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가 지난 15일로 마무리 됐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국회와 정치권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속 시원히 밝혀주고, 쌀농업 및 농업인을 위한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내 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여야 합의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이에 따라 각 당은 자체 보고서를 작성, 발표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35일간 36명의 증인 및 참고인을 출석시켜가며 요란을 떨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허무한 결말이란 생각이 든다.

여야가 합의된 보고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면합의’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 때문이라고 한다. ‘이면합의’라고 주장하는 야당 측과 ‘부가합의’라고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상반된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못한 것이다. 좁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양측은 아예 좁힐 생각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합의’에 대한 정의 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의 권익과 쌀산업의 장래인데 이에 대한 미래지향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국정조사의 진행과 결과를 바라보는 농민단체들의 시각이 매우 냉랭하다는 점이다. 전국농단체협의회는 농림부에 향후 대책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한 뒤, 20일부터는 과천 청사 앞에서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전국농민회 측도 20일부터 ‘농민총파업’에 들어가 쌀협상에 대한 국회 비준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혹을 규명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시작한 국정조사가 끝났는데도 농업계의 불만과 투쟁은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관심의 초점은 국회 비준 여부 이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이번에 비준이 안 되더라도 DDA 협상 시한이 올 연말까지이므로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인 반면, 정부는 국회 비준이 안 될 경우 곧바로 관세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선택이 쉽지 않고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책임도 막중하다는 점에서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다. 다만 우리 에너지의 어느 한 부분은 ‘쌀 개방확대’ 이후 우려되는 사안에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도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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