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유 병 학 (현대사회의 정책문제 연구소 대표)


인간은 출세하여 권한을 가진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업무에 관한 한 무엇인가 업적을 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욕망이 인간으로 하여금 ‘한 건’의 영감을 떠올리게 한다.
문득 떠오른 영감은 일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며, 일을 추진하고, 일을 성사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와 같은 점에서 ‘한 건’의 영감은 인간을 업적으로 인도하는 매개체로 역할한다.

하지만, ‘한 건’의 영감에 빠져 비이성적 판단과 맹목적 행위들을 실행하게 된다면, 일은 오직 ‘한 건’을 위한 일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한건주의에 사로잡힌 노예와 같은 것들로 나타난다.

현재 추진중인 한미FTA의 협상과정에서 그러한 ‘한건주의 노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한을 정하거나, 불투명한 진행과정, 그리고 사회분위기를 지지 쪽으로 몰아가려는 다양한 여론보조활동 등이 그것들이다.

◇동상이몽의 한미 FTA
미국정부는 오랜 기간 소위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에 시달려왔다. 그로 인해 미국의 고위정책결정자들은 재정적자와 국제수지적자를 해소하라는 압력을 의회와 학계, 그리고 민간기업들로부터 거세게 받아왔다.

특히. 그들은 자국의 관료들은 자국시장이 거대하다보니 일본의 관료들이 가진 해외에 대한 시각에 비해 국제마인드가 부족하다 비난해왔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미국정부는 쌍둥이적자해소라는 정책환경이 조성되었고, 그리하여 세계의 자유무역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을 통해 좀더 양질의 고용을 늘리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차원에서 FTA를 추진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서로 FTA를 체결하려는 목적이 서로 다른 파트너들 간에 동상이몽의 형상이다.

국가간 경쟁력 단계를 분석해 볼 때 미국은 이미 부(富)주도형의 단계이고, 한국은 투자주도형 내지는 혁신주도형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이 경쟁력 성장단계가 상이한 국가 간의 FTA는 경쟁력을 가진 협상대상국의 의도가 보다 반영되고, 효과도 그러한 방향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설령, ‘양질의 일자리가 발생해도 과연 우리나라에 그에 적합한 소위 고급인력들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모든 정책이 그렇듯, 정책은 정책담당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발생시킨다.

◇동반 성장 가능성부터 검토해야
우리나라가 취해야할 한미FTA의 타당성분석은 성장 면에서 국내의 모든 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이익을 보는 업종과 피해를 보는 업종간의 더하기 빼기의 총량적인 경제적 이익여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거대시장이다. 그러한 국가와 무역장벽(규제와 관세 등)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다른 어떤 국가와 비교해 그 효과가 클 것이다. 국내의 자원은 경쟁력있는 산업에 선택되고 집중되어, 경쟁력이 약한 국내산업의 업종들은 전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촉진될 것이다.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적인 국가발전을 이루겠다는 균형성장의 전략과는 정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의 효율성은 경제적 측면의 효율성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능률성의 관점으로 타당성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협상의 한계는 피해를 보는 업종 또는 산업의 정도가 과연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수인가능한가 여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경쟁지상주의 속 삶의 질 향상 없어
국가경제정책은 경쟁력 없는 산업을 생존하지 못하게 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만이 살아남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누군가 죽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생존 절박의 시대가 아니다. 경쟁력이 없다하여 생존하는 것조차 어렵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강건한 사회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물질에 바탕을 둔 경쟁지상주의의 잔인한 사회 속에서 인간 삶의 질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경쟁력 있는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들이 함께 동반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영역이 개방되어 있다. 그렇지만 국민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같은 국민이 겪는 불편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려 한다는 정부담당자들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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