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지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에 비해 가마당 9,000원 정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앞으로도 쌀값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주저하지 않는다. 현실로 나타나지 않길 바랬던 산지쌀값의 하락 행진이 드디어 시작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곡유통위의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와 도하라운드의 출범은 쌀 농가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근래 들어 최대의 풍년을 맞이하고도 기쁨보다는 걱정스러움으로 수확기를 지내는 농업인에게 이 같은 확인사살 소식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현재 이 나라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쌀 과잉재고 현상과 WTO 도하라운드 출범을 지렛대 삼아 농업분야 구조조정을 운운하고 있다. 양곡정책의 일대 변환이 필요하다는 주장, 더 이상 쌀을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 식량안보의 타당성 문제,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에 대한 검증 논란까지 한국농업 전체의 모순이 모두 쌀에 녹아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더욱이 우리 농업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범국민적 대책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주어야 할 신문·방송 등은 마치 쌀농업의 종말이 보이는 것처럼 호들갑스런 경쟁적 보도로 농업인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동지역 4개 회원농협이 자체자금과 지자체보조금 등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수매가를 정부 수매 2등급 기준인 5만7천760원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반갑고도 신선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농협이 농업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간 농협의 반농민적 행태에 너무 익숙해온 탓에 우리는 이처럼 당연한 사건에도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쌀값의 지지는 회원농협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계절진폭이 거의 사라진 지금 회원농협이 무한정 출혈을 감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농민의 어려움과 고통을 피부로 느끼며 보살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전 충청남도는 153억원을 투입, 쌀농가의 소득보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경상남도도 가마당 2천원 꼴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란다. 쌀농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이같은 노력을 계기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쌀값지지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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