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전화를 받았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이 모씨의 전화였다. 그는 남동구 도림동 5,000여평 밭을 주말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농지원부를 발급 받으러 구청에 갔다가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주말농장 운영이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에게 긴급 상담을 해온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돼 농민 입장에서 보면 인구 300여만명의 인천에서의 주말농장 운영은 바람직한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이 모씨는 남인천농협과 제휴, 인천 관내 재벌기업의 사주가 직원 복지차원으로 농장을 임대, 분양 운영중이라 했다.

농장주 이씨 입장에선 주말농장을 임대한 젊은 시민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이들을 돌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씨 부부와 온 가족 모두는 쉬엄쉬엄 쉬어가며 주말농장에서 채소농사를 짓는 도시민들을 보면 즐겁다고 했다.

농장 입주금도 딴 곳보다 파격의 염가로 분양했는데 손실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주말농장 운영이 불법이라는 공무원 지적에 기겁을 하고 기자에게 전화를 해온 것이다.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었다. 전혀 불법사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으로 평생 농토를 관리해왔다. 금년 65세인 고령 농민으로 남에게 농지를 사용대(使用貸) 할 수 있는 법적 특전을 갖고 있는 신분이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시피 우리 헌법에서는 소작의 폐해를 막기 위해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 또는 사용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정신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농업의 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농지를 남에게 빌려줘도 되는 예외 법률이 있다. 구청 공무원 숲은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 짧은 소견으로 이씨를 문책한 것이다.

농지법 제22조엔 5년 이상 농업경영 후 60세 이상의 노동력이 약한 노쇠·고령 농민의 농지는 남에게 임대 또는 사용대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에게 다시 자세히 설명해 주고 담당 공무원과의 오해 풀라고 일렀다.
이 칼럼을 쓴 이후 이와 유사한 민원성 상담전화를 수 차례 받았다. 공무원과 농민간의 법 상식과 이해 부족이 빚은 일시적 갈등이다.

주말농장 얘기 나온 김에 주말농장 운영과 관련한 경험과 생각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기자가 인천농촌지도소장으로 재직 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말농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말농장에 입주한 시민들은 대부분 열심히 농사에 몰입, 5평 남짓 텃밭에서 연중 채소를 자급했다. 열성적인 시민은 겨울에 비닐하우스까지 만들 정도로 농사에 재미를 부치는 모습 보았다. 그러나 땅 분양을 받은 뒤 제대로 가꾸지 못해 폐허를 만드는 시민도 보았다.

사회적 통념상 용납되지 못할 처사다. 그럴 바에야 남에게 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도시근교 농민 중 특히 고령농민들은 이씨처럼 염가로 농장을 임대·분양하여 상호간 서로 돕는 주말농장 운영에 뜻을 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시민들이 채소 가꾸는 일은 농심(農心)을 터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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