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와 농협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신경분리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떼어내는 신경분리를 추진하려면 7조6천억 원 대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를 농협 자체 잉여금으로 조달하려면 무려 15년이 걸릴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용역안은 신경분리가 농업 및 축산경제 산업의 위축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은행이나 공제 등 신용사업 재원을 활용, 경제사업을 활성화한 뒤 이를 검토하도록 하는 의견을 냈다.

미흡한 대책으로 성급하게 신경분리가 추진된다면 농업인에게 당장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라는 ‘이상사회’에 도달하기엔 경제사업이 처한 ‘현실여건’은 너무도 척박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용역 결과가 농림부에 제출된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신용사업만을 볼 때 농협은 ‘거대 공룡’이란 표현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중앙회 금융점포는 947개에 이르고 지난해 총수신(평잔 기준)은 100조 원이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외형을 갖추고 있어도 경제사업에서 성과가 없다면, 그 의미는 크게 축소된다. 농협이란 조직은 농업인의 실질적 경제행위에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그동안 농업인 조합원의 실익과 관계되는 경제사업 보다는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신용사업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다. 농업개방을 본격화한 WTO가 출범한지 올해로 10년인데 그사이 우리 농가인구는 30% 가량 줄었고, 농업소득은 거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지난 10년간 점점 더 규모화되고 이익도 늘었다. 농협 개혁의 방향과 초점은 그 성과와 이익이 조합원인 농업인에게 확실히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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