔자 저항성 유전자를 탐색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시작했다.

연구의 최종목표는 닭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전자 중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더 이상 체내에서 증식이 되지 못하게 하는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유전자의 여러 변이체 중에서 조류인플루엔자에 저항성을 보이는 변이체를 확인해 이 변이체를 지니고 있는 닭을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닭과 오리가 생산, 보급되면 축산농가에서는 질병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어지고 기르는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축산물의 생산이 가능해져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축산물 생산을 통한 축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축산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우리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연구원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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