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묘지는 함부로 못 옮긴다. 땅을 살 때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설치물을 잘 확인해야 한다. 서류에 표시된 묘터나 무허가 건물을 현장 확인 없이 덥석 사면 큰 낭패를 본다. 이런 지상물은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재산가치를 엄청나게 하락시키게 한다.

꼼꼼한 현장답사와 관찰 끝에 땅을 사야 후환과 후회가 없다.
서울에 사는 오 모씨는 친지의 소개로 강원도 W시에 있는 산 경사가 완만한 임야와 함께 맞붙은 농지 9,000평을 샀다. 평당 2만원에 거의 2억원을 들여 샀다. 주변사람들 모두 후일 농사와 함께 전원주택지로 적합한 땅이라 했고 값도 저렴해 미래가치가 크다고 얘기했다.

오씨도 이 땅 매입을 흡족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몇년 뒤 큰 문제가 생겼다. 개발을 맘에 먹고 현장을 보다 산에 묘지 2기가 있는게 발견됐다. 묘지는 땅주인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다. 묘지 후손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땅주인이라도 옮길 방법이 없다. 묘지의 후손이나 관계인에게는 분묘기지권이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엄청난 발품 끝에 묘의 후손 두 사람을 만났다. 오씨는 묘터를 옮길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끊임없는 협상이 시작됐다. 묘터 임자 한사람은 1억원, 또 한사람은 5천만원을 줘야 옮긴다고 했다. 묘터 임자가 끝내 이장을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장을 허용해 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처지가 됐다.

분묘기지권은 이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오씨의 실수로 땅값에 육박하는 이장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분묘기지권이란 분묘가 자리한 땅과 그 분묘에 제사 등을 드리는데 필요한 일정 범위내의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분묘기지권의 성립조건은 첫째, 땅임자의 승낙을 얻어 합법적으로 그 땅에 설치할 경우에는 분묘 소유자와 땅임자 사이의 특정한 약정이 없더라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성립된다.

둘째, 다른 사람의 땅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별 탈없이 그 분묘를 점유하면 시효로서 취득하게 된다. 셋째, 자기 땅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은 나중에 그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또는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 없이 땅을 처분한 경우에도 그 분묘기지권을 취득하게 된다. 넷째, 분묘기지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그 권리가 함께 존속한다고 본다.

앞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땅주인의 승낙없이 몰래 묘지를 썼다 하더라도 20년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된다.
따라서 땅, 특히 임야를 가지고 있다면 틈틈이 묘지나 건물이 생겼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묘터 있는 땅이거나 무허가 건물이 있는 땅의 현장 관찰을 하지 않고 사면 배보다 배꼽이 큰 손해를 입기 십상이다.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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