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존골(尊骨)사상이 깊어 사망자 대부분을 매장을 통해 묘지에 안치, 추모해 오고 있다.

이에 연간 24만여명의 사망자에게 쓰이는 묘지면적이 1년에 130ha 정도로 국토의 1%가 잠식되는 실정이다. 만약 매장문화가 계속되고 고령화 여파로 2030년 사망자가 60만명에 육박하게 될 경우 묘지로 인한 국토 잠식은 어마어마하게 된다.

매장묘지는 대부분 경관이 수려한 산지에 마련됨으로써 환경훼손 가중과 함께 토사 유실, 산불발생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묘문화의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장묘문화 개선 계도에 힘입어 종전에 92%에 달하던 매장이 많이 줄어들고 최근엔 화장이 46.4%로 급증했다.

화장으로 묘지잠식은 줄었으나 납골묘의 등장, 인공적으로 가공된 석물도 반영구적이어서 자연파괴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호화 납골묘의 경우 자연환경과의 부조화는 물론 계층간 위화감 조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목장이 등장하면서 뜻있는 국민의 선호와 관심을 끌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된 골분을 지정된 수목에 묻어줌으로써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한 장묘방법이다. 수목장은 국토훼손 방지, 장례비용 절감, 독림가 육성 및 산주보호를 가져다주는 일석삼조의 장묘방법이다.

수목장은 199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돼 현재 독일, 영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지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경북, 경기도가 지방예산으로 수목장림 조성과 선정을 적극 검토 추진중이다. 정부도 각계 전문가와 함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수목장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수목장 관련 공청회에서 거론된 내용을 보면 나무 한 그루에 5인 가족의 골분을 매장해 50년간 관리, 장례비는 200만원 내외로 간단한 표지물만 달아 추모를 하는 말 그대로 자연회귀 장례로 이끈다는 것이다.

수목장림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일반 독림가도 참여케 함으로써 소득회수가 더딘 산림의 조림과 육림을 뒷받침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목장을 처음 시도해 국민적 관심을 점화시킨 사람은 고려대학교 김장수 교수다. 산림학을 전공해 나무에 남다른 애착을 지녔던 고 김장수 교수는 유언으로 가족과 제자, 후배에게 수목장을 부탁했다.

수목장은 유해인 골분이 수목의 거름으로 쓰여 수목과 완벽하게 동화돼 수목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는 본연의 자연회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수목장림은 경북 영천 은해사,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온누리가족나무동산, 서울시 용미리추모공원이 수목장림으로 운영중이다.

앞으로 산주들은 수목장림 이용에 특별한 관심과 함께 수목장림 조성에 대한 사전 정보수집 및 교육에 힘써 산을 지키면서 소득도 얻고 산의 공익적 기능도 살리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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