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20여명이 두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회원국간의 협력 강화와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조기 출범을 지지하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정상들은 WTO 뉴라운드를 올해안에 출범시키는 한편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을 자유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APEC 회원국 정상들간 이루어진 이같은 합의는 최근 동반하락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조기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으나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며칠전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세계속의 한국농업 전망과 전략’ 심포지엄에서 김성훈 전농림부장관은 WTO 협상파장으로 우리 농업이 초토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WTO 협상파장으로 ▲관세 인하 및 관세화 제로로 우리 농산물의 전멸 ▲중국의 WTO 가입과 미국 수입방어벽 상실 ▲긴급특별관세제도 등 정부지원 한계 도달 ▲개도국 예외조항 상실 ▲쌀의 완전 수입개방 ▲식품안전 기준하향조정으로 국민 건강 적신호 ▲식량주권 상시로 자주권 상실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망이 ‘가장 나쁜 상황’ 임을 전제하고 있지만 언제나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WTO 차기농산물협상에서 최대한 국내 시장을 지키고 우리 농업의 생존력을 확보하는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 지난 UR 협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가 농업인과 농민단체에 전해져야 하고,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전국민에게 심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농산물협상에 임하는 통상당국은 농업을 희생하고 타 분야에서 이익을 찾겠다는 위험하고도 한심한 발상을 가져선 안될 줄 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협상에 있어서도 우선적인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세와 신념이다.

신념을 바탕으로한 확고부동하고 끈질긴 추진력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힘은 국민적 합의와 성원에서 나온다. WTO 차기 농업협상에는 우리 국민의 생존권, 민족의 번영권, 국가의 자주권이 걸려있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이 협상의 전개과정 과정에 깊은 관심과 높은 참여의식을 가져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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