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협상동향(3)

한·EU FTA 제3차 협상이 9/17~ 21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후 종료되었다. 농림부는 정현출 자유무역협정2과장 등 7명이 농업(상품분과), 위생·검역(SPS), 원산지 및 지리적 표시(지재권) 분야 협상에 참여하였다. 아직도 양허안에서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한·EU FTA의 제4차 협상은 10/15~1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제3차 협상이 열리는 동안 한·미 FTA에 상응하는 양허안 개선을 요구하는 EU측의 행동을 볼 때 우리는 한·EU FTA에 대하여 좀 더 철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제3차 협상에서 어떤 내용들이 다루어졌는지 짚어보도록 하겠다.

□ 협상내용
(1) 농업
○ 협정문 협의는 다소 진전이 있었으나, 양허 협상은 입장 차이가 큼
o EU측은 자국은 최종안에 근접한 양허안을 제시했으나 우리측 양허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 제기
o 우리측은 전반적으로 EU측 양허안과 상응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민감한 농산물은 양측 양허의 균형을 이룰 수 없다고 대응
< 협 정 문 >
○ 상품 협정문 전반적으로는 큰 이견이 없이 문안 협의를 진행중
o 다만, EU는 양자세이프가드와 별도로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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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허 안 >
○ 우리측은 민감한 농산물에 대한 예외적 취급 필요성과 농업계의 우려를 강조하면서 수정양허안 작성 배경을 설명
o 민감성이 높은 품목 중 EU의 주요 수출 품목이 아닌 경우 현행 관세유지, 관세부분감축, 계절관세 등 예외적 취급
o 민감성이 높더라도 EU측이 수출액이 많은 품목은 양측 이해를 동시에 반영,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도입하면서 장기관세철폐로 하거나 현행관세를 유지하면서 TRQ제공
○ EU는 우리 수정양허안이 기대에 미흡하며 한-미 FTA에 상응하는 개선없이 품목별로 R/O 방식으로 협상을 할 수는 없다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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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주요 관심품목인 돼지고기, 닭고기, 주류, 낙농품, 초콜릿 등이 한·미 FTA 결과와 차이가 많고, 특히 돼지고기를 미국, 칠레에 비해 민감하게 취급하고 있어 회원국이 반발할 것이라고 주장
○ 우리는 한·미 FTA가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협상진전을 위해서는 우리측 민감 품목에 EU측이 먼저 신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
o EU의 냉동 삼겹살과 냉동 닭다리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함
o 따라서,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같은 보호장치 없이는 관세를 철폐하기 어렵다고 대응
○ EU는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수입쿼터제도 운영방식이 제시되지 않아 해당 품목의 양허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문제 제기
o 우리측은 한·미 FTA에 도입된 것과 유사한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품목별 양허협상에서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겠다고 대응
○ 우리측은 돼지고기, 닭고기, 포도주 등 EU의 수출보조 지급 대상품목은 우리 업계가 양허제외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적극 설명
o EU는 수출보조는 양자간 논의에 부적절하며 수출신용, 국내보조 등 다른 보조금과 함께 다자협상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 표명

(2) 위생 및 검역
○ EU측은 협정문 초안과 우리측 수정문안을 병렬하여 통합협정문을 작성하고, 양측입장차가 있는 조항별로 구체적으로 문안 협의
o 다만, EU는 우리 수정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으므로 결론은 추후 도출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자고 제안, 이에 동의함
○ EU는 WTO/SPS 협정문을 반복하는 선언적인 협정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양자간 이행 내용이 담긴 협정문 작성을 희망
o 동물복지 협력조항 설치에 동의해 준 것에 사의를 표명하고, 우리측의 수정문안 내용은 추가 검토하겠다는 의사 표명
o 질병·병해충에 대한 지역화 개념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발생 상황을 인정하기 위한 양자간 절차를 마련할 것을 강력 요구
○ 우리는 협정문에 포함될 내용과, 협정 체결 후 양자 협의경로를 통해 논의할 기술적 사항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응
o 지역화 인정 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논의 동향을 보아가며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o 작업장 승인, 검사비용 부담 문제 등은 양자간 기술적인 협의 문제이지, 협정문에 일괄적으로 기술할 사항은 아니라고 대응
○ 양측은 차기 협상까지 각자 내부 입장조율에 시간이 촉박한 점을 감안해, 이번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재수정 문안을 마련하여 제5차 협상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합의

(3) 원산지
○ 통합협정문과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
o 양측은 신선농산물(1류~14류)에는 각각 자국에서 기른 농산물만 특혜관세를 인정하기로 의견 접근
o EU측의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는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적인 규정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크게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 가공농산품(15류~24류)물은 품목별로 차별화된 논의가 필요해 합리적인 기준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함

(4) 지리적 표시
○ 양측은 지리적표시 등록 요건, 보호 범위, 직권조사 방법 등에 대해 질의·응답하면서 양측의 제도에 대해 정보를 추가 파악
o EU측은 상표법과 지리적표시보호법을 별개로 간주하고 있고, 우리 상표법은 지리적표시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 표명
o EU는 포도주, 증류주 외에 일반 농식품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할 의도가 있음을 분명히 함
○ 제4차 협상 전에 EU측이 지리적 표시 관련 협정문안을 제공하고 지리적 표시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함
o EU측은 우리 농산물 품질관리법상의 지리적표시 보호 수준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바, 향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국내제도 보완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음

□ 한·EU FTA에 관련된 농업계의 반응
○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탈지분유, 치즈, 버터를 비롯한 낙농품, 농산물에 막대한 수출보조금 및 가격지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EU와의 낙농산업 경쟁력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함
- 실제로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GDP의 5%인 반면 EU의 농업보조금은 22.5%나 됨. EU의 보조금을 그대로 두고 우리의 관세만 철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으며, EU에서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품목들을 잘 활용해 우리의 민감 품목을 지켜내야 함
○ 김동환 양돈협회장은 “돼지고기에 대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EU와의 FTA가 타결 된다면 양돈산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함.
- 세계시장에서 EU 농산물의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에서 돼지고기는 1.15로 경쟁력이 높음. 가격의 경우 돼지고기 1Kg당 EU는 3천650원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7천382원으로 2.2배나 차이가 남
※ 현시비교우위지수란: 세계 전체수출시장에서 EU가 수출하는 특정상품이 차지하는 비중과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동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사이의 비율로 비교우위를 판단하는 데 널리 쓰이며 이 지수가 1보다 크면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함
○ 이외에도 낙농품인 버터와 치즈의 현시비교우위지수는 1.31, 유장은 2.09, 탈지분유 1.04 등 낙농품 대부분에서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 닭다리 가격도 1Kg당 EU는 2천23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천110원으로 2.5배나 비쌈

□ 그 밖의 협상쟁점들
○ 수산 관련 전 품목에 대해 5년 내 관세철폐 양허안을 제시한 EU측이 우리측에 대해서도 수산 부문의 개방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함
o 우리측 민감 수산물은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함
o 정부조달 분야에서 우리측 주장에 따라 학교 급식용 수산물 공급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중
o 수산 보조금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우리측 주장에 EU측은 이에 대한 검토 의사를 보임
o 어획물의 원산지 인정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적으로 특별한 제한이 없고, 외국인 선원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업선박의 선원 및 선박 지분 제한 요건의 삭제를 강력히 EU측에 요구했으며 향후 이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함
○ 수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EU측의 압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측은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보호수단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함
○ 위생·검역(SPS) 분야에서는 양측 입장을 병기한 통합협정문을 작성, 조문별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짐. 동물복지와 투명성 등의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입장 차이를 좁혔으나, 지역화 인정 절차 등과 관련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
o 동물복지: 동물을 질병, 굶주림, 공포 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동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
o 투명성: 위생 및 검역 규정의 제·개정 및 위생·검역 조치 내용을 상호 투명하게 통보하고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뜻함
o 지역화인정: 동·식물의 질병 병해충의 발생상황(무발생 또는 저발생)을 국가 전체가 아닌 해당지역단위로 인정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 필요
○ 원산지 기준과 관련, 신선농산물에 대해서는 자국에서 기른 농산물만 특혜관세를 인정한다는 `완전생산` 기준을 희망한다는 입장에 양측 의견이 접근
o 가공농산물은 품목별로 차별화된 논의가 필요해 합리적인 절충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함
○ 지리적 표시와 관련 EU측은 주로 위스키, 포도주의 지리적표시 보호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관찰됨
o EU측이 일반 농식품까지 지리적표시 보호 범위를 확대할 의도가 있는지에 대해 계속 관찰하면서 대응해 나갈 계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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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소득보전직불제 제도 개선(안)(2)

□ 쌀소득보전직불제
○ 쌀협상·DDA협상에 따른 개방폭 확대와 WTO보조금 감축이라는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양정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하는 한편, 농가의 줄어드는 소득을 보상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단행하여 기존의 논농업직불제와 쌀소득보전제를 쌀소득보전직불제로 개편
○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쌀협상 이전 쌀 관련 수취가격을 기준으로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목표가격과 산지쌀값 차액의 85%를 직불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임
- 직접지불금 = (목표가격-당년쌀값)×85%(보전수준)

□ 제도 시행과정의 문제점
○ 직불금이 실경작자에게 지급되어야 함에도 영농을 하지 않는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하는 문제가 발생
○ 농지원부 등 실경작자 확인시스템 부실 및 직불금 업무 분산, 수행 기관간 업무 연계 미흡 등 운용체계가 부적정
○ 지급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소득이 많은 기업농에 대한 직불금이 지나치게 많아져 형평성 문제 발생

□ 개선방안
○ 정부는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의 주요 골자로
1. 지급대상 농업인의 범위 제한(신규진입 제한)
2. 직불금 지급제외자 범위 확대(기존 수급자 제한)
3. 지급상한의 설정
4. 실경작 및 임대차 확인 강화
5. 부당신청에 대한 제재 강화
6. 집행관리기관 변경 및 전산시스템 개편
7. 쌀소득보전직불금 부당신청 일제 조사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정부의 개선안에 대하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쌀소득보전직불제 개선(안)의 문제점
○ 지급대상, 지급 제외자, 지급 상한의 세부 설정
- 농림부는 “직불금이 실제 경작자가 아닌 농지 주인에게 지급되거나, 소득이 많은 몇몇 기업농에 직불금이 지나치게 많이 지급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면서 “실제 경작자를 정확히 파악해 직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힘

- 신규 진입자에 대한 자격여건 또한 말썽의 소지 있음. 최근 귀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정책적으로 귀농을 장려하는 상황에 오히려 신규 진입자에 대해 여러 가지 제한 조건을 둔다는 것 자체가 정책상 일치하지 않고, 지급대상자를 후계농이나 2ha 이상 규모의 창업농 등으로 제한한 것은 지속적으로 후계농이 감소하고 있고 쌀농사를 비롯한 농업포기 인구가 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임

- 농림부는 “전문화, 규모화를 유도, 시장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농업인의 육성(6ha 이상의 전업농 육성계획)“을 위해 직불금이 지급되도록 했다고 하지만 지급대상 면적을 8ha로 제한하고, 영농법인의 경우 50ha로 제한한 것은 농림부 스스로의 시책에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음. 농림부가 직불금 혜택이 기업농에게 편중돼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사회 비판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동안 규모화된 쌀전업농을 집중육성 하겠다는 쌀산업 발전대책과 괴리가 있음

- 실제로 기업화된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 가운데 지난 한 해 57억원을 수령한 곳도 있고 6억원이 지급된 곳을 포함, 1억원 남짓의 직불금을 수령한 8개 경영체 등 모두 70억원 정도가 지급되어 ‘부익부’ 지적이 맞긴 하지만 대다수 중소규모 쌀 농가를 포함하고 있고, 개개의 전업농을 제외한 대부분이 8ha에 못 미치기 때문에 쌀 면적에 대한 지급상한을 설정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음

- 또한,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득구간별 가계 수지에 따라 농가 평균소득, 전체 가구 평균소득 등을 감안하여 농업을 제외한 업종에서 한해 3천500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릴 경우 쌀소득보전직불금을 받지 못하도록 함. 이것은 세무서가 발급하는 소득금액증명으로 부부의 합산 농외소득을 말하는 것으로 기준이 된 3500만원이상의 금액은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114% 수준으로 제한한 것인데, 농업인은 도시근로자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면 정부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느냐는 반문을 받고 있으며, 소득향상을 위해 부부가 농산물판매장이나 음식점을 운영할 수도 있는데, 소득을 제한기준으로 삼는 것은 도시근로자 보다 잘살면 안된다는 말이나 진배없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

○ 부당신청에 대한 제재 강화
- 부당신청이 적발된 경우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등록을 제한하고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강화하며 부당신청자 소유농지(부당신청이 적발된 농지 및 타 소유농지)에 대해서도 5년간 등록 제한하는 조항도 신설되었는데, 이것은 쌀소득보전직불금 지급의 올바른 정착에 대해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정당히 신청한 부분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적용한다는 것은 좀 더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됨

농림부의 이번 개선안에서 부당지급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긴 하지만 가장 큰 초점이 정부의 직불금 지급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건 내세우기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직불금 지급부담을 문제 삼기보다 임대농 등 실경작자의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피해가 없도록 하고 쌀산업 유지를 위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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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엔 언제나 아빠가

1989년, 강도 8.2의 지진이 아르메니아를 거의 쑥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진은 4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3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폐허의 아비규환 속에서 아르망의 아버지는 아내의 안전을 확인한 뒤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습니다. 학교는 이미 흔적만 남기고 있을 뿐 폭삭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가방을 들고 학교로 가던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에선가 고통 받고 있을 아들 생각에 가슴은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아들과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빠는 네 곁에 있을 거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뿌옇게 흐려진 시선 속에 산산 조각난 폐허더미가 보였습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들의 교실인 교사의 오른쪽 뒤편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다른 부모들이 도착했고 비통에 차 절규하는 목소리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아르망”하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무거운 콘크리트 조각을 하나하나 들어내었습니다.

“불길이 솟고 있어요. 사방에서 폭발이 계속되고 있다구요. 위험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어서 물러나세요.” 소방대장이 소리 질렀습니다. 이번엔 경찰 서장이 소리쳤습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끝난 일입니다.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도 위험합니다. 제발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곳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콘크리트 조각을 걷어냈습니다. 그러기를 36시간,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지친 팔은 후들후들 떨렸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아들 아르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빠? 저예요, 아빠! 제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빠가 살아계시면 틀림없이 저를 구하러 달려오실 거라고 말했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빠는 네 곁에 있을 거다!’ 라고 약속하셨잖아요.”

아르망의 아버지가 기뻐하며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아르망, 그렇단다. 너는 어떠니? 모두 몇 명이 거기 있어?”

“33명 중에서 14명만 남았어요. 배도 고프고 목이 말라요. 건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무너져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기쁨에 넘쳐 아르망의 아버지는 감격의 눈물로 말했습니다. “자, 어서 이리 나오너라!” 그러자 아르망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아빠! 친구들부터 먼저 내보낼게요. 제 곁에는 아빠가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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