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세계무역기구(WTO)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은 예정한 협상 시간을 2년 이상 넘기고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WTO 도하 라운드 협상(DDA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DDA 협상은 WTO 149개 회원국간 새로운 무역 판도를 만들기 위한 다자간 협상이다.

당연히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보다 협상이 길어지고 합의도 어렵다. 협상에 임하는 각국의 경제발전 단계, 내부 정치적 상황,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상충되는 협상이 이같은 대외 무역협상인 것이다.

또한 DDA 협상은 약소국과 강대국, 경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등의 이해에 따라 국가간 합종(合綜)과 연횡(聯橫)이 난무하는 복잡한 판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이같은 판을 이끄는 나라들은 힘있고 선진화된 나라들이고, 결국 이들의 이해관계가 협상의 흐름을 좌우한다. 그동안 이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계 경제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 EU가 여러 분야에서 합의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WTO의 도하라운드가 흐지부지된 만큼 양자간 쌍무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가 무역자유화 논의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아마도 국가간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모색과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니 그 돌파구는 자연히 FTA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FTA와 같은 일대일 협상에서 우리 농산물 시장을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해졌다. 당장 우리는 미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자체를 반대하는 우리지만 만일의 경우 쌀에 대한 걱정을 안할 수 없다. 최대 민감 품목인 쌀의 경우 자급률은 거의 100%인데 미국산 쌀값은 우리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쌀만큼은 한미 FTA 양허안에서 제외해야 한다. FTA 뿐만 아니라 그 어떤 통상협상에서도 쌀만큼은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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