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일미부추연구회 최성규 회장의 일화 하나.
96년 최성규 회장이 국내 부추 주산지로 유명한 경북 포항과 경남 일원을 다녀 온 후 주위 농가들에게 “하우스로 부추 재배하면 돈 벌겠더라”고 했더니 주위에서 “무슨 부추를 하우스에서 하나?”라고 면박을 주더라는 얘기다. 당시 서천에서는 부추란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이고 그것도 자신들이 먹을 양만 생산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판매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재배면적은 약 5ha로 전국 생산량의 3%대에 머물러 있을 때였다.

거기다가 서천은 위도상으로 대전보다 훨씬 아래인 대구와 비슷한 남부지방에 속하고 서해안을 끼고 있는 해양성 기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대전보다 낮다. 게다가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거의 중북부 지역의 그것과 맞먹는다.

만약 서천에서 겨울에 부추를 재배하려면 이중온실에 수막까지 심지어는 가온을 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부추를 재배하는데 가온까지 할 수는 없는 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뜸 부추를 하우스로 하자고 하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최회장은 당시 부추주산지를 둘러보고 서천에서 부추로 성공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 비장의 무기가 바로 부추 주산지의 단경기나 품질이 좋지 않은 시기에 서천의 부추를 출하 하자는 것.

주산지 단경기 출하 노린 절묘한 작부체계

최회장이 이러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데는 주산지의 부추 성출하기를 피하고 단경기에 서천부추를 낼 수 있는 절묘한 작부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부체계의 개발을 담당한 사람이 바로 서천군농업기술센터의 김동현 현 친환경기술 담당이다. 연장재배 기술을 시기별로 절묘하게 적용한 작부체계인데 일명 ‘서천 적용형 부추 작부체계’의 내용은 이렇다.

일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일단 겨울에 해당하는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간은 경남과 경북 포항 주산지의 성출하기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서천지역에서 부추생산은 불가능한 시기. 따라서 고려 대상에 제외가 된다.
부추의 생장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가 중요한데 포항의 물량이 4월 하순에 끝이 난다.

포항의 물량이 끝이 나고 또 다른 주산지인 경기도 지역의 부추가 출하되는 6월 중순까지 약 40일간은 부추의 단경기가 지속된다.

서천의 부추출하가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이 시점, 5월이다. 5월에 수확하기 시작한 서천부추는 장마가 막 시작되고 경기도 부추가 수확되기 시작하는 6월 중순까지 출하를 마감한다.

이때의 부추가격은 상한가를 치게 되는데 상품기준으로 500g 1단에 1,800원 수준. 부추의 가격이 시기에 따라 진폭이 100원부터 2,000원까지 약 20배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과 부추의 평균 가격은 약 500원 선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황금기를 서천부추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반짝 재미를 보고 서천부추는 다시 잠을 자기 시작하다. 경기도 부추가 끝물을 맞는 9월 중순부터 포항의 물량이 시작되는 11월초까지 약 50일 가량 다시한번 서천부추가 등장한다. 이때도 단경기라 1,200원~1,500원을 호가한다.

결과적으로 서천의 부추는 가온하지 않아 돈 들일 많지 않고 수확기간이 짧아 노동력을 밀도 있게 사용할 수 있어 지극히 경제적이면서도 소득은 어느 주산지 보다 높은 노른자위 작형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연장재배기술과 주산지 출하상황 파악으로 수확시기 조정

이러한 작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근주양성기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연장재배기술과 주산지의 출하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시장 판단능력이 결합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먼저 수확기를 정확하게 5~6월과 9월 및 11월에 맞추는 기술을 살펴보면 5~6월 수확을 위해 미리 이 때 수확할 밭을 정해 둔다. 따라서 이 밭은 전년도 가을 수확을 9월 15일경에 일찌감치 끝낸다.

그리고 양분을 뿌리에 저장한 채 월동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수확을 하지 않는다. 이 밭에 있는 부추는 가을과 겨울동안 충분히 양분을 저장해 놓고 있다가 봄 기온을 회복하는 4월에 생장을 시작해 5월에 수확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부추의 근주가 충분히 양성된 부추는 연중 오랜기간 수확한 부추에 비해 품질이 월등히 좋다. 단경기에 나오는 부추가 품질까지 좋으니 시장에서 반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9월과 11월의 수확하는 부추도 마찬가지다. 장마기간이 7월, 생육이 좋지 않은 밭을 봐 뒀다가 여름 부추가격이 바닥을 칠 때는 수확하지 않고 아예 꽃대를 잘라버리고 놔두면 생장이 지연되면서 양분이 뿌리에 축적이 된다.
그렇게 근주양성기간을 가진 후 9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부추는 품질이 역시 좋고 가격은 여름 부추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받게 되는 것이다.

2006년 11월 6일 현재 서천의 부추는 1,500원~1,600원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작형 덕분에 지난 1999년 서천일미부추연구회가 결성되던 당시 5ha에 불과하던 재배면적이 지금은 7배가 늘어난 37ha가 되었으며 매출액도 15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부추연구회 회원이 34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회원 1인당 약 4,4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당 1만 4,000원. 일반 작물의 시설재배에 비해 생산비가 월등하게 적게 드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수익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구회의 선진농가 견학지였던 포항과 경기도 양평 등에서 오히려 서천으로 견학을 오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산지 가격보다 비싼 서천일미부추

서천일미연구회에서 생산하는 부추가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수확기를 맞추기까지는 진통도 없지 않았다. 지금도 출하하는 양보다 베어 없애는 양이 많다고 할 만큼 수확기조절을 위해서 또는 품질관리를 위해서 과감하게 폐기처분한다.

또한 가을작기를 위해 여름 한철 밭전체를 그냥 묵히기도 한다. 초기에는 아무리 그래도 베어서 팔면 돈인데 이걸 왜 베어내는냐는 회원들의 푸념도 있었다.

그러나 최회장은 소신을 가지고 회원들을 설득했다. 그 후로 차차 최회장의 말이 현실화되고 소득이 향상되고 나서는 이제 아무도 이런 체계에 불만을 표시하는 회원은 없다. 오히려 최회장의 말이라면 일단 협조하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부추연구회는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우수품목별연구모임으로 받은 상사업비를 연구회 공동선별장을 건립하는 데 투자했다.

지금은 이곳에서 회원들이 수확한 부추를 공동으로 선별, 포장해 출하하고 있다. 일괄적인 품질관리도 용이하고 작업 효율성도 더욱 높아졌다.

연구회는 현재 생산된 부추의 반은 농협공판장으로 출하하고 반은 만두를 만드는 식자재업체에 납품한다.
부추연구회에서 생산한 부추로는 물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때가 많다. 따라서 약 100동의 비가림하우스를 더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회원도 늘려야 할 판이다. 다행히 농업기술센터 김도형 담당이 이미 이러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연구회로서는 회원 관리와 품질관리만 잘 하면 물량확보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가을 수확 물량을 선별하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불리한 기후조건과 적은 면적, 물량이지만 차별화된 기술로 대단위 단지의 틈새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는 서천일미부추연구회. 거인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다윗에 비할 만하다.


잠재성장 요인

1.공동작업장 건립
앞으로 추가시설들이 더 도입되어야 하지만 공동작업장이라는 하드웨어가 갖춰졌으니 이제는 공동선별 기준과 공동출하, 그리고 공동정산 체계 등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면 된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체계화 시킨다면 또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연구회가 될 것이다.


2.새로운 유통환경에 발맞춘 대비
소량생산일 경우 효과를 발휘했던 단경기 틈새 공략 마케팅에서 규모화되었을 경우를 대비하는 자세가 잠재성장 요인이다. 기존 유통업체와의 관계유지를 위한 활동과 더불어 새로운 판로 모색을 시작했으며 가공음료 개발로 소비확대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들 노력이 서천일미부추연구회의 경쟁력을 보다 길게 끌고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성공 포인트

즇 단경기를 겨냥한 기막힌 작부체계
재배면적 5ha, 전국의 3% 생산량. 이정도의 물량으로 주산지의 브랜드를 시장에서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거기에다 자연환경도 부추연구회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보기 좋게 성공했다. 오히려 주산단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현실화시킨 연구회와 담당 지도공무원의 열정과 의지가 놀랍다.

? 대형 공판장과 자매결연
주출하처인 도매시장 유통업체와 일 년에 두 번씩 연구회와 유통업체 관계자와 만남의 기회를 가진다.
중앙청과와 농협공판장과 각각 3년과 2년째 만남의 시간을 가져오고 있다. 생산자와 구매자의 입장에서 서로간의 현안을 얘기하고 애로사항이 있다면 해결방안을 찾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부추연구회가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한 이유는 바로 유통업체와의 끊임없는 관계개선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 회장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연구회원
초기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한 부추재배 얘기를 했을 때도 그렇고 피땀 흘려 재배한 부추를 싹둑싹둑 베어버릴 때도 그랬지만 불만은 있었지만 회장을 믿고 따라준 회원들의 마인드도 성공 요인이다.
그때 끝까지 최회장의 제안을 자신의 생각대로 거절했다면 아무리 최회장이라도 끝까지 밀고 가지는 못했으리라.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 서천군농업기술센터 김도형 지도사

조그만 아이디어지만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된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친환경기술과에서 친환경농업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김도형 지도사는 부추연구회 담당업무를 떠난 지금도 연구회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서천일미부추연구회의 산파역할을 했고 주산지 단경기를 공략할 수 있는 작부체계를 고안, 적용기술을 개발 보급했기 때문이다.

연구회가 자리잡기까지 회원들과 동고동락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회장을 비롯해 회원들은 김도형 담당이 없었다면 부추연구회도 없었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할 정도다.
“한국 농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조그마한 아이디어라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이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고 믿습니다”

김도형 담당은 96년 당시 서천에서 비가림하우스로 부추를 재배하자고 했을 때 아무도 그 성공을 믿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품질관리를 한다면 성공의 길은 항상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도형 담당은 모든 공을 연구회 최성규 회장을 위시한 연구회원들에게 돌렸다. 연구회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오늘의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김도형 담당은 사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다. 현재의 작부체계는 소량생산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결국 연중재배 체계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타 주산지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김도형 담당의 생각이다.

따라서 품질을 더욱 높이기 위해 도입했던 양액조제 기술과 엽면시비기술을 정착시키기 위한 양액지원을 더욱 늘리고 향후 관련 시설보급을 위한 계획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2005년 부추소비촉진을 위한 건강음료 상품개발과 같은 가공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산업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고 판매망 확대를 위한 유통업체와의 관계 유지 활동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회 단위의 부추선별과 포장작업 공동화의 정착으로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부추의 홍수출하시 연구회 자율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공동정산제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로 상정하고 있다.
농업인이 지도공무원을 존경하고 지도공무원이 농업인을 위해 봉사하는 관계가 될때 일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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