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부 합동 한미 FTA 2차 공청회’가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격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날 공청회를 강하게 반대했던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측은 공청회 발언자가 자유무역 협정 찬성론자 위주로 구성됐다고 비판하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보다는 형식적 행위로서의 공청회가 되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처럼 한미 FTA를 논의하는 공청회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농민·시민단체들에게 ‘한미 FTA 체결 이후 3년까지는 협상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미국과 합의를 내세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공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미 FTA 협상은 단순한 교역 상품의 무관세화를 논의하는 무대가 아니라 상당수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사안이고, 국가 식량, 문화, 환경, 건강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많은 가치들을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해 교역하자는 위험을 내포한 협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무한 이익을 추구하는 다국적기업과 거대자본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경쟁력 부족한 농업과, 영화 및 문화산업, 서비스 및 각종 중소기업은 생존불안에 시달리고 양극화는 당연히 심화된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협상과 관련, “가능하면 협상이 빨리 진척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간에 쫓겨 내용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정치권과 청와대에서도 “내년 7월 만료되는 미국 행정부의 신속무역협상권한(TPA) 등을 의식해 불필요하게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발언의 연속은 한미 FTA가 보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반영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군사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부작용과 피해를 입게될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 그리고 국가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공공적 가치들에 대한 깊은 인식과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 모든 사항과 조건을 고려한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FTA 협상문 초안의 정보공개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이래선 정부가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한 뒤 진정한 국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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