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백종수 기자

농업인단체들은 최근 몇 년간 둘로 갈라섰다. 전국농민연대와 전국농민단체협의회가 그것이다. 전국조직을 갖춘 농업인단체가 30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들이 농민연대와 농단협으로 나뉘어 농정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언뜻 ‘분열’로 비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 농업인들이 단일연대기구를 구성, 대정부 활동을 통해 자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에 견주면 무시 못할 역량을 갖춘 한국 농업인단체들이 둘로 갈라섰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쌀 관세화유예 재협상에서 농업인단체들이 보인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강성을 띤 농민연대와 정부와의 타협을 중시하는 농단협은 보이지 않게 대립해왔다. 지난해 광풍과도 같은 쌀 협상 국회비준, 여의도 시위에서의 농업인 사망 등을 두고 박홍수 농림부장관의 진퇴문제가 대두했을 때도 한쪽은 사퇴를, 한쪽은 유임을 주장했다.

이들이 다시 이합집산하고 있다. 표면적인 계기는 한미 FTA 협상개시. 정부는 농업강국 미국과의 FTA 협상개시를 일방 선언했다. 또다시 근거 없는 국익을 담보로 농업을 희생양 삼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업의 존망까지 걱정해야할 사안을 두고 농업인단체들의 위기감이 ‘단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30여 농업인단체들은 지난 9일에 ‘한미 FTA 농수축산 비상대책위원회’(농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농민연대와 농단협 소속 단체들을 아우른 농대위는 사활을 걸고 한미 FTA 협상저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연합’의 결성이다.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농민연합은 기존 농민연대 소속 단체들과 농촌지도자연합회, 농업경영인연합회 등 거대 단체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단일연대기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대목이다. 농림부는 그간 농민연대와 농단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오면서도 비교적 편한 상대인 농단협을 농정파트너로 대해왔다. 그래서인지 농업계 비정부기구(NGO)가 정부의 들러리 노릇을 해서는 되겠느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농단협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제 중심 축이 농민연합으로 기우는 마당에 농림부의 대응이 궁금하다. 아울러 농민연합이 정부 견제와 상호협력으로 한국농업의 회생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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