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기에 쌀값 동향과 농업인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농업인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정부의 추곡수매제 폐지와 쌀시장 개방 등 악재에 산지의 쌀값이 하락하면서 상당수의 농업인들이 벼농사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버리고 탈농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땅 팔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갈 생각을 갖는 농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농지를 일부 전용해 임대용 건물을 마련, 임대수입을 올리려는 농업인도 있었다.

땅을 팔아 도시로 나가려는 농업인들 중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땅값이 높아도 거래 자체가 없어 땅을 팔지 못해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것이다. 그들은 이제 농사를 지어 땅을 사는 시절은 다 지났다고 하소연했다. 땅값이 오른 반면 쌀값은 계속 하락하니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농지를 전용해 건물을 지으려 해도 허가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농업인들이 대책을 묻는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자의 입장도 난처했다.
쌀값 하락으로 벼농사를 멀리하고 대체작물을 찾으려는 농업인들이 마땅한 틈새작물이 없는 실정에서 밭농사나 화훼농사로 전업할 경우 이들 농사도 동반몰락 할까 걱정이다.

그 동안 농업소득 부실로 도시민에게 농지를 판 것이 많아 다수의 농업인들이 임차, 소작농으로 전락한 경우가 다수인데다가, 쌀값 하락으로 농지를 매각한 부재지주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현실이 닥친 것이다.

벼농사 회생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배려와 정책개발이 절실하다고 본다. 쌀값동향과 농업인들의 동태를 취재하면서 느낀 안타까운 심정은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기 힘들 정도다.
다만 농지를 팔고 도시로 나가려는 농업인에게 애절한 충고를 한 마디 하고 싶다.

벼농사가 몰락한다고 급한 마음으로 헐값에 땅을 덜컥 파는 일을 자제하고 신중한 자세로 미래를 예측해 가며 땅을 정리해야 한다. 이 칼럼을 통해 누차 강조했지만 땅은 생산불가의 신이 내린 귀한 재물이다. 땅 파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쌀값이 하락하는 것을 생각하면 땅을 팔아야 할 시점이지만 막상 땅을 팔아 도시로 나가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경기는 침체일로로 되는 장사는 별로 없고 몇 십 년간 장사한 경험자들도 도산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자리를 얻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땅을 가지고 있으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호구(糊口)의 방편이라도 있기 마련이므로 궁색한 이 시절, 좀 참아야 한다.

땅도 팔자가 있어 오늘은 쓸모가 없다가도 도로가 나거나 기업들이 들어서면 땅도 팔자가 바뀌어 가치가 치솟는다. 땅은 마치 새우젓이나 조개젓과 같이 오래 숙성되면 값이 오를 수 있기 마련이다. 땅을 팔고 도시로 나가려 해도 한꺼번에 몽땅 팔고 떠나지 말고 일보 용처(用處)를 마련한 뒤 조금만 팔아야 한다.

기자는 도시민에 헐값으로 땅을 내준 뒤 임차소작농으로 전락, 뒤늦게 후회하는 농업인들의 처절한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땅을 함부로 팔지 말라는 기자의 당치 않은 충고를 조금은 귀담아 들어 비상한 각오로 땅 지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
땅은 농업인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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