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상 철 (주)농수산홈쇼핑 대표

지난 주, 우리 회사는 좀 특별한 고객 초청 행사를 치렀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서비스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거나 반품과 교환을 했던 경험이 있는 고객들을 초청한 행사였다. 즉 불만이 있는 고객을 초청한 것이다.

‘TV에서 본 것과 배달돼 온 물건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의견에서부터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전화를 하면 사과는 잘 하는데 태도는 앵무새다. 조치는 안 해주고 빨리 끊으려고만 한다’는 질책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의 불만은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다양하고 생생했다. 각오는 했지만 솔직히 직원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책상 앞에서 직원들이 전해주는 서류와 컴퓨터를 통해 고객들의 어려움과 요구를 헤아리는 것과 고객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듣는 일은 이처럼 천양지차다. 하지만 “良藥 苦口 利於病, 忠言 逆耳 利於行 -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는 말처럼 고객들의 ‘쓴 소리’는 우리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두고두고 귀한 보약이 될 것이다.

또 하나, 그 날 행사에서 불만 사항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한목소리로 당부한 것은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과 품질의 신뢰도를 높여 달라’는 것이다.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은 생산과 유통에서 매우 당연하고도 중요한 원칙이지만 소비자 고객들에게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값이 좀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품질이 뛰어난 쌀과 채소를 먹고 싶다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농촌과 농업이 지향해야할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농업과 농민이 살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농업인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온실 밖으로 나와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만 한다. 소비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 쌀이냐, 외국 쌀이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품질과 가격, 그리고 안전성이다.

요즘 병충해와 들쥐 피해를 막기 위해 논두렁과 밭두렁에 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검게 탄 논두렁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농약병과 비료포대, 비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빠듯한 일손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논밭에서 고생하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농업, 가능한 한 농약과 비료는 줄이고 기왕 쓴 농약병은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먹을거리의 품질은 우리 스스로 지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 힘과 뜻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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